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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 뭘 했지?

조회수 2018. 8. 9.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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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느낀 것들을 빼곡하게 적어 둬야겠다

밀린 집안일을 하다 문득 작년 오늘이 궁금했다. 가계부를 찬찬히 살펴보니 이런 글이 눈에 띄었다. 


“2014년 5월 17일, 시아버님 생신 상 장 보기.” 내역을 쭉 보니 결혼 후 처음 맞는 시아버님 생신이라 공을 들였나 보다. 들깨 미역국에 육전 등 정성껏 차린 음식을 가족 모두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났다. 


한참을 웃다 보니 얼마 전 어버이날이 생각났다. 그날은 시댁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산소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친정 엄마의 유방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두려움이 앞섰다. 조심스레 시댁에 사정을 전하자 아버님은 이렇게 말했다. 


“괜찮을 거다. 너도 착하게 살고, 엄마도 좋은 분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나를 다독여 주시는 시아버님이 무척 고마웠다.


그러는 사이 어버이날이 성큼 다가왔다. 나는 수산 시장에서 제철 생선을 사 회를 뜨고 무 쌈을 예쁘게 말아 시댁으로 갔다. 돌이켜 보니 그때 아버님께 감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하기만 하다.


나는 요즘 다음 시아버님 생신엔 뭘 해 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선물은 뭐가 좋을까. 조카들은 무슨 음식을 좋아할까? 시어머님 소화에 좋은 요리가 뭘까?' 등등 펜을 들고 가계부에 메모해 둔다.


아마 내년 이맘때쯤 가계부를 펼친다면 '작년에 시부모님이 날 이렇게 응원하고 아껴 주셨구나. 그래서 시아버님 생신을 위해 고민했구나. 참 예쁘고 뜻깊은 날이었네.'라며 웃음 짓지 않을까. 


오늘 내가 느낀 것들을 빼곡하게 적어 둬야겠다. 내년에 펼쳐 볼 나의 기쁨을 기대하면서.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조현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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