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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그제야 말할 수 있었다.

“슬픔 없이 어찌 좋은 사람이 되겠니.”

김용택 시인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다.


나의 교실에도 슬픔을 벌써 알아 버린 아이들이 있다. 부모님과 헤어진 아이들이다. 왁자지껄 놀다가도 언뜻 스치는 서늘함에 가슴이 저린다. 나 또한 아주 오랫동안 엄마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식구는 쥐덫을 놓아야 하는 반지하 셋방에 살았다. 부모님은 자주 싸웠다. 엄마는 아버지의 발길질로 생긴 방문 구멍을 가리기 위해 달력을 곱게 붙였다.


내가 일곱 살 때 부모님은 헤어졌다. 그 후 엄마만 빼고 고모 집에 가게 됐다. 엄마는 울면서 당부했다. 하루에 다섯 번씩 엄마 보고 싶다 하라고. 하지만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좋은 친구가 많았지만 기댈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엄마를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 우리는 내 반지하 자취방에서 오랜만에 밤을 같이 보냈다.


엄마는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마음이 아파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나는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그제야 말할 수 있었다.


몇 년 후 꿈꾸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지난 시절이 스쳐 갔다. 옷이 없어 교복을 입고 갔던 소풍, 밀린 방세를 고민하며 빈 통장을 조회해 보던 겨울. 그런 날들에 감사하다. 


덕분에 학생들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 텅 빈 위로 대신 내 이야기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얘들아, 슬픔 없이 어찌 좋은 사람이 되겠니.”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형곡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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