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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면 직원에게 아이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조회수 2018. 5. 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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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이름 느낌이 나되 동그라미가 많이 들어가게 말이다.

내가 태어난 지 한 달 뒤, 출생 신고하러 간 아버지는 동사무소에 도착할 때까지 딸의 이름을 짓지 못했다. 아버지는 까막눈이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먹고살기에 급급해 글을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면 직원에게 아이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여자 이름 느낌이 나되 동그라미가 많이 들어가게 말이다. 직원이 이유를 물으니 아버지는 동그라미처럼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살라는 의미를 담고 싶다고 대답했다. 


고민하던 직원은 아버지에게 이영원이란 이름을 건넸다. 아버지는 동그라미가 많이 들어가지만 '원' 자 탓에 남자 같다며, 다른 이름을 부탁했다. 


그러자 직원은 여자 이름 끝에 '숙' 자를 많이 쓴다며 '원'을 '숙'으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오얏 이, 꽃부리 영, 맑을 숙의 이영숙이란 이름을 받은 뒤에야 아버지는 만족해하며 미소 지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영숙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나는 벌써 중년의 고개를 넘었다. 


삶에 치여 좌절할 때면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진다. 세상을 둥글게 살라는 뜻으로 이름에 동그라미를 많이 넣었다는 애정어린 말이 떠오른다. 


그럴 때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살아나는 것 같다. 나는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다. 삶이 비록 힘겨울지라도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살겠노라고.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영숙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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