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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도 거절하고 배 한 상자만 받았다

조회수 2018. 9. 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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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전히 연락해 온다.

몇 달 전 어느 날, 운동을 끝낸 나는 자전거를 타고 외진 길을 지나고 있었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라 해가 짧아 하늘이 어두웠다. 


가만히 보니 저 앞에 오토바이가 오고 있었다. 아파트 사이에 난 길인데, 양쪽에 화물차들이 주차되고 키 큰 가로수가 있어 비좁았다. 오토바이가 지날 수 있게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 가려는데 갑자기 퍽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동차였다. 운전석 불빛이 고장 나 조수석에만 불이 들어오니 멀리서 오토바이로 보였던 것이다. 


운전하던 아줌마도 나를 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내 자전거와 충돌해 버렸다. 그 사고로 자전거는 망가지고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손가락 하나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만약 손전등이나 가로등이 있었다면, 주차된 차만 없었더라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하필 그때 사고가 난 걸 보면 보통 인연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보상금도 거절하고 배 한 상자만 받았다. 아줌마는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끊임없이 미안함을 전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데도 소고기를 사서 나를 찾아왔다. 눈물을 보이는 아줌마를 겨우 달래길 여러 번이었다.


이런 나를 별종이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땐 이런 피해를 눈 감으며 사는 어른이 여럿이었다. 그만큼 정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연락해 온다. 고맙다고, 복 많이 받으라고…….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남철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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