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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생각

나의 존재만으로도 귀하다고 여겨 주는 누군가가 있다니

진정으로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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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그런 집으로 시집가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 

어린 시절, 엄마는 우릴 돌보며 안절부절못했다. 무서운 할머니의 불호령이 두려워서였다. 


어느 날은 식구들이 “밥 더 갖고 와라.”, “찌개 더 퍼 와라.”라며 앉을 틈을 안 줘 너무 배가 고팠단다. 시중들다 겨우 밥 먹으려고 밥솥을 여니 밥이 하나도 없었다. 엄마가 밥 못 먹은 걸 뻔히 알면서도 다들 모른척해 어찌나 서러웠는지 몰랐다고. 


“연세 많은 시부모님에 누나만 다섯인 집에 들어가겠다고? 정신 차려! 이것아.” 엄마의 걱정을 뒤로하고 결혼한 뒤 처음 맞은 명절날, 음식 장만과 설거지는 모두 내 몫이었다. 


계속되는 손님들의 방문에 허리가 휠 것 같았다. 그제야 엄마의 한숨을 이해했다. 시댁 식구들이 안방에 모여 과일 먹으며 웃음꽃 터트릴 때 나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했다. 


그때 친척 집에 다녀온 시아버지가 들어왔다. “며늘아. 혼자 뭘 하고 있니?” “설거지요. 얼른 하고 들어갈게요.” “그래, 수고해라.” 그 뒤 시아버지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난데없이 요란한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안방의 여닫이 문짝이 마당에 나가 떨어져 있었다. 


“이것들이 하나밖에 없는 내 귀한 며느리는 혼자 힘들게 설거지를 하는데, 출가외인인 것들은 따뜻한 방에서 노닥거리고 있어? 다 나가!” 


시아버지의 고함은 동네가 떠나갈 듯 쩌렁쩌렁 울렸고, 다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하나둘 부엌으로 왔다. “미안해. 올케. 설거지는 우리가 할게. 가서 쉬어.”


이후 나는 엄마의 걱정과 달리 행복한 생활을 했다. 나의 존재만으로도 귀하다고 여겨 주는 누군가가 있다니. 진정으로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문정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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