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자유여행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나를 위해 무엇을 했나 돌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마흔이 된 기념으로 베트남 자유여행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다섯 시간의 비행을 거쳐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흥정해 가격을 깎은 택시를 타고 무사히 호텔 방으로 오니 그제야 긴 한숨이 나왔다. 여행이 아니라 가출한 느낌이었다. 배가 고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15년 아줌마경력 덕분인지 시장은 금세 찾았다. 쌀국수와 새우를 게 눈 감추듯 먹고 나오니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도통 길이 기억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지만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한국 분이세요?”라고 해돌아보니 훤칠한 청년이 서 있었다. “아주머니, 여기 온통 오토바이인데 날치기 당하려고 휴대 전화를 손에 쥐고 있어요?” 청년은 내 사정을 듣고 호텔까지 데려다줬다.
첫날 고생한 덕분인지 다음 날부터는 쉽게 움직였다. 인력거를 타고 관광지를 편하게 돌아다녔다. 마지막 날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시장에 들렀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른 아침 집에 도착하니 출근하는 남편과 마주쳤다. 남편은 “이기 뭐꼬?웬 그지가 들어오노?” 하며 박장대소하는 게 아닌가.
“잘 돌아온 사람한테 그지라 카노!” 거울을 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공항에서 묻은 먼지와 땀이 범벅 되어 얼굴에서 구정물이 흘렀다. 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혼자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대한민국 아줌마 파이팅!”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지연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