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오십 대 중반에 대학에 입학했다

조회수 2018. 1.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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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과 친해져서인지 일상에서 쓰는 단어가 달라졌다.

어머니는 오십 대 중반에 대학에 입학했다. 1교시 수업이라도 있는 날엔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장을 보느라 바빴다. 시험이 있는 날엔 한숨도 못 자 이튿날 몸살을 앓았다.  


그런 어머니가 요즘 부쩍 변했다. 어린 학생들과 친해져서인지 일상에서 쓰는 단어가 달라졌다.


하루는 어머니가 “아들, 빠염.” 하고 웃었다.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잘 가, 안녕.'이란 뜻의 신세대 용어였다. 어머니는 가끔 상대하기 싫을 때 이 말을 썼는데, 아버지의 잔심부름엔 어김없이 “빠염.”이라 했다. 뜻을 알 리 없는 아버지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가족끼리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이없는 소식을 들을 땐 “헐이다. 헐!” 하며 놀라워했고, 진짜 아니라는 말 대신 “그건 레알 아닌 듯.”을 즐겨 썼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다 철부지가 되는 건 아닌지 새삼 걱정될 때도 있다. 새 학기가 되니 차림새도 대학생들을 흉내 내는 어머니. 요즘은 카페에서 동기들과 수다 떠는 게 낙이라고 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상진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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