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대학엔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생각의 차이, 긍정.”
열여덟 살 아들이 모양을 내 예쁘게 쓴 글귀를 냉장고에 붙인다.
“엄마, 조급한 마음은 버리세요!”
'내가 녀석의 눈에는 그리 보였나?' 냉장고 문을 열다 말고, 아들의 삶을 조급하게 채찍질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무조건 대학에 가는 게 답은 아니잖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하다니까.”
고등학생이 된 아들은 숨 쉴 틈 없이 공부하는 생활이 싫다며 대학엔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과외는 그만두고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겠다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선언이었다. 그 후, 아들은 가죽 공예를 배워 다이어리를 선물하고 양말 인형을 만들어 보여 줬지만 내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의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그거 내 거야. 바리스타 자격증 따려고 독학 중이거든.”
세상에, 난 아들이 무언가를 그렇게 열심히 정리한 걸 처음 보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즐거움이 글씨에, 공책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아이를 그저 방황한다고만 여긴 게 미안했다. 대입은 아이의 꿈이 아닌 내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자 얼굴이 화끈거리고 눈물마저 맺혔다.
“엄마, 우리 반 1등은 공부 진짜 잘해. 그런데 되고 싶은 게 없대. 난 얼마나 다행이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게.”
나는 동글동글 예쁜 글씨를 보며 냉장고를 연다.
곡선을 보니 내 마음도 유연해진다. 아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오늘 저녁엔 따뜻한 밥 한 끼와 엄마가 응원한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손이 바쁘다. 그러나 마음은 천천히, 아들의 말처럼!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윤영주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