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죄송한데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조회수 2017. 12. 2.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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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가 떠올랐다.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시간 날 때마다 피시방에 갔다. 하루는 음료수를 많이 마신 탓에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누군가 말했다.


“저기, 죄송한데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화장실 문을 다른 사람에게 열어 달라니……. 이상한 부탁이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었기에 문을 열어 주었다. 


안에는 내 또래 남자가 있었다. 그는 환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며 후다닥 화장실을 나갔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하며 그 칸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에 느낌표 하나가 떠올랐다. 


불길한 느낌에 바로 화장실 문을 열어 봤지만 역시나 열리지 않았다. 밖에서는 힘없이 열리던 문이 안에서는 어찌 이리도 단단하게 닫힌 건지……. 그가 왜 그리 환한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됐다. 


마침 휴대 전화도 놓고 온 터라 친구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난처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20분이 흘러서야 “변비냐?”라고 묻는 친구 목소리에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친구가 문을 열어 줬을 때, 나는 앞서 만난 그 남자보다 더 환한 표정으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화장실에 갇혀 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남용훈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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