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로 월 매출 1억, 비결은? "미소부터 바꿨어요!"

조회수 2018. 12. 29.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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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 떡볶이로 외국인 사로잡은 어느 '금손'의 이야기

25살, 거침없이 필리핀으로 날아가 혈혈단신 떡볶이 사업을 시작한 그녀 안태양. 잘 다니던 대학까지 때려치우는 바람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걱정시켰지만, 6개월 고생 끝에 떡볶이로 월 매출 1억을 달성하고야 만다. 현재는 김치시즈닝(김치소스)을 개발해 글로벌 사업 진출까지 꾀하고 있는 그녀. 가장 한국적인 제품으로 외국인들에게 사랑받기까지 어떤 혹독한 과정을 걸어왔을까? 직접 인터뷰해보았다.


Q. 왜 하필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했나?


처음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필리핀에 1년 정도 머물렀어요. 동생이랑 함께 갔는데 이상하게 외국인 친구들 데리고 한인마트 가서 ‘이 제품이 뭐가 맛있고, 이 제품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거야’ 이런 부분들을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사업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안 했었죠. 그러다가 한국 음식에 흥미를 느끼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수중에 있던 3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300만원으로 떡볶이 매장 창업이 가능한가.


쉽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야시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어요. 혼자 보다는 둘이 든든할 것 같아서 동생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어요. 동생이 요리하고 제가 팔고, 이런 식으로 포지션을 나눠서 일을 시작했어요. 첫날에 저희 엄청 울었어요. 왜냐하면 딱 2인분 팔렸거든요. 아직도 기억나요. 기대를 많이 한 만큼 저나 동생은 실망이 컸어요. 그럼에도 동생 앞에서 티는 못내고 집에 98인분 다시 다 싸서 왔지만 방에 들어가서 몰래 엉엉 울었죠. 

출처: 함께 떡볶이 매장을 운영했던 동생 안찬양

처음 겪어본 실패였고 동시에 당장 동생과 살아갈 돈이 없어서 무섭고 두려웠어요. 진짜 이제 됐다 성공할 수도 있겠다 느끼기까지 6개월 걸렸어요. 그 사이에 안 접은게 용하죠. 그러면서 제가 계속 생각했어요. ‘도대체 왜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걸까?’ 당시에 한류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필리핀 사람들이 한류에 빠져있던 시기여서 도대체 우리 제품이 왜 안 팔리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러다가 깨달은게 ‘내가 장사라는 걸 제대로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구나’라는 사실이었어요. TV에서 보면 사람들이 줄 서 있고, 모든 재료가 소진되어 오늘 가게 마감한다는 그런 드라마틱한 환상들만 보다가 실제로 장사를 해보니 장사의 장도 모르는 제가 성과를 낼 리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필리핀에서 장사와 관련된 책을 모조리 구입해서 비행기로 배송받았어요.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방법을 갈구했죠.


첫번째로 아주 단순한건데 제 표정부터 바꿨어요. 제가 항상 울상이었더라고요. 그래서 동생 보고 ‘내가 안 웃거든 팔꿈치로 나를 좀 쳐줘’라고 주문해가며 제 표정을 바꿨어요. 인상이 달라지니까 사람들과 저의 거리감이 확실히 줄어들더라고요. 

출처: 아이러브코리아 티셔츠를 입고 찾아오는 외국인들

또 끊임없이 생각했죠.’ 왜 사람들이 안 오는 걸까? 왜 한번 온 사람이 또 오지는 않는 걸까? 왜 이 고객 분만 오고 자기 친구는 데려오지 않는 걸까? 왜 우리 떡볶이를 맨날 먹지는 않는 걸까?’ 그런 고민들을 던지면서 풀어갈 방법들을 찾아갔죠.


그러면서 우리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특징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우리를 존재하게 할까. 당시에 야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했기 때문에 컴플레인이 정말 많았어요. 자리도 불편하고, 시끄럽고, 주차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가진돈으로 매장을 차릴 수는 없으니까 이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렇게 고민 끝에 저희 제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만들어냈죠.

‘당신이 우리 가게에 온다면 단순히 
떡볶이를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서울을 경험하는 것 입니다.’

사실 이 메시지는 고객의 피드백 속에서 찾아낸 거예요. 당시 열광하던 엽기적인 그녀 등 한국 영화들 보면 포장마차가 종종 등장했는데, 고객들이 떡볶이 먹으러 왔다가 꼭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포장마차 이미지를 저희 매장에 입혔어요. 우리는 에어컨도 없고, 의자도 없고, 주차장도 없다고. 하지만 이것이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이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오리지널이라고.

출처: 장사가 잘되서 나중에는 매장도 확대하게 된 그녀

그런데 놀랍게도 방향을 제대로 잡고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니까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떡볶이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니라 정말 작은 서울을 경험하러 저희 매장에 찾아오기 시작한 거죠. 어떤 날은 동생이랑 껴안고 또 엉엉 울은 적도 있어요.


이번에는 장사가 너무 잘돼서. 손님이 너무 많고, 줄을 300명씩 서니까 아무리 떡볶이를 퍼도 퍼도 손님이 줄지를 않는 거예요. 이제 됐다 싶어서 매장을 하나 두 개 더 열기 시작했어요. 야시장 여러 곳에서 오픈하면서 다발적으로 떡볶이를 팔다 보니 월 매출 1억이 나왔어요. 프랜차이즈 형태를 갖추게 된 거죠.


그 이후에 저희 떡볶이 브랜드를 보고 좋아해 주신 대표님께서 저희 브랜드를 사주셨고, 그 이후로는 제가 겪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비즈니스 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시작했어요. 바로 케이푸드의 해외진출을 돕는 일입니다. 칭다오와 하이네켄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의 중국 회사 한국 총괄 본부장직도 맡았고, 외식업 브랜드도 론칭하고요, 한라산 소주의 판권을 필리핀에 수출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배추에 무치기만 하면 김치가 되는 소스를 개발해 해외에 진출하는 사업을 하고 있어요. 한국 회사에서 투자받았고, 추후에는 한국의 다양한 소스들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그 외에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회사들과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컨설팅도 겸하고 있고요.

출처: 해외 바이어와 미팅중인 그녀 안태양

Q. 엄청 대단한 성과다..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부탁해도 될까.


세가지만 말씀드릴게요. 가장 첫번째는 자기 제품의 강점과 장점을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거예요.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판매하려는 제품의 특징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해요. 떡볶이로 예를 들면 떡의 질이라던가, 무게, 가격, 우리 떡볶이를 사 먹는 고객층은 누구인지, 다른 떡볶이랑 비교했을 때 우리가 갖는 강점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분들은 우리 제품이 마냥 좋고 맛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거든요. 게다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제품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누가 내 상품을 왜 사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죠.


두번째는 회사의 모든 정보와 진행되는 사업 관련 모든 내용을 문서화하세요. 회계부터 시작해서 제품 설명, 회사소개서 이 모든 것들이 문서화되어야 해요. 이게 준비가 안되어있으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해요. 대표가 부재했을 때 직원들은 죽었다 깨도 대표의 머릿속과 마음을 알 수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되려면 모든 것이 기록되어야 하죠. 


브랜드든 제품이든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일관된 정의를 느끼고 있어야 해요. 열대 과일로 예를 들면 직원a는 바나나를 떠올리고, 직원b는 망고를 떠올릴 수 있거든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정체성이 다르면 방향성이 모호해지죠.

또 문서화를 잘 시켜놓으면 굳이 푸드박람회를 가거나 해외 바이어들을 찾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실험을 강행할 필요도 없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제품 소개서를 만들어서 100개든 1000개든 콜드메일(모르는 회사에 소개서를 보내는 작업)을 보내는데, 그때 상대 쪽에서 저희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준비된 문서들을 보내기도 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발 빠른 대응과 신뢰도를 높일 수가 있어요.


마지막으로 SNS를 잘 활용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모두들 해외 진출은 해외 바이어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제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에요. 저희 같은 경우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통해서 저희가 만든 제품 광고를 뿌리고, 이벤트를 진행해요. 


그래서 현지인 당첨자들에게 제품을 보내주고 반드시 피드백을 받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다듬어지게 돼요. 그러다 보면 실제로 바이어랑 마주했을 때 우리가 받았던 현지인의 피드백들을 적용해 어떻게 상품을 디벨롭시켰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그것이 또 스토리텔링과 우리 제품의 히스토리가 될 수 있죠.


Q. 해외로 진출하는 제품들을 보면 한국에서 자리 잡은 뒤 해외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많다. 반드시 한국에서 흥행 한 뒤 해외진출을 고려하는 순서로 접근해야 하는가?


물론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들이 해외에 진출하기에는 훨씬 더 수월하죠.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있어요. 저희가 지금 개발한 김치시즈닝 같은 경우에도 사실 한국에서는 김장 할 때 젓갈도 쓰고, 고춧가루부터 다양한 재료들을 쓰잖아요? 


그런데 해외에 있는 친구들은 김치를 먹고 싶어도 그렇게 재료들을 모두 다 구비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케이스들을 고려해서 제품을 개발한 거예요. 외국인인데 한국 음식 좋아하고, 그런데 한국 요리를 하기에는 재료를 구하는 루트가 수월하지 않은 사람들.

사실 한국에서는 김치시즈닝이 전혀 필요가 없죠. 모든 재료를 다 구할 수가 있는데, 그렇게 봤을 때 이 제품은 한국에서는 안 먹히는 제품이잖아요. 한국에서 히트 칠 명분이 하나도 없죠. 대신에 저희가 잡은 타깃에게는 아주 딱 들어맞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글로벌 시장으로 놓고 봤을 때는 가능성 있는 아이템이 되고, 또 그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대표님께 투자도 받을 수 있었던 거고요.


Q. 10년간 몸소 해외에 브랜드를 론칭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저는 정말로 한국의 많은 회사들이 해외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해외시장이 커서 그런 막연한 이유 때문은 아니고요, 많은 분들이 해외진출, 한류, 케이푸드 이런 이야기들 하시는데 사실 지금 만큼 열광적인 때가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식이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우리나라 사람들만 한국 제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회사들이 제품을 만들거든요. 한국 제품이라고 한국 사람들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도 걱정하는 부분이 중국 회사도 한국 제품 만들고, 미국 회사도 한국 제품 만들고,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가장 한국적인 방식의 제품을 가지고 해외기업들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 안타까워요.


 ‘한국 거니까 한국사람들이 만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SNS 덕분에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어느 누구도 만들 수 있는 시대예요. 그 안에서 몸소 체험하면서 느낀 점은 좀 더 많은 기회들이 한국을 통해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결국은 이제는 누가 만드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가자면 제가 떡볶이를 팔기 위해 미친 듯이 고민했던 그것 ‘내 제품을 누가 왜 사 먹고, 어떻게 오랫동안 기억하게 할까?’의 해답을 찾는 게 해외진출의 가장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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