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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가씨, 나 천 원만.

못 들은 척 허공을 봤으나 그는 손 내밀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천 원만 있으면 되는데…….”

어느 날,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광장에 서 있었다.


행인을 구경하던 중 지저분한 차림의 아저씨가 시야에 들어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와 눈주름, 황태처럼 마른 몸이 고목 같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가 말했다. 

“저기 아가씨, 나 천 원만.” 

못 들은 척 허공을 봤으나 그는 손 내밀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천 원만 있으면 되는데…….”


결국 나는 지갑에서 천 원 한 장을 꺼내주었다. 그는 두 손으로 받아 들곤 연신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어딘가로 향했다.


친구가 늦는다기에 앉을 곳을 찾는데 그 아저씨가 저 멀리 보였다. 검은 봉지를 들고 광장 구석으로 바삐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자리한 나무 옆엔 허름한 담요가 깔려 있었다. 그는 이내 봉지에서 과자를 꺼냈다.


'과자로 끼니를 때우는 건가? 좀 더 넉넉히 드렸어야 했나…….'라고 생각하던 찰나, 그가 플라스틱 그릇에 과자를 잔뜩 붓더니 어딘가를 향해 손짓했다. 잠시 후 군데군데 털이 빠진 강아지가 다가와 그릇에 코를 박고 과자를 먹었다. 


아저씨는 강아지를 한참 쓰다듬었다. 자세한 사연은 알지 못했지만 어려운 상황에도 먹을 걸 나눠 주는 그에게 강아지는 가족 같은 존재였으리라.


아저씨는 반 평밖에 되지 않을 담요 위를 여느 집보다 따뜻한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뛰어오던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도 나는 한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정유나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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