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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한국 사람이에요?

그런데 놀랍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또 그녀였다.

2006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난 독일 '본'으로 떠났다. 같은 어학원에 다닌 지인이 공항에 마중 나오기로 약속했다. 중간에 비행기로 환승하면 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공항 직원에게 물었더니 기차를 타고 가라고 했다. 약속 장소를 바꾸려고 급히 지인에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막막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 여자 두 명이 보였다.


“혹시 한국 사람이에요?” 

“네.”

안도하며 사정을 얘기하자 그중 나이 어린 여자가 말했다. “마침 나도 거기 가요. 도착할 때까지 연락이 안 되면 함께 가요.” 

그녀와 헤어져 기차에 오른 나는 예약 좌석을 찾아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또 그녀였다. 그녀의 동행인은 다른 칸 좌석이라고 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 싶었다. 목적지에 갈 때까지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던 나는 할 수 없이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다행히 친구 역시 나를 반갑게 맞아 줘 우리는 늦은 밤 맥주 한 잔으로 여독을 풀었다.


낯선 곳에서 마음 졸이던 나는 이틀 만에 겨우 지인과 연락이 닿았다. 알고 보니 공항에서 나를 밤새 기다리다 다음 날 어학원까지 찾아갔단다. 독일 휴대 전화는 비밀번호를 세 번 이상 틀리면 사용할 수 없는데 하필 그날 잘못 누르는 바람에 연락도 못 했단다.


막막했던 독일 입국이 그녀의 도움으로 좋은 추억이 되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고마움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봉희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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