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으로 빛나다, '인터랙티브 무비'

조회수 2018. 6. 4. 12: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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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매된 화제의 작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사진출처: 소니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누구나 영화를 보며 ‘내가 주인공이었으며 저기서 다른 선택 했을 텐데’라는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러한 상상을 게임으로 옮긴 작품이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퀀틱 드림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분기점에서 선택을 내리면,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스토리가 영화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영화를 플레이 하는 듯한 재미’를 내세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대체 어떤 장르라고 봐야 할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플레이하고 감동받아 비슷한 게임이 더 없나 찾아본 게이머라면, 아마 이러한 게임들이 RPG도 어드벤처도 아닌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로 구분된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잘 들어본 적도 없고, 게임인지 영화인지 구분도 안 가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 ‘인터랙티브 무비’란 대체 어떤 장르이고, 여기에 속하는 주요 작품들로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영화를 플레이 하는 게임,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의 특징과 역사를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 영화를 플레이하는 장르 ‘인터랙티브 무비’ 
▲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가 이어지는 어드벤처 게임 '소서리!' (사진출처: 스팀)

일반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를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는 게임을 소위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설명만 듣고 보면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생길 수 있다.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변화하는 특징은 비단 ‘인터랙티브 무비’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게임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스토리 전개’라는 말만 들어서는 ‘인터랙티브 무비’가 뭐가 특별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어드벤처 게임은 플레이어가 주인공을 움직여 여러 사건을 겪고 이를 통해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플레이 한다. 그런데 어떤 어드벤처 게임은 주인공이 다른 NPC와 대화하고, 여기서 어떤 대화문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다른 스토리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예를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가 ‘킹스 퀘스트(2015)’다.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분기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주인공을 대하는 백성들의 태도는 물론, 훗날 주인공 손주의 정신세계까지도 달라지게 된다. 

▲ 스토리를 직접 선택하는 재미에 영화적 연출까지 더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언틸 던'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인터랙티브’ 무비’는 이러한 어드벤처 게임의 하위 장르다. 일반 어드벤처 게임처럼 플레이어가 정한 선택지로 스토리가 바뀌는 것에 더해, 자기 선택이 영화처럼 멋지게 연출되는 것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상에 초점을 맞춘 만큼 직접 조작하는 요소는 다른 장르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감상’이라는 강점을 얻은 대신 ‘조작의 재미’를 포기한 셈이다.


대부분의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은 선택과 감상의 연속으로 구성됐다. 플레이어는 영화처럼 진행되는 스토리를 감상하다 특정 분기점에서 퀵 타임 이벤트 식으로 제시되는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그러면 이후의 스토리는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조작 요소는 이처럼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거의 전부다. 

▲ 선택지 고르는 거 말고는 딱히 조작할 게 없는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 '워킹 데드'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이렇듯 ‘인터랙티브 무비’는 다양하게 준비된 분기 스토리와 영화적 연출을 통해 ‘선택’과 ‘감상’의 재미에 집중한 어드벤처 게임의 일종이다. 직접 조작 요소가 적은 탓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스로 내린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는 깊은 몰입의 재미를 준다. 그렇기에 ‘인터랙티브 무비’는 플레이어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장르로 자주 꼽히기도 한다.


  • 신생 장르 아니다, 의외로 오래된 ‘인터랙티브 무비’의 역사
▲ 게임이 아닌 영화 스크린에서 처음 탄생한 '인터랙티브 무비'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인터랙티브 무비’는 언제 처음 생긴 것일까?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용어가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출시와 함께 화제가 됐기에 최근 나온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인터랙티브 무비’는 생각보다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는 게임에서 처음 생긴 것이 아니다. 사실 연극이나 영화 줄거리가 내 뜻대로 흘러갔으면 생각한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1930년부터 이미 관객 선택에 따라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는 연극이 실험적으로 공연됐고, 1967년에 이르면 최초의 '인터랙티브 무비' 영화인 ‘키노오토맷(Kinoautomat)’이 스크린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 '키노오토맷' 관람 중 리모콘으로 선택지를 고르는 관객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정해진 스토리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관객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다른 스토리를 즐기는 '인터랙티브 무비'의 특징은 초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인터랙티브 무비’는 영화업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동시에 여러 관객이 관람하는 영화 특성상 여러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다는 데 있었다. 관객은 여럿인데 스크린은 하나다 보니 많은 ‘인터랙티브 무비’는 관객 투표로 선택지를 골라 진행됐다. 누군가는 원치 않는 스토리를 볼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구조에서는 '원하는 스토리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인터랙티브 무비' 특유의 장점도 살릴 수 없었다.


결국 ‘인터랙티브 무비’는 영화업계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반쯤 사장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인터랙티브 무비’가 완전히 끝장난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들어 '인터랙티브 무비'는 영화보다 잘 맞는 신생 매체를 하나 찾았다. 그것이 바로 비디오 게임이었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한 명의 플레이어만 참여하는 데다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는 요소까지 있었고, 영화보다 더욱 깊은 몰입을 제공할 수 있었다. 

▲ 만화영화처럼 보이는 '드래곤즈 레어'의 한 장면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게임업계로 영역을 옮긴 ‘인터랙티브 무비’는 1983년 작품 ‘아스트론 벨트’나 ‘드래곤즈 레어’를 비롯하여 인상적인 작품을 남기며 잠재성을 드러냈다. 다만 초기 작품은 기술적인 이유로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다. 영화처럼 끊기지 않는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미리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는 ‘풀 모션 비디오’를 써야 했는데, 당시 이를 제대로 재생할 수 있는 매체는 비싸고 사용하기 힘든 레이저디스크 정도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가 되자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은 대용량 하드디스크와 CD의 등장 등 기술 발달에 힘입어 약동하기 시작했다. 고전게이머들 사이에서 아직도 명작으로 꼽히는 ‘셜록 홈즈: 콘설팅 디텍티브’ 시리즈와 ‘판타즈마고리아: 퍼즐 오브 플레쉬’ 등이 이 시기 발매된 ‘인터랙티브 무비’ 작품들이다. 그런가 하면 ‘스타트렉’, ‘스타워즈’, ‘엑스 파일’ 등 영화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도 여럿 발매됐다. 

▲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바뀌는 스토리를 관리하는 '플롯 노드' (사진출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인터랙티브 무비’는 1990년대 여러 주목 받는 작품을 선보이며 게임업계 전체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 변화 중 하나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스토리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 이른바 ‘플롯 노드’를 정착시킨 것이다. 이전에 게임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법에서 체계화된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인터랙티브 무비'의 발달과 함께 선택지에 따른 스토리 관리법이 차츰 업계 전반에 정착하여, 보다 복잡하고 심도 있는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풀 모션 비디오'가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한 것도 '인터랙티브 무비'의 공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 게임들은 초창기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에서 받은 자극으로 진행 중간에 동영상을 자주 삽입했다. 그 중 유명한 것이 웨스트우드의 전략 시뮬레이션 '커맨드 앤 컨커'인데, 이 게임은 임무 중간마다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한 배우들이 실제 연기로 브리핑을 해주는 독특한 '풀 모션 비디오'로 자주 회자되고는 했다. 물론 '풀 모션 비디오' 활용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게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 '파렌하이트: 인디고 프로퍼시' 같은 명작도 있었지만, 차츰 하락세를 보였던 '인터랙티브 무비'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2000년대를 거치며 ‘인터랙티브 무비’는 그래픽과 사운드 등 기술적인 측면과 인터랙티브 내러티브 설계 양쪽에서 큰 진보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인터랙티브 무비’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세에 접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직접 조작 요소가 적어 지루하고, 이제는 다른 게임에서도 부분적으로나마 ‘풀 모션 비디오’를 활용해 영화 같은 연출을 보여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 주목할 만한 ‘인터랙티브 무비’,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선택과 감상의 연속인 '인터랙티브 무비', 어떤 작품이 있을까? (사진출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처럼 한동안 약세에 접어들었던 ‘인터랙티브 무비’지만, 2010년대 들어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하나씩 등장하며 다시 한 번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에 주목할 만한 ‘인터랙티브 무비’들로는과연 어떤 작품들이 있을까?

▲ 플레이어도 음울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헤비 레인' (사진출처: 퀀틱 드림 공식 블로그)

‘인터랙티브 무비’의 새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는 단연 2010년 발매된 ‘헤비 레인’을 꼽을 수 있다. 영세한 게임 개발업체였던 퀀틱 드림을 일약 어드벤처 명가 반열에 올린 이 작품은 폭우가 쏟아지는 미국 대도시 필라델피아를 무대로, 아이를 납치해 빗물에 익사시키는 살인마와 그 뒤를 쫓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네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움직여 스토리를 진행하며, 각 분기에서 내린 선택이 누적되어 총 23개의 엔딩으로 이어진다.


'헤비 레인'은 폭우가 쏟아지는 으스스하고 우울한 대도시 분위기, 미스터리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영화 같은 연출, 정신병적인 집착과 성(性) 등 묵직한 소재를 활용한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헤비 레인’은 2016년 PS4 사양으로 리마스터되어 출시됐으며, 르몽드 인터뷰에 따르면 2018년까지 총 530만 장이 판매됐다. 

▲ 게임 자체보다 엘렌 페이지를 모델로 한 주인공이 유명했던 '비욘드: 투 소울즈' (사진출처: 퀀틱 드림 공식 블로그)

퀀틱 드림은 ‘헤비 레인’의 성공에 힘입어 2013년 또다른 '인터랙티브 무비'인 ‘비욘드: 투 소울즈’를 발매했다. '비욘드: 투 소울즈'는 사후세계 영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녀 ‘조디 홈즈’가, 사후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차원의 문을 열고자 하는 정부기관과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비욘드: 투 소울즈'도 '헤비 레인'처럼 분기점에서 내린 선택이 누적돼 스토리에 반영되고, 총 24개의 결말 중 하나로 이어진다.


‘비욘드: 투 소울즈’는 여러 게임 전문매체들로부터 게임적인 측면에서 ‘헤비 레인’보다 퇴보했다고 비판 받았다. ‘헤비 레인’보다 스토리 선택지의 다양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대신 이 작품은 유명 영화배우 엘렌 페이지를 주인공 ‘조디 홈즈’ 모델 겸 성우로 삼은 점, 그리고 역사상 두 번째로 영화제에 소개된 게임으로 큰 화제가 됐다. 상호작용성을 포기한 대신 영화적인 측면에 집중했고, 실제로도 영화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던 셈이다.

▲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텔테일 게임즈 '워킹 데드'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 만화 풍 그래픽으로 질척한 음모와 치정을 그린 '더 울프 어몽 어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인터랙티브 무비' 하면 텔테일 게임즈가 2012년과 2013년에 출시한 ‘워킹 데드’와 ‘더 울프 어몽 어스’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 두 작품에서 특이한 점이라면 원작이 있다는 점이다. ‘워킹 데드’는 동명의 좀비 포스트 아포칼립스 드라마를 바탕으로 하며, ‘더 울프 어몽 어스’는 '크고 나쁜 늑대'와 '백설공주' 등 동화 캐릭터들이 21세기 도시에서 벌이는 음모와 치정을 그린 만화 ‘페이블즈’를 원작으로 한다.


두 게임은 앞서 소개한 ‘헤비 레인’과는 달리 만화적인 그래픽으로 미국 코믹스 풍 감수성을 짙게 느끼게 해준다. 다섯 작품이 발매된 ‘워킹 데드’ 시리즈는 올해 마지막 작품인 ‘워킹 데드: 더 파이널 시즌’이 발매된다. 또한 ‘더 울프 어몽 어스’는 아직 한 작품만 발매된 상태이지만, 올해 중 두 번째 작품이 발매된다.

▲ '허 스토리' 공식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허 스토리' 공식 홈페이지)

독립게임 개발자 샘 발로우가 제작한 2015년 작품 ‘허 스토리’는 다소 특이한 방식을 취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애인을 살해한 어느 여성의 진술 영상을 보고 사건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러 역할을 맡는다. 내용이 이렇다 보니 ‘허 스토리’는 다른 ‘인터랙티브 무비’에 비해 역동적인 연출도, 스토리 선택지도 적다. 대신 이 게임은 뒤죽박죽으로 섞인 모호한 진술 영상 속에서 작은 움직임, 목소리, 커피 취향 등 실제로 유심히 찾아야 알 수 있는 단서를 통해 사건 진상을 파헤치게 한다.


‘허 스토리’는 ‘인터랙티브 무비’에 흔히들 기대하는 시각적 자극과 선택지를 고르고 결과를 감상하는 재미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영상을 보고 실제로 추론하여 답을 내는 ‘시뮬레이트의 재미’를 내세웠다. 이처럼 독특한 작품성 덕에 ‘허 스토리’는 낮은 예산으로 만든 작품임에도 메타크리틱 86점에 달하는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워싱턴 포스트로부터 ‘개인적이고, 영화적이면서도, 즐거운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 그대로 숨어 있을 것인지, 아니면 도망칠 것인지 정해야 하는 '언틸 돈'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2015년 발매된 ‘언틸 던’은 눈 덮인 산장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사건을 그린 공포물이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식인 괴물 ‘웬디고’의 추적을 피해서 친구들과 함께 산을 탈출하고, 이 괴기스러운 사건 이면의 진실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매 순간 잘못된 선택을 내릴 때마다 친구들이 하나씩 잔혹하게 죽어나가고, 이로 인해 앞으로 이어질 다른 사건은 물론, 결말도 조금 달라지게 된다.


‘언틸 던’은 저장과 불러오기가 자유롭지 않은 시스템으로 공포를 더했다. 이 게임은 오직 자동 저장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스토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들, 이를 되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퀵 타임 이벤트로 갑자기 제시되는 매 선택지가 그야말로 살 떨리는 선택이다. 다만 플레이어를 자주 깜짝 놀라게 하는 데다 잔혹하고 괴기스러운 연출이 많으므로, 본인이 고어에 내성이 약하다면 플레이 전에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 

▲ 아름다운 영상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도 언급할 만한 ‘인터랙티브 무비’다. 2015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초능력을 지닌 소녀 ‘맥스 콜필드’가 우연히 친구 ‘클로이 프라이스’가 살해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시간을 되돌리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주인공 ‘맥스 콜필드’가 돼 계속 시간을 되돌리며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선택을 내리게 된다.


분기 선택에 따라 스토리 진행이 달라지는 것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도 여타의 ‘인터랙티브 무비’와 같다. 대신 이 게임은 소녀들 사이의 풋풋한 우정을 따뜻하면서도 우울한 감수성으로 잘 묘사한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었다. 게다가 그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레전더리 픽쳐스에서 실사 영화로 제작한다 발표했으니, 미리 플레이 해보고 영화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 세 안드로이드의 갈등과 선택을 스릴러 드라마로 묘사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사진출처: 퀀틱 드림 공식 블로그)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최근에 출시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파렌하이트: 인디고 프로퍼시’, ‘헤비 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로 어느새 ‘인터랙티브 무비’로 잔뼈 굵은 기업이 된 퀀틱 드림의 신작이다. 늘 독특한 주제의 드라마를 보여준 퀀틱 드림답게 이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의 인간성’이라는 철학적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안드로이드가 상용화돼 실업률이 치솟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 사건 전담 수사용 안드로이드 ‘코너’, 파탄 난 가정의 가정부 안드로이드 ‘카라’, 그리고 안드로이드 해방운동을 이끄는 안드로이드 ‘마커스’ 세 주인공을 내세웠다. 독특한 점은 셋 다 안드로이드임에도 각자 다른 처지에 있는 이들이, 플레이어 선택들이 누적되며 점차 상상도 못했던 상태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드라마틱한 연출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최신 ‘인터랙티브 무비’인 만큼 매우 사실적인 캐릭터 모델과 움직임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선택지로 계속 변화해가는 스토리와 충격적인 연출을 자랑한다. 다만 의외로 메타크리틱에서는 79점이라는 그저 그런 점수를 받고 있는데, 감점의 주된 이유는 스토리가 다소 진부하고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선택지에 따른 수많은 스토리를 준비하느라, 하나의 플롯만 준비하는 것에 비해 치밀한 정합성을 갖출 시간과 자원이 부족했던 결과로 보인다.


  • 게임과 영화를 잇는, 작지만 중요한 장르 ‘인터랙티브 무비’
▲ 게임과 영화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 작품, '비욘드: 투 소울즈' 촬영 현장 (사진출처: 퀀틱 드림 공식 블로그)

이렇듯 ‘인터랙티브 무비’의 개념과 간단한 역사, 그리고 2010년대 나온 대표작들을 꼽아보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를 계기로 ‘인터랙티브 무비’는 인기 장르로 떠오를 수 있을까? 아쉽지만 그렇지는 않을 듯하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터랙티브 무비’는 장르 특성상 필연적으로 직접 조작의 재미가 부족하고, 스토리에 플레이어 선택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다 보니 플롯도 상대적으로 허술해질 때가 많다.


이러한 약점 탓에 ‘인터랙티브 무비’는 지금까지 늘 취향을 타는 장르로 인식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높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받는 주목은 이례적으로 특출한 작품에 쏟아지는 것이지, 이 관심이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장르에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만 해도 발매 초기인 지금도 벌써부터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진부하고 지루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준다는 사람도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앞으로도 ‘특이한 장르’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특이한 장르’로 남는다는 것이 곧 ‘인터랙티브 무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화를 플레이 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대중적 욕망 중 하나다. ‘인터랙티브 무비’는 바로 이 오래된 욕망의 실현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기존 게임업계에서 활용되지 않던 독특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실험장으로 기능해왔다. 게임의 진화, 그리고 게임과 영화 간의 연계가 이루어지는 영역인 셈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비록 ‘인터랙티브 무비’가 RPG처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지언정,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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