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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얼마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은 사회가 따뜻하구나.

얼마 전 아이가 귀가하며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용돈으로 산 지갑을 버스에 흘리고 왔다는 것이다. 나는 며칠만 기다려 보자고 다독거렸다.


다행히 얼마 뒤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한 할머니가 지갑을 맡기고 간 것이었다. 고마움에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는 말했다.


“요즘 아이답지 않게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 편하게 앉아 갔어요. 아이가 내리고 보니 지갑이 떨어져 있어 주웠죠. 이 동네에 살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번 노래 배우러 왔을 때 역 근처 경찰서에 맡겼어요.” 


나는 애써 찾아 준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근처에 오면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다 했더니 극구 사양했다. 요즘엔 돈을 빼 가고 지갑을 버리기도 하는데 아이를 생각해 준 그 마음에 웃을 수 있었다.


한동안 잊었던 할머니가 다시 떠오른 건 정반대의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이 학원비를 입금하다 계좌 번호 끝자리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다른 사람 통장으로 이체되었다. 은행에 가서 반환 신청하고 두 달 넘게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다. 


통장 주인의 계좌와 휴대 전화 번호가 같은 듯해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죄송한데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돈을 보내야 한다고요?”라는 답장이 왔다. 자세히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법원에 갔더니 송달료 등 8만 원이 든다고 했다. 결국 여러모로 부담돼 포기하고 말았다. 잘못 보낸 내 책임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할머니를 떠올리면 '아직은 사회가 따뜻하구나.' 싶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길기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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