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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리핀에서 치킨매장 운영하며 느낀점.jpg

조회수 2019. 5. 13. 13: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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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치킨 브랜드 '오빠치킨'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

필리핀에서 떡볶이 장사로 대박나 화제가 된 ‘안태양(33)’. 그녀는 20대에 나름의 성공을 맛보고 이후로도 다양한 브랜드들을 해외에 론칭하는 경험을 쌓았다. 그중 하나가 한국식 삼겹살 전문 레스토랑 ‘케이팝’과 치킨 브랜드 ‘오빠 치킨’이다. 


제대로 된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 한국에서 치킨집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생닭을 1천 마리씩 튀긴 그녀의 스릴 넘치는 경험담을 들어보도록 하자. 

#중국인 회장님과 의기투합하여 차린 '오빠치킨'


2013 년, 안씨는 중국인 회장님의 투자로 한국식 삼겹살 전문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되었다. 당시 매장의 수입이 매년 20%씩 성장하게 되자 그녀 없이도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 후 또 다른 사업분야를 고민하게 된다. 그때쯤 회장님과 동행하여 떠난 출장에서 한국 치킨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고 치킨집의 해외 진출을 논하게 되었다고. 

Q. 왜 하필 치킨이었나 


사실 투자하시는 회장님의 의견을 반영한거다. 출장을 갔다가 회장님과 함께 치킨을 먹게 됐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드시자마자 너무 맛있다고, 이 브랜드 프랜차이즈 마스터 브랜드(해외 진출권)를 사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그 브랜드에 바로 연락했다. 

Q. 그 브랜드가 오빠 치킨인가?


아니다. 오빠 치킨은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사려고 했던 회사는 다른 곳이다. 회장님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연락했지만 연락이 잘 안 닿았다. 고객센터로 전화해도 마케팅 업체인 줄 알고 피하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지인을 동원하여 관계자랑 연락이 되었는데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장사가 너무 잘 되니까 해외 진출을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 였던 것 같다. 


그래도 겨우겨우 설득해서 그 회사 대표님과 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미팅을 하고 나니 고민이 생겼다. 저력은 있어 보이고, '치킨도 브랜드도 완성도가 높지만 과연 실제 수익률도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들겨 봐도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특히 브랜드를 해외로 가져간다는 게 상자 한두 박스 구매하는 수준이 아니지 않나? 배 타고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 건데. 그래서 돈이 안 남을 것 같았다. 해외로 가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회장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계약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것이 저의 최종 결론입니다” 그랬더니 물으시더라. 왜 안 하냐고. 그래서 이렇게 브랜드를 해외로 가져가는 식으로는 수익이 남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하고 싶으시면 내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보겠다고. 

Q. 그랬더니 곧바로 OK 사인이 떨어졌나?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 부터 였다. 내가 치킨은 미친 듯이 먹어봤지만, 치킨을 어떻게 굽고 기계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문제나 결함이 생겼을 때 핸들링 할 줄을 모르면 리스크가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장님께 '저 한국 가서 치킨 좀 튀겨보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한국에 들어와서 치킨집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다. 밤마다 치킨을 100마리씩 6개월을 튀겼던 것 같다. 

Q. 역시 젊은 시절의 패기가 멋지다. 


그 때 내 나이가 31살이었다. 아르바이트생 치고 젊은 나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냥 마냥 튀겼다. 낮에는 소스 회사 찾아다니면서 어떻게 해야 소스를 만들고 유통할지 고민했다. 사실 이 부분이 치킨 튀기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 왜냐하면 치킨을 많이 팔아도 수익이 남지 않는 이유가 물류 쪽에 문제가 커서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스는 일단 70% 이상이 물이 포함되는데 그러다 보니 컨테이너에 적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차곡차곡 쌓으면 맨 밑의 소스가 터지고, 일단 봉지 상태로 압축이 되니까 차곡차곡 쌓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소스를 파우더(가루)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스업체 를 찾아가 ‘액체 소스를 맛은 변하지 않되 파우더로 만들어달라’고 말도 안되는 주문을 했다. 

Q. 소스의 파우더화는 결국 성공했나?


이게 말이 쉽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다. 액체 타입의 소스는 냉동을 하던 건조를 하던 가열을 하던 파우더로 만들고 나면 이것을 다시 액체로 만들어도 맛이 똑같이 나오지가 않는다. 점도도 똑같이 안 나오고. 하지만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필리핀에서 생닭을 싸게 받고 인테리어를 저렴하게 해도, 장기적으로 이윤이 나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작업만 1년을 했다. 


결국은 대부분의 소스를 파우더화 하는데 성공했다. 절대 불가능한 소스들인 고추장 같은 것들은 농축액으로 압축했다. 그렇게 거의 100% 적재 가능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한 파우더들을 만들어냈다. 

Q. 소스 개발 후 곧바로 치킨집을 오픈했나? 


아니다. 치킨 튀기면서 또 어떤 치킨이 맛있는 치킨인지를 고민했다. 우리나라 Top 치킨 브랜드들의 베스트셀러를 모조리 뽑아봤다. 그리고 문제점들을 다 찾아서 그걸 보완한 맛과 브랜드, 시스템을 만들었다.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주방 동선도 짜고. 왜냐하면 치킨집을 필리핀에서 오픈하게 되면 필리핀 사람들이 치킨을 튀기게 되지않나? 그러면 한국식 치킨을 모르는 이들도 완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했다. 그 과정도 꽤 오래 걸렸다. 

Q. 치킨집 하나 차리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1년 조금 넘게 걸렸다. 일반적으로 치킨집 하면 다들 쉽게 생각하시지만 나는 오래 걸린 편이다. 그 이유는 수익률에 대한 고민, R&D에 대한 고민 이런 것들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뉴를 만들고 컨셉을 만드는 것은 맨날 해오던 일이라서 그렇게 오래 안 걸린다. 한 달이면 한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살아남을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1년 만에 반짝하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되고 싶지 않았다. 

Q. 오빠 치킨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해외에서 브랜드들을 론칭하다 보니 느낀 게 직관적인 게 최고라는 것이다. 직관적이지 않으면 결국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야 했다. 고객들에게 우리 브랜드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자 오빠 치킨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한류를 좋아하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오빠’라는 단어를 아니까 거기에 치킨을 붙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식 치킨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출처: 필리핀의 유재석이라 불리는 한국 코메디언 라이언방

Q. 시작 후 현지 반응은 어땠나?


시작하자마자 잘 됐다. 안될 수가 없는 구조를 짰으니까. 필리핀에서 유명한 한국인 연예인을 모델로 선정도 했고. 소스도 한국에서 개발해서 직접 가져오니까 한국 치킨이랑 비교해서 맛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게다가 소스를 가져오는데 낭비되는 비용들도 모두 세이브 했다. 저희랑 거의 동시에 들어온 한국 치킨 브랜드들 중에서는 저희가 수익률이 제일 좋았다. 그러다 보니 프랜차이즈 브랜드 문의도 많이 들어왔었다. 

Q. 해외 진출은 정말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사실 해외에 한국식 무언가를 가지고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다. 3년 후에도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거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은 수익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장기적인 수익률을 고민을 많이 못한다. 지금 당장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브랜드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얼마 전 뚜레쥬르가 14년 만에 흑자를 만들어냈다는 기사를 봤다. 다들 대단하다고 기뻐했지만 대기업이니까 13년 적자 나도 버틸 수 있는거다. 일반 중소기업들이 13년 동안 버티기가 가능할까? 결국은 버텨서 수익률이 확실하게 나오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접고 돌아올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나는 항상 해외로 제품을 론칭 할 때나 컨설팅 업무를 볼 때 무조건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는데, 가장 명확한 기준이 결국은 수익률이다.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마진을 남기고 얼마나 마진을 남길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 이후로는 확장 가능성까지 고민할 수 있으면 더 좋고. 결국 그런 것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는게 헤드 또는 대표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 


해당 내용은 <아시아 비즈니스 트랜드 리포트>를 배포중인 안태양님의 해외비즈니스 경험을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그녀의 해외진출 경험기는 총 3회에 걸쳐 연재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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