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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생각

"거기 누가 좀 도와줘요.”

곁에 앉아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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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앞 정류장에서 함께 버스에 오른 한 베트남 여인이 자리를 잘 잡지 못했다. 바나나, 사과, 오이, 우유 등이 가득 담긴 상자 때문이었다. 아기까지 업고 있어 더욱 걱정됐다. 


마트에서 봉지를 받으려면 돈이 들기에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종이 상자를 택한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아껴 보려는 마음이었겠지만 아기 엄마가 저 큰 상자를 들고 가기엔 무리였다. 밑이 터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온갖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몇 정류장 지나 그녀가 내리려고 상자를 든 순간 바닥이 갈라져 내용물이 우르르 쏟아졌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어쩌지 못하고 당황했다. 그때 기사 아저씨가 큰 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차 안 갑니다. 천천히 하세요. 거기 누가 좀 도와줘요.”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에, 같이 내리려던 두 젊은이가 팔을 걷어붙였다. 한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비닐봉지를 받아 의자 밑에 처박힌 양파까지 모두 찾아내 담아 줬다. 홍당무 같은 얼굴로 봉지와 밑이 터진 상자까지 들고 내리는 여인에게 기사 아저씨는 또 소리쳤다. 


“상자는 가로수 옆에 그냥 놓으세요. 종이 줍는 할머니가 좋아할 겁니다. 조심히 가세요.”


곁에 앉아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급제동과 급출발, 신호 안 지키기 등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버스가 기사 아저씨의 배려로 따스하게 느껴졌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한선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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