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나를 천재라고 불러 주면 좋겠다"

조회수 2017. 8. 31.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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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말문이 트이자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 냈고, 그때마다 식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생은 정말 예쁜 짓만 골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남동생이 태어났다.


삭막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누나와 나도 바뀌었다. 우리는 사춘기로 예민했지만 동생을 위해 고운 말만 썼다. 동생은 말문이 트이자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 냈고, 그때마다 식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생은 정말 예쁜 짓만 골라 했다.


그런데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난 다시 날카로워졌다. 마냥 귀여워 보이던 동생도 어느 순간 신경을 건드리는 존재가 되었다.


한번은 책상에 둔 내 한문숙제에 낙서를 했다. 나는 화가 나 호되게 혼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동생은 더 이상 내 방 문지방을 넘지 않았고, 난 버릇을 고쳤다며 뿌듯해했다.
 그 뒤로도 기분이 언짢을 때마다 혼내니 언젠가부터 동생은 나만 보면 주눅들었다. 


초등학생이 된 동생이 수업 활동지를 가져왔다. 주제는 '가족이 내게 해 주었으면 하는 말'이었다. 흥미롭게 읽어 내려가다 멈칫했다.

“형이 나를 천재라고 불러 주면 좋겠다. 같이 놀아 주고 칭찬해 주면 좋겠다.”


그동안 조용히 하라며 윽박지르고 짓궂은 장난만 쳤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동생이 어릴 때만 하더라도 한글 퍼즐을 맞추면 천재라 칭찬하고 볼이 닳도록 뽀뽀해 주지 않았던가.


나는 동생에게 믿음직한 형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처럼 작은 것 하나에도 칭찬하고 먹을 걸 사 들고 일찍 귀가했다. 그러자 동생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재롱떠는 복덩이로 돌아왔다.


곧 중학생이 되는 동생을 보니 나는 그대로인데 동생만 쑥쑥 크는 느낌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도 동생 덕에 한층 자랐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임휘준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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