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꼭 가진 것에 비례하지 않나 보다

조회수 2018. 12.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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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손에 쥘수록 욕심이 생기니 말이다.

내가 살던 쪽방 반지하엔 주소가 없었다. 23호라는 글자가 분필로 적혀 있을 뿐이었다. 방음도 안 돼 이웃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화장실은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라 허리를 꼿꼿이 펴고 볼일 봐야 했다. 샤워할 땐 움직임을 크게 할 수 없었다. 정중앙에서 샤워기를 붙잡고 반듯하게 씻어야 했는데, 샤워기를 놓치면 비눗물을 뒤집어썼다. 


우편물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공동 우체통은 늘 여러 우편물이 뒤섞여 자기 것을 찾는 게 보물 찾기만큼 어려웠다.


쪽방 집의 겨울은 다른 곳보다 빨리 찾아왔다. 아무리 문을 꽉 닫아도 바람이 슬금슬금 헤집고 들어왔다. 보일러도 제 기능을 못해 온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다들 전기장판 하나로 긴 겨울을 보냈다.


세월이 흘러 이젠 아파트에 가정을 꾸렸는데, 좀처럼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3년의 짧은 시간이 더없이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당시엔 단칸방만 있어도 행복할 줄 알았다. 언젠가 햇살이 환히 내리쬐는 유리창 너머로 산들거리는 나뭇잎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만으로 삶은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이 그때보다 궁색하고 행복은 더 멀리 있다. 분명 많은 것을 가졌는데도 말이다. 행복이란 꼭 가진 것에 비례하지 않나 보다. 뭔가를 손에 쥘수록 욕심이 생기니 말이다. 


젊은 날의 추억 저장소 23호, 그곳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살면서 감사보다 불만이 많아질 때면 그 추억을 꺼내 볼 생각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고경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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