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연주할 때마다 진땀이 났다

조회수 2018. 10. 1. 13: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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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무리인 것 같아 포기하려 했다

하루는 교직에서 물러난 선생님을 찾아가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러자 대뜸 선생님이 물었다. 


“뭐할라고 배울라 하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나는 “아니, 더 늙어서 활동 폭이 좁아지면 집에서 치려고요…….” 하며 얼버무렸다. 


그랬더니 “그럼 배우지도 마쑈! 목표가 없으면 발전도 없응께.”라는 게 아닌가. 전라도 사투리로 얼마나 매몰차게 쏘아붙이는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도 배우고 싶다 하자 “여기 앉아 보쑈.” 하며 의자를 가리켰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었다. 당시 성당 바자회 준비로 피곤한 날이 많았다. 


그런데 잠시 집에 누워 있으면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왜 안 오요?” 

“아! 선생님, 오늘은 쉬겠습니다.” 

“피곤하요? 그러면 한 시간만 누웠다 오쑈! 기다릴랑게.”

“저 혼자 집에서 연습할게요.”라고 하면 “집에서 한 시간보다 내 옆에서 오 분이 낫쏘. 빨리 오쑈.” 하며 나를 못살게 굴었다. 


마음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연주할 때마다 진땀이 났다. 나에겐 무리인 것 같아 포기하려 했다. 그래도 '쉰아홉에 관두면 그건 영원한 포기다. 재도전은 없다!'라는 생각에 2년여 동안 부지런히 배웠다. 


그러던 중, 성가 반주자 자리 제안이 들어왔다. 아직 미숙한 터라 선생님에게 말했더니 나를 끌고 가 키보드 작동법을 알려 주었다. 


못한다고 해도 “왜 무조건 뒤로 빠지요? 남 앞에서 해 봐야 비로소 완전한 곡이 이뤄지지.” 하며 나를 타일렀다. 그렇게 시작한 반주 일이 벌써 6년째다. 


하나를 해도 완벽하게 하라며, 모든 지식을 쏟아 주던 송금자 선생님, 그 덕에 내 노후가 풍요로워졌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조정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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