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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을 쬐우게 했더니 목장갑을 받았다

조회수 2017. 10. 26.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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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춥던 지난겨울, 나는 식당에서 숯불을 피워 손님들 상에 나르는 일을 했다.

유난히 춥던 지난겨울, 나는 식당에서 숯불을 피워 손님들 상에 나르는 일을 했다. 뜨거운 숯불을 다루다 보니 한겨울에도 땀이 절로 났다.


그러던 어느 저녁, 남루한 옷차림의 아저씨가 숯불 기계 앞에서 몸을 녹였다. 평소에 찹쌀떡이나 초콜릿 파는 사람이 오면 문전 박대부터 하고 보는 사장님 성격을 알기에 고민했다.


불을 좀 쬔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숯은 어차피 다 타고 재만 남을 테니 누군가 그 숯불로 몸을 녹이는 정도는 괜찮을 듯했다. 하지만 사장님이라면 이마저도 안 된다고 할 것이 뻔했다.


나는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타일러 돌려보내려 했지만 아저씨 얼굴을 가까이에서 본 순간 차갑게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사장님의 불호령과 역정은 뒷전이 되었다.

“많이 춥죠? 사장님만 안 보면 괜찮아요. 따뜻하게 몸 좀 녹이고 가세요.” 


아저씨는 그 뒤로도 가끔 들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새 목장갑 한 켤레를 주었다. 선물을 건네는 아저씨 손에는 구멍 난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새 장갑 한 켤레는 아저씨에게도 소중하고 간절했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어도 고마운 마음을 전할 줄 아는 아저씨를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실속만 챙기던 내 모습 때문이었다. 내게 깨달음을 준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을 입은 사람이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지훈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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