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조회수 2018. 4. 5. 08: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내게 도시락을 건네준 뒤 서둘러 돌아갔다.

나는 초등학생 때 친구가 없어 늘 외로웠다. 성격이 소심하고 숫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소변이 마려워도 손들고 말할 용기가 없었다. 친구들과 장난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그에 반해 나보다 세 살 많은 누나는 예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아 부러웠다.


나는 중학교, 누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야간 자율 학습 때 먹을 도시락까지 세 개씩 싸 가지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가 깜빡하고 수저를 빼먹는 날이 종종 있었다. 


누나는 친구에게 젓가락을 빌려서 먹었지만, 나는 배고픔을 참으며 수업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가 허겁지겁 먹곤 했다.


어머니는 내게 왜 도시락을 먹지 않았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숟가락이 없어서요.” 하려다가“입맛이 없어서요.”라고 둘러댔다. 혼자 먹다 보니 차츰 학교에 도시락을 싸 가기 싫어졌고, 점심때면 몰래 교실을 빠져나와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내가 일부러 도시락을 가져가지 않는 것을 안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왔다. 평소 먹어 보지 못했던 음료수와 과자를 한가득 들고서 반 친구들에게 나눠 주며 나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부탁했다. 그러곤 내게 도시락을 건네준 뒤 서둘러 돌아갔다. 어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점심시간이 되어 어머니가 싸 준 도시락을 열어 보니 달걀을 입힌 분홍색 소시지와 참치 통조림이 있었다. 당시에는 소시지와 참치가 인기 최고였다. 친구들은 순식간에 내 주변으로 모여들어 서로 먹겠다고 난리였다.


그날 이후 내게도 점심을 같이 먹자는 친구가 생겼다. 그러면서 성격이 점점 밝아졌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만약 어머니가 사랑의 도시락을 들고 찾아오지 않았다면 내 학창 시절은 외롭고 우울한 기억밖에 없었으리라.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경식 님의 사연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