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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애들한테 절대 짐 되지 말고, 구박받으며 살지도 마

조회수 2018. 8.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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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확 깼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눈물만 났다.

학원 일을 하는 남편은 늦은 밤에 술자리가 많았다. 가을비 내리는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술 약속이 있어 늦는다고 했다. 새벽 두 시가 넘었을까. 집에 온 남편이 취기 오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는 나보다 오래 살지 마라.” 

“왜? 새로 장가 들려고?”라고 묻자 남편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나 죽으면 혼자 어떻게 살게? 늙어서 애들한테 절대 짐 되지 말고, 구박받으며 살지도 마.” 잠이 확 깼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눈물만 났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남편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얘기, 결혼하기까지 일,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등 지난날을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초조하게 시간을 보낸 나는 퇴근한 남편에게 어젯밤 일을 조심스레 물었다. 그랬더니 남편은 주머니에서 병원 진료 영수증을 꺼내 보여 주며 웃는 게 아닌가. 


사연은 이랬다. 며칠 전 가슴과 머리가 아파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단다. 시댁에 당뇨와 고혈압, 암 등 가족력이 있는 탓에 걱정했나 보다. 


어젯밤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이라 술의 힘을 빌려 나에게 고백한 것이었다. 한데 오늘 결과를 보니 모두 정상이며 단지 혈압만 조심하라고 했다나.


“나 당신보다 오래 살아도 구박 안 받고 잘 살 거야. 당신은 내가 그리 능력 없어 보여?”라고 웃자 남편은 미안하다며 얼굴을 붉혔다. 지금도 그때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입을 막고 안절부절못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강선희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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