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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팠던 어머니는 젤리를 주셨다

조회수 2017. 10. 2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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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들어온 건 어머니의 그렁그렁한 눈과 그 옆에 놓인 과일 맛 젤리.

참 오랜만에 휴가를 나왔다.


어머니는 못난 아들 조금이라도 빨리 보겠다며 방문을 열어 둔 채 기다렸다. 내 눈에 들어온 건 어머니의 그렁그렁한 눈과 그 옆에 놓인 과일 맛 젤리. 그것을 보니 철없던 초등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어머니는 몸이 아파 입원했다. 아버지는 간호하느라 종일 병원에 있었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 두 학년 위인 누나를 기다렸다. 누나가 오면 공기놀이를 하고 싶어 열심히 연습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드디어 누나가 왔다. 마냥 신나서 공기놀이하자고 매달렸다. 그런데 누나가 병원에 가자는 거였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보기 위해 따라나섰다.


어머니는 누운 채로 나를 부둥켜안았다. 볼 위로 느껴지는 눈물 방울방울. 어디가 아픈지, 왜 우는지보다 더 관심 가진 건 어머니의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그 찰나, 눈에 들어온 과일 맛 젤리.


“엄마, 나 저거 먹어도 돼?”

어머니는 서둘러 서랍 위에 둔 과일 맛 젤리를 챙겨 주었다.


그날 이후 공기놀이보다 병원 가는 게 재밌어졌다. 병실에 들어서기 무섭게 서랍 위를 힐끔 보고 젤리를 날름 집어삼켰다. 날이 갈수록 젤리에 대한 사랑은 커졌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던 파인애플 맛 젤리가 있는 날이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중학생이 돼서야 알았다. 젤리는 누가 사다 준 게 아니라 나를 위해 꼭꼭 챙겨 놓은 어머니의 달달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최요한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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