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놓치면 언젠간 후회한단다
조회수 2018. 3. 9. 18:09 수정
사람은 다 때가 있어. 스무 살엔 대학을 가고 남들 하는 건 다 해 보는 거야.
어려운 형편에도 공부를 잘해 부모님의 큰 기대를 받고 자랐다. 나는 장남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
드디어 학창 시절 마지막 관문인 수능 날이 되었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그만 배탈이 나 언어 영역에서 열 문제 이상을 손도 대지 못했다.
그렇게 수능을 망친 뒤 사람들을 만날 용기가 안 났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실망했을 것 같아 두려웠다.
다음 날, 우울한 마음으로 재수 학원을 알아봤다. 그때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와 우리 형편에 재수는 안 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어머니 눈물을 본 건 처음이었다.
나는 지방 대학에 가는 게 자존심 상했다. 친구들은 서울로 가거나 재수해 좋은 학교에 갈 텐데 나만 초라해 보였다.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게 엄마가 말했다.
“사람은 다 때가 있어. 스무 살엔 대학을 가고 남들 하는 건 다 해 보는 거야. 때를 놓치면 언젠간 후회한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지방 국립대 사학과에 진학했다. 평소 역사엔 관심이 없었지만 공부할수록 재미있었다.
장학금을 준다는 말에 과 대표를 맡아 인맥을 넓히다 보니 선후배 관계도 돈독해졌다. 전공에도 흥미가 생겨 교직 이수과정을 신청해 선발되었다.
대학에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귀한 사람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을까. 문득 우리 과 깃발에 쓰인 말이 생각난다.
“청년이여.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경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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