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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처럼 '영원히 재택근무' 외친 한국 회사

조회수 2021. 4. 26.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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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간 선택의 결과

경영지원부터 영업까지.
전 직원 100% 재택 근무하는 회사
그렙 공동대표 임성수 인터뷰



Q. 그렙은 어떤 회사인가


개발자의 커리어를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채용을 돕는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수로서 몇몇 제자들을 실리콘밸리에 취업시키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개발자는 실력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발자가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 아니었다. 취업을 위해 영어나 자소서에 시간을 빼앗기는 등 직무와 관련 없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제대로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코딩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채용까지 돕게 됐다. 작년부터는 온라인 시험 감독 프로그램인 ‘모니토’라는 서비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Q. 언제부터 재택근무로 전환했나?


시작은 코로나 때문이었다. 회사 초창기부터 나와 공동대표는 ‘직원들이 쓸데없이 지불하는 비용을 없애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왕이면 근무시간도 자유롭고, 휴가도 알아서 쓰고, 일하는 환경도 각자의 취향을 살려주고 싶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터지면서 우리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게 되었다.

‘영원히 리모트(원격 근무)로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장점을 찾아보니 출퇴근에 들어가는 비용과 높은 주거비 부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입사원 중에 경기도에 살다가 회사 근처인 신논현역으로 방을 옮긴 경우가 있었는데, 월세가 비싸서 둘이 좁은 방에 엉켜 사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잘 정착시키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Q.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회사 전체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장점을 논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만족도가 매우 높다. 무엇보다도 인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역량을 갖췄어도 여건이 안 되어 서울에 있는 회사랑 일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고 지원한다. 덕분에 최근에는 부산과 양양에 있는 실력 있는 인재들도 채용하게 됐다. 누군가 ‘일 년간 제주도에서 살다 올게요’라고 해도 우리 회사는 문제 삼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사무실 비용이 안 들어간다는 것. 10명의 자리만 남겨두고 사무실을 모두 정리했다. 사무실 구하느라 들어가는 시간, 실제 임대료 등 모든 게 줄어들었다. 또 직원들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그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 각자 집에서 근무하다 보니 일을 알아서 찾고 성과를 내보여야만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직원들의 자율성과 만족도도 상당히 높아졌다.

대화할 때 군더더기가 적어진 것도 좋은 점 중 하나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 여럿이서 말을 하다 보니 그 틈에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말만 하게 되고 잡담은 줄어들어 회의 시간도 짧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들 간의 연대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온라인으로 간식타임이나 회식도 하고, 스쿼트 클럽을 운영하는 등 소속감을 높일 기회는 충분히 만들어가고 있다.


실행하기 전까지는 리모트로 일하는 게 가능할 줄 몰랐다. 초반에는 리모트로 일하니 외롭다거나 적응을 못 하겠다는 직원들이 일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두가 익숙해졌다. 오히려 최근에 만났을 때는 ‘이제는 못 돌아갈 것 같다’고 말할 정도이다.

Q. 경영지원이나 영업팀은 재택근무가 수월하지 않을 것 같은데


도입 초기에는 행정업무나 영업을 하는 분들은 출근하려고 했다. 그런데 ‘무조건 재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라’고 얘기했다. 경영지원팀은 문서작업을 많이 하지만 앞으로는 인쇄하지 말고 무조건 스캔을 떠서 공유하게 하였더니 지금은 종이를 안 쓰게 되었다. 


또 리모트 이전에는 외부업체랑 계약할 때 사인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애초에 ‘우리는 계약을 온라인으로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라고 말씀을 드린다. 해외에는 리모트로 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좋은 툴이 많은데, 필요한 툴은 거기서 가져다 쓰면서 100% 리모트를 하게 되었다.


Q. 직원들은 어떻게 관리하나? 감시체계가 있나?


구성원들을 감시하기보다 신뢰를 쌓는 방법을 찾는 게 맞다. 눈앞에 없으면 막연히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실제로 중간관리자 중에는 그런 불안감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부하직원들이 일을 잘 하는지 불안해하고, 감독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항상 관리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믿고 맡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관리하려 들지 않고 한 번 더 소통하고 해결책을 찾아감으로써 자연스럽게 믿어주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Q. 리모트로 일하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이 있다면


코로나 이후로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이 달라졌다. 스스로 알아서 일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 협업에 능한 인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장 많이 본다. 


리모트로 일한다는 것은 소통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피드백을 받았을 때 그것으로 끝내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 ‘그 일을 하기 싫어한다’고 추측하거나 ‘그 일이 맞지 않나보다’고 판단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왜 그런 피드백이 나왔는지, 피드백의 의미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이제는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클리어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말 할 수 있는지,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는지 등을 보게 된다. 그래서 면접을 길게 하는 편이다.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많이 하고, 그전에 했었던 일들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된다. 이 사람이 우리 회사랑 잘 맞을지 아닐지.

Q. 많은 회사가 리모트의 장점을 알면서도 리스크 때문에 고민이 많다. 조언한다면?


오프라인 형태로 일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장단점을 놓고 저울질할 게 아니라 리더가 본인의 철학과 의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만약 ‘리모트로 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후로는 장점만 보고 나아가는 게 좋다. 시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극대화하고 문제점은 계속 보완해 가야 할 것이다.


협업모델 개발, 성과 측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않다. 하지만 그렙은 지난 1년 동안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 왔고, 잘 정착 되었으며, 직원들의 만족도와 성과는 굉장히 올라갔다. 그러니 올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면 문제점을 찾는 수고보다는 발생하는 불편함을 감수해 가면서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이 100명으로 늘어도 괜찮을까 싶지만,
'100% 리모트 성공사례'이고 싶기도 하다.

[한국의 원격근무 회사 탐방 리포트#4]
그렙(grepp)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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