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을 참은 지 두 시간이 넘어가자 견디기 힘들었다

조회수 2018. 1. 1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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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 될 것 같아 버스 운전사에게 다급하게 "토일렛(화장실)!"을 외쳤다.

젊음의 패기만 믿고 홀로 인도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여행 막바지에 다다르자 지친 나는 길거리 음식 때문에 얼굴에 여드름이 돋았고 혹여나 인도인들에게 바가지 쓰지 않을까 모든 거래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또한 외국인에게 쏟아지는 인도 남자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처음의 기대와 달리 여행이 주는 해방감이나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시끄러운 경적과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피로했다. 관광지가 아닌 한가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때마침 만난 여행자들에게 물으니 디우(Diu)라는 조용한 해변 마을이 있다고 해 그곳으로 향했다. 


디우로 가는 버스를 타고 보니 외국인은 나 하나뿐이었다. 인도인들은 나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여자들은 나를 힐끔거렸고 남자들은 관찰하듯 빤히 바라보았다.


버스는 밤새 달리고 또 달렸다. 포장이 안 된 도로를 달릴 때는 버스 천장에 머리를 찧을 정도로 붕 떴다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장장 열다섯 시간의 버스 여행의 어려움은 자리의 불편함과 멀미가 아니었다. 


가장 곤욕스러운 것은 화장실이었다. 휴게소에 화장실이라 하기 민망할 정도의 화장실이 있었지만, 그곳도 자주 들르지 않았다. 잠깐 길에 버스가 서면 사람들은 적당히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볼일을 해결했다.


하지만 혼자 인도여행 중인 동양인이 신기한 듯 내가 내리면 모두가 나를 주시하고 있는 듯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들을 받으면 길 위에서 소변을 누기가 쑥스러웠다. 다음 휴게소까지 참는 것 외엔 별도리가 없었다.


소변을 참은 지 두 시간이 넘어가자 견디기 힘들었다. 더는 안 될 것 같아 버스 운전사에게 다급하게 “토일렛(화장실)!”을 외쳤다. 정적을 깬 목소리에 승객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기사는 나에게 “파이브 미닛(오 분).”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삼십 분이 지나도 버스는 멈추지 않았고 내 얼굴은 누렇게 떴다. 승객들은 상황을 알아챘는지 앞으로 정말 오 분만 더 가면 된다, 몇 킬로 남았다, 조금만 참아라 등등 서로 앞다투어 말했고 정확히 십오 분 후 버스는 멈췄다.


그때였다. 내가 일어서자 모든 승객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양 끝으로 길을 터 주는 게 아닌가. 덕분에 나는 제일 먼저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안도하며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문 앞으로 몇몇 승객이 일렬로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미안한 마음에 황급히 버스에 올랐다. 


그러자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승객들이 시원하냐, 이제 괜찮으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차례로 하이파이브를 청하는데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 내내 멋쩍은 웃음이 났다. 내 웃음에 더 크게 화답하는 인도 사람들! 오랜 여행으로 지쳐 있던 마음이 일순간 풀리면서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웃었다. 


낯선 사람들에게 받은 따뜻한 배려는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다. 아직도 그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미소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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