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히 읽던 내 눈길은 마지막 줄에 멈췄다

조회수 2018. 7. 1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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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장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건설 일을 하는 아버지는 출장 가면 몇 달씩 집에 오지 않았다. 내게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한평생 돈을 버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집에서 이력서를 쓰는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다. 


“내 공책 사이에 있는 통장을 찾아봐라.” 

갑작스런 부탁에 살짝 성가셨지만 아버지가 말한 두툼한 가죽 공책 네 권을 꺼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아버지가 말한 통장이 없었다. 전화로 상황을 설명해도 아버지는 제대로 찾아보라는 말뿐이었다. 


집 안 곳곳을 얼마나 살폈을까. 마지막으로 가죽 공책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 속에서 아버지가 남긴 메모를 읽었다. 일한 날짜와 지역을 확인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내용 중에는 가족에 대한 것도 있었다. 


어머니에게 돈을 얼마 보냈다, 내 용돈으로 얼마를 입금했다는 글이었다. 그동안 내가 받아 왔던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가족의 생일을 적은 페이지도 있었다. 찬찬히 읽던 내 눈길은 마지막 줄에 멈췄다. 


“5월 29일 내 생일.” 

그날은 아버지의 생일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에게도 당신의 삶이 있었을 텐데, 나는 바보처럼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여태 한 개인으로서의 아버지를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눈물을 닦은 뒤 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찾아도 통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아버지, 앞으로는 아버지의 '나'를 잊지 않겠습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명섭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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