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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직접 한국 소주 팔며 느낀점.jpg

조회수 2019. 5. 24. 2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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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매니아층도 형성되었다고.

해당 내용은 제가 필리핀에서 한국식 BBQ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실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한국이 아닌 머나먼 땅에서 200평의 대규모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갖은 고초를 겪을 때였습니다. 다행히 온몸을 다 바쳐 마케팅과 운영에 열을 올린 끝에 사업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쯤 저는 흥미로운 제안을 받게 됩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소주회사에서 ‘필리핀 유통 판권 계약’에 대한 제안을 받은 것입니다. 

한국에서 참이슬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유명한 회사였기에 저에게는 나쁠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 음식과 한국산 소주에 대한 인기는 날로 올라가고 있지만, 대형 소주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내가 대결할 수 있을까? 유통 단가도 비싼데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에 비해 기대하는 만큼 수익이 남을까? 고민 끝에 저는 원래 제안받았던 회사의 제품이 아닌, 제주도의 깨끗한 물로 만든다는 ‘한라산 소주’의 판권을 따오게 됩니다. 

ㅣ 왜 한라산 소주를 택했나?


당시 필리핀에서 소주 카테고리 내에서의 경쟁상대는 한국의 다른 소주들이 아닌 일본의 ‘사케’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국산 소주도 잘 팔리고 있었지만, 한국산 소주는 ‘한국 소주’ 그것이 다였습니다. 그에 비해 사케의 경우 ‘일본의 깨끗한 물로 빚은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케는 그냥 일본 소주가 아닌 일본 본연의 자연을 마신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런 경쟁상대를 이기기 위해서 한라산 암반수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로 만든 ‘제주 한라산 소주’는 저에게 딱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한라산 소주 회사에 직접 컨택해 필리핀 유통 판권에 대한 계약을 따게 됩니다. 

ㅣ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했나?


저는 해당 판권을 가져오면서 전략적으로 어떻게 브랜드를 홍보할지 고민했습니다. 제주도에는 한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관광지였고, 또 제주도 하면 깨끗함, 청아함 등의 이미지가 존재했습니다. 저는 그런 배경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제주도의 깨끗함을 담아낸 술’이 제가 밀어붙인 브랜드 이미지였습니다. 


또 한라산 소주를 ‘한국식 사케’로 포지셔닝 하였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했죠. “이것은 일반 한국식 소주가 아닙니다. 제주도의 깨끗한 물로 만든, 정확하게는 한국식 사케입니다” 이런 설명을 들으니 사람들은 재미있게도 그 의미를 쉽게 이해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소주가 아닌 제주도의 술이라는 새로운 판을 깔아버리니 사람들은 기존의 소주와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의 정당성이 생긴 것이지요. 


아마 기존의 소주 카테고리 내 술을 유통했다면 한라산 소주는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한라산소주가 다른 여타 소주에 비해 두 배는 비쌌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것이 우리의 큰 약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오니까 비싼 소주가 아니라, 제주도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 빚은 술이기에 비싸고, 이는 다른 소주 브랜드가 가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가 되리라 확신했습니다. 

ㅣ실제 필리핀 현지에서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한번 한라산 소주를 마셔본 사람들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것만 찾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소주를 찾을 때 많은 외국인들이 술 명칭을 말하거나 ‘한국 소주 중 아무거나’ 달라고 하는데, 한라산 소주를 찾는 사람들은 항상 ‘제주도 소주 주세요’ 또는 ‘코리안 사케 주세요’라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팬층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 레스토랑 외에 일식집에도 한라산 소주를 유통했는데, 그곳에서조차 잘 팔렸습니다. 특히 필리핀에서 어느 정도 부유한 사람들은 해당 소주를 즐겨 찾고는 했는데, 일반 소주 보다 2배나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소주만을 고집하는 견고한 팬층도 생겼습니다. 

ㅣ 한라산 소주를 유통하며 느낀 점 


사실 처음부터 한라산 소주를 가져오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레스토랑 매출도 꽤 높고, 사업적으로 여러 기회들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 요식업과 관련 없는 것들도 가져오려고 한국 출장도 꽤 많이 왔습니다. 가구부터 의류, 다양한 것들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당기는 브랜드들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짝퉁이 등장했을 때 대적할 만한 차별성이나 특별한 무언가가 없는 제품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차별성이 명확히 존재했던 한라산 소주가 제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해외 진출을 고려하신다면 저는 반드시 이 ‘차별성’이라는 것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쟁상대는 누구이고, 내 마켓은 어떻게 판을 짤 것 인지, 김밥과 스시는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확장성과 포용하는 시장도 다릅니다. 사용하는 단어 하나, 설명하는 문장 한 줄이 내 브랜드의 약점도 강점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한라산 소주를 그냥 한국 소주로 포지셔닝 했다면 한국의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고객들에게 선택받지 못했을 겁니다. 고객은 돈 낼 가치가 없다면 절대로 단돈 10원도 내지 않는다는 사실, 이 한 가지만 명심하세요. 

해당 내용은 <아시아 비즈니스 트랜드 리포트>를 배포중인 안태양님의 뉴스레터 입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들은 하단의 배너를 클릭해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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