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정말 마케팅을 못하는 걸까?

조회수 2018. 4. 5. 17: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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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마케팅” “수줍은 마케팅” “못하는 척, 안 되는 척”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 위 문장은 LG의 마케팅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LG는 마케팅을 못한다”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인 네티즌의 속내는 무엇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네티즌들의 반응을 분석해 보면 “LG는 제품 및 그룹사의 좋은 점을 소비자에게 전달을 못한다”로 설명될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LG는 마케팅을 못할까?”


이런 LG의 마케팅 방식에 대해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경영사상가 필립 코틀러의 명저(名著) 『미래형 마케팅』 에 비추어 진단해 보고자 한다.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마케팅의 정의에 대해서 명확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만 우리는 잘하고 못하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마케팅은 판매촉진을 의미하는가? 홍보 및 광고하는 것을 의미 하는가? 경영학부, MBA 과정에서 배운다는 마케팅이란 도대체 무엇인데 그 비싼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서 배우려고 한다는 말인가?


필자는 아쉽게도 마케팅에 대하여 명확한 범위와 실체를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마케팅이 명확하게 규정이 되는 순간, 그렇게 정의된 마케팅은 이미 시대에 뒤쳐진 죽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마케팅을 정의해야 한다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잘 반영하여 구매를 일으키는 모든 활동”에 경영 환경의 “변화”라는 시간적 개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결국 구매를 일으키는 모든 활동이란 어려운 개념의 “시간의 축”이 더해져서 개념이 계속 변화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필립 코틀러가 『미래형 마케팅』 에서 설명한 마케팅 정의(正意)는 아래와 같다.


‘마케팅은 상품을 판매하는 기술’로 정의 되었으나, 나중에는 ‘고객을 찾고 유지하는 과학 및 기술’로 새로이 정의되었다. 이후에는 ‘수익성 있는 고객을 찾고 유지하며 키우는 과학 및 기술’로 다시 정의 되었다.” (P.313)


앞서 필자가 언급하였듯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추어 기업이 해야할 활동을 “시간의 축”에 따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것이야 말로 마케팅의 정의(正意)를 가장 잘 담아낸 표현법이라 생각한다.


마케팅의 정의에 대해서 대략적인 개념을 잡았으니 『미래형 마케팅』 에서 설명하는 4P 마케팅 믹스에 맞추어 조금 더 구체적으로 LG의 마케팅 현황을 살펴보자 많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듯 4P는 Price, Place, Promotion, Product를 의미하며,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들이 이4P 중 하나로 귀속된다. (P 169)


네티즌들이 갖는 “LG는 제품 및 그룹사의 좋은 점을 소비자에게 전달을 못할까?”라는 의문을 4P에 투영하여 살펴보면, “제품”은 Products에 해당하며, “전달” 이란 개념은 Promotion(광고, PR)에 속한다. Price와 Place는 이 명제에 해당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제품의 “좋은 점”은 곧 소비자가 그 제품에 대한 가치를 이미 평가 했고 예상 가격을 이미 소비자 스스로 설정하였단 의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비슷한 가격 군 제품과 비교 했을 때 이미 긍정적 평을 내렸다는 점에서 Price항목에 속한다. Place항목은 어떨까? 디지털 플라자, 베스트 샵, 애플 스토어와 같은 유통 공간에서 제품의 좋은 점을 소비자는 체험 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유통 채널로써의 역할을 함으로 Place항목에도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소비자가 갖는 의문 “제품의 좋은 점을 소비자에게 전달을 못할까?” 라는 질문에 4P 마케팅 믹스를 피해갈 수 없는 곳은 한 항목도 없었다.


그러면 정말 소비자가 생각한 대로 4P 전략을 잘 수행하지 못한 것일까? LG의 제품 중 가장 소비자 접점인 휴대폰과 노트북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우선 휴대폰은 이미 삼성과 애플의 양강(兩强)체제인 상황에서 LG가 양대 거인들 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기능과 더 높은 효용으로 무장하여 높은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면, 양강 체제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태어난 제품들이 LG의 휴대폰이다.

▲ 삼성 갤럭시 노트8의 카메라 기능광고
▲ LG V30의 카메라 기능광고

V30 제품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한 풍부한 음질…, 카메라가 좋네 (이 광고는 LG V30로 촬영하였습니다.) 이 정도다. 하지만 휴대폰을 구성하는 요소는 용량, 디스플레이 패널, 배터리 시간 등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 하지만 15초의 미학이라 불리는 짧은 광고에서는 이 많은 제품의 강점을 나열할 시간도 없으며, 소비자 뇌리에 기억되지 않는다.


심지어 제품 카탈로그에서 조차 다 싣기가 어렵다. (G5의 배터리를 보조배터리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으나 광고에 누락되었던 점 등) 제품의 강점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으며 모든 회사의 마케터는 직관적으로 제품의 차별점을 소비자에게 각인 시키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그 중 풍부한 음질, 카메라는 마케터의 선택을 받았고 고객의 머리에 각인되었으며 나머지는 마케터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대로 LG 노트북 그램을 보자. 이름부터 1kg 미만의 “초경량 노트북”임을 강점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제품이다. 게이밍 노트북처럼 고사양 노트북이 아니며, CPU, 메모리, 디스플레이 화면, 저장공간 등 노트북의 성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무게”라는 가치에만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었다. “경쟁사에는 1kg 미만의 노트북이 없을까?” “무게 대비 성능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이러한 질문에 과연 LG 그램이 1등일까 생각해 보면 LG의 마케팅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진짜 노트북과 페이퍼 아트 작품. 페이퍼 그램이 더 무거움을 보여주는 광고이다.(유튜브 광고 캡쳐)

같은 회사인데도 하나는 아쉬움을 하나는 성공적으로 보이는 사례이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휴대폰의 경우 이미 LG 라는 브랜드에 대한 포지셔닝이 삼성, 애플에 비해 매우 뒤졌고, 이미 삼성, 애플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레드오션 항목인 사운드와 카메라 기술에서 LG가 얼마나 경쟁사와 차별되는 혁신적 기술을 시장에 출시하고 소비자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였다.

반면, LG 그램의 경우 노트북 성능에 대해서 비교적 둔감하고, 엑셀, 파워포인트, 인터넷 검색이면 충분한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가치인 휴대성(무게)에 초점을 맞추었고, 상품기획단계부터 베스트 샵에서 무게와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은 물론, 심지어 제품명까지 휴대성에 집중한 결과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노트북이 아님에도, 1kg 미만의 노트북은 이미 전세계의 제조사가 상용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 되었다. 휴대성이란 소비자 가치에 초점을 맞춘 대표적 블루오션 마케팅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LG의 마케팅을 4P 마케팅 믹스에 맞추어 보았다면, 필립 코틀러는 『미래형 마케팅』 에서 기존의 4P와 다른 새로운 2P를 추가했다. (P.170) 바로 Politics (이하: 정치적 요소)와 Public Opinion(이하: 여론)이다.


정치적 요소는 현재 LG 마케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이프 가드로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조치가 작게는 가격 폭등, 크게는 생산공장 이전으로 기업은 반응할 것이며, 마케팅을 넘어 인사 조직, 법적 대응 등 다양한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확하다.


얼마 전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활동에 정치적 요소가 얼마나 타격이 큰지 모두가 이미 경험하였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앞으로 다음 정권에서도 돈 내라 하면 내고, 또 청문회 나오실거에요?” 라는 모 국회의원 질문에 “국회에서 입법을 해서 막아주십쇼”라는 LG 구본무 회장의 대답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마케팅의 “정치적 요소”를 넘어 “여론”이란 항목에도 영향을 미침을 볼 수 있다.

“여론” 이란 항목은 다른 국내 대기업의 마케팅을 비교하였을 때, LG 마케팅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구인회 LG 그룹 창업 회장이 일제강점기 임시정부에 독립운동을 지원하였고, 6.25 참전 용사 지원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아 네티즌들이 홍보를 대신해주겠다는 장난스러운 핀잔 듣고 있는 상태다.


사실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봉사활동 및 사회복지가 아니다. 기업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이윤을 창출해야만 영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기업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LG의 위와 같은 활동은 수익을 내는 마케팅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기업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이 과거에는 이윤창출 및 경제발전에만 초점이 맞추어 졌다면, 현대사회는 소비자들이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민소득도 높아졌으며 국민들의 의식도 많이 변화하여 소비자들이 “올바른 소비”를 판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우리 속담은 말 그대로 옛말이 되었으며 기업이 수익을 추구하는 방법도 투명하고, 정의롭고, 사회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치를 소비자들이 추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가 중요한 부분을 자리를 잡았다.


앞서 언급한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이미 기업들은 여론의 힘을 충분히 경험하였다. 그 어느 때 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상생, 노동자의 근로시간 등 다양한 가치들이 소비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단순히 대기업 총수의 사면 수단과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적 사재 출연과 같은 기부 보다는 진정성을 이미 소비자들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LG그룹은 앞서 언급한 선행 이외에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 개념을 적용하고, LG의인상, 임시정부 청사 복원 등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독자들은 예상을 했겠지만 “LG는 마케팅을 결코 못하지 않는다. 이미 LG그룹의 심볼로고인 “미래의 얼굴” 은 전 세계인이 다 아는 브랜드 로고가 되었고 그 뒤에는 LG 그룹의 마케터들의 노력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 최초로 라디오를 제작하며 금성사로 시작된 LG 그룹이 뛰어난 기술력이 있음에도 선두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보다 대기업 특유의 경직된 기업문화를 벗어나고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일등 LG”라는 기업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마케팅적 사고를 갖게 되기를 기대 해 본다.


LG 그룹은 과거 재벌이라 불리며 성장 위주형 그룹형태에서 탈피하여 기업이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실현하는 좋은 본보기이자 사회공헌 선두 기업이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미래의 얼굴”을 보며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더 강도 높은 마케팅 혁신으로 LG라는 브랜드가 창사 71주년을 넘어 영속하기를 “사랑해요 LG” CM 송을 흥얼거리며 응원해 본다. 

필자 : 제이올로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디스플레이 제조사에서 기술 영업 및 마케터로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였다. 현재 외국계 기업의 제품 마케터로서 시장의 흐름을 타고 떠도는 풍운아. 마케팅은 흐름을 만들고 타는 것이란 생각에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와 본인의 이니셜 J를 합쳐 만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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