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 달리 내 편지는 한 통도 없었다
조회수 2018. 12. 13. 08:00 수정
부모님에게 왜 편지를 보내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나는 훈련소 생활 중 무려 150개의 보물을 얻었다. 306 보충대에 있던 어느 날, 담당 구대장이 상자를 들고 왔다. 그것은 우리에게 온 편지였다. 힘과 위로가 된다며 자랑하는 동기들과 달리 내 편지는 한 통도 없었다.
전화라도 할 수 있었다면 부모님에게 왜 편지를 보내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나만 못 받아 서운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편지 좀 보내 주세요.”라고 선뜻 말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택배 상자에 “저만 편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편지 좀 보내 주세요.”라고 적어 보냈다.
신병 교육대로 넘어와 며칠 뒤 내게 처음으로 편지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아들, 많이 서운했지? 보충대에서도 편지를 전해 주는지 몰랐구나. 미안하다.”
충분히 모를 수도 있는데 괜한 마음을 가졌던 게 후회됐다. 그런데 부모님의 편지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훈련소에서 편지가 오면 담당 조교가 번호를 호명하고 나누어 준다. 편지가 여러 통 오는 경우 내 이름이 여러 번 불렸다.
“145번 훈련병 박준홍, 다음 145번 훈련병 박준홍, 다음 145번 훈련병 박준홍.” 훈련소에서 받은 편지를 정리하니 약 150통이나 되었다.
편지를 한 통도 받지 못해 서운했을까 봐 편지를 제일 많이 받는 훈련병으로 만들어 준 부모님. 훈련으로 지칠 때마다 힘을 준 그 편지는 내 인생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준홍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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