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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시작을 한 건 아닐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아딧과 반야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아딧과 반야는 파견 나온 아빠를 따라 한국에 왔다. 


비싼 학비 탓에 외국인 학교는 꿈도 꿀 수 없어 공립 초등학교에 편입학한 뒤, 인도네시아 어를 전공하던 나와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다. 


나는 풋내기 선생이었지만 아이들에게 헬렌 켈러의 설리번선생 같은 존재가 되려 했다. 그러나 둘은 생각만큼 따라 주지 않았다. 


오빠인 아딧은 사춘기가 찾아와 수시로 반항했고, 소심한 여동생 반야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아딧과 반야의 열의가 부족하고 한국어 실력도 늘지 않는다며 지적했다. 


잘못된 시작을 한 건 아닐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도통 책을 펴지 않고 몸을 비비 꼬는 날에는 과자를 사 와 수다를 떨었고, <곰 세 마리> 등 쉬운 동요를 가르쳐 주기도 했으며, 내가 배우는 인도네시아어 책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도 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운 난타 공연을 보여 주는가 하면, 자신이 만든 미술 작품을 자랑하고, 편지를 써 주며 웃어 준 것이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두 남매가 아주 밝아졌다며 고마워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들이 내게 원한 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사랑으로 기다려 주는 것임을. “빨리빨리!” 하는 한국에서 아딧과 반야가 느꼈을 상처와 외로움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도 이젠 아딧과 반야를 기다려 주기로 했다. 


우리 셋은 다시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강정원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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