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대학엔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조회수 2017. 11. 24. 10:5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엄마, 우리 반 1등은 공부 진짜 잘해. 그런데 되고 싶은 게 없대. 난 얼마나 다행이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게."

“생각의 차이, 긍정.”

열여덟 살 아들이 모양을 내 예쁘게 쓴 글귀를 냉장고에 붙인다.  

“엄마, 조급한 마음은 버리세요!” 


'내가 녀석의 눈에는 그리 보였나?' 냉장고 문을 열다 말고, 아들의 삶을 조급하게 채찍질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무조건 대학에 가는 게 답은 아니잖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니까.”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숨 쉴 틈 없이 공부하는 생활이 싫다며 대학엔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과외는 그만두고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겠다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선언이었다. 그 후, 아들은 가죽 공예를 배워 다이어리를 선물하고 양말 인형을 만들어 보여 줬지만 내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그거 내 거야. 바리스타 자격증 따려고 독학 중이거든.” 


세상에, 난 아들이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정리한 걸 처음 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이 글씨에, 공책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아이를 그저 방황한다고만 여긴 게 미안했다. 대입은 아이의 꿈이 아닌 내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물마저 맺혔다.


“엄마, 우리 반 1등은 공부 진짜 잘해. 그런데 되고 싶은 게 없대. 난 얼마나 다행이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게.”

나는 동글동글 예쁜 글씨를 보며 냉장고를 연다. 


곡선을 보니 내 마음도 유연해진다. 아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오늘 저녁엔 따뜻한 밥 한 끼와 엄마가 응원한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손이 바쁘다. 그러나 마음은 천천히, 아들의 말처럼!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윤영주 님의 사연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