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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잠깐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조회수 2018. 3. 9. 1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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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몇몇이 일어나 교수님에게 다가갔다.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우리 학과에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못 쓰는 교수님이 있었다. 교수님은 늘 목발을 짚고 다녔다. 깁스 한번 안해 본 나로선 그 불편함을 가늠조차 못했다. 교수님은 씩씩하게 이곳저곳 다녔고, 얼굴엔 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여름이 깊어 가던 무렵, 한창 강의하던 교수님이 잠깐 기우뚱하더니 그대로 넘어졌다. 내팽개쳐지듯 크게 넘어져 학생들은 얼어붙었다. 이내 몇몇이 일어나 교수님에게 다가갔다. 


부축하려고 팔을 잡자 교수님은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힘겹게 목발을 짚고 일어섰다. 결연한 교수님의 모습에 학생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교수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교수님이 말했다. 당신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건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감싸지 않고 다른 형제와 똑같이 대해 준 부모님 덕이라고. 그리고 우리에게 당부했다. 


“이제 내 몸에 익숙해져 잘 넘어지지 않아요. 혹시 내가 또 넘어지더라도 도와주지 않으면 좋겠어요. 보기 불편하겠지만, 내버려 두면 혼자서도 잘일어나요.” 교수님은 여느 때와 같이 미소 지었다.


그날 이후 교수님을 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울퉁불퉁한 근육이 붙은 팔뚝이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형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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