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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공간에 4000억 투자한 미국 회사 '어셈블리지'

조회수 2018. 10. 3. 09: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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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 일하면 성과가 터져나올지도.


#1. The Assemblage

꿈과 거대자본이 만나 탄생한 공간


25살 때부터 프리랜서 시장에서 살아온 나에게 사무실은 항상 낯선 공간이었다.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숨 막히는 공간.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해 온 나로서는 사무실보다는 코워킹스페이스가 맞았고, 기왕이면 넓게 트여 있으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공간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마저도 항상 거리상의 문제로 '굳이..' 싶은 마음에 집 앞 카페로 발걸음을 돌리고는 했다.

그러던 내가 뉴욕에서 지금까지 일하는 공간이 주던 '개념'이 박살 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특색 있는 공간을 구현해 낸 '어셈블리지'를 만났기 때문. 공간이 끝내주는 이유는 4천억이나 투자했기 때문일까? 진실은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여러분이 직접 판단하길 바란다.


ㅣ비밀스러움 보장하는 분리형 입구

대부분의 한국식 코워킹 스페이스의 경우 입구와 라운지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입구에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어셈블리지의 경우 프런트가 라운지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어 내부가 어떤지 전혀 짐작 할 수가 없었다. 

또 프런트에서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오묘한 형태의 식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어두운 조명 아래 초록빛의 로고는 신비스럽다 못해 비밀스럽기까지 했다. 마치 고대의 은밀한 의식장?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직원들은 복장을 모두 검은색 의상(정장도 아닌)을 깔 맞춤하듯 입고 있었다.

투어를 약속한 PR 매니저가 등장했을 때, 그녀 또한 검은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판타지 소설에서나 보던 비밀사교조직단 같은 느낌이 난다며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녀를 따라 라운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하마터면 "오 쉣!!!!"이라고 소리칠 뻔했다. 

ㅣ2600개의 식물로 채워진 공간

코워킹 라운지를 마주한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크고 넓은 라운지에 백인 흑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뉴욕타임즈에서 보던 진정한 자유로운 영혼들의 집합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출처: 2600개의 식물이 펼쳐져 있는 모습

공간은 더욱 끝내줬다. 곳곳에 형이상학적인 기호들이 잔뜩 새겨져 있었고, 조명이며 벽에 걸린 작품들, 소파, 테이블, 양탄자까지 모두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게다가 전체 공간이 꽤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진 나무, 뾱뾱하게 박혀 있는 풀 등 싱그러움을 물씬 품은 초록빛의 식물들이 다량으로 공간 곳곳을 메꾸고 있었다.'내가 지금 이 순간 건강해지고 있나?' 싶은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심지어 계단과 기둥들 틈새로 버섯마저 피어나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도대체 왜 기둥에서 버섯이 자라게 내버려 두는지(?), 식물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물었다. 

"이 공간은 2600개의 식물로 채워져 있어요. 그것은 바라보고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짐을 느끼게 하죠. 우리는 이곳의 멤버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일하기를 바래요.


궁극적으로는정식적-육체적-사회적인 건강을 추구하는 웰니스를 실현하고 싶어요. 버섯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단지 우리는 웰니스를 추구하고 그것을 표현했을 뿐이에요."

웰니스, 그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식물을 2600개나 옮겨왔을까? 싶은 생각들이 마구 튀어 오를 때 즘 통역을 도와주던 동생이 말했다. 


'웰니스'는 웰빙에서 한 단계 진화한 삶 전체의 건강함을 추구하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이기도 하다고.

ㅣ어셈블리지의 모든 것에 녹아있는 '웰니스'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어셈블리지의 멤버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몇 가지는 한국에서도 들어봤음직한 것들이었다. 특히 프로그램이나 음료 등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흔한 것들이다.


그러나 완성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그들의 디테일을 보면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 이 모든 서비스에는 그들이 말하는 '웰니스'가 일관성 있게 녹아있다.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3개만 꼽자면 다음과 같다.

1. 아침, 점심 식사는 로컬 기반의 오가닉으로 제공 

코워킹 라운지 옆에는 오픈형 주방이 있었는데, 이 공간마저도 식물들로 가득했으며 제공되는 식사들 모두 오가닉이어서 그야말로 초록빛 대잔치였다. 특히 이들은 식재료의 신선함, 그들이 추구하는 건강함을 완성하기 위해 전날 또는 당일 오전에 그 지역의 가장 신선한 재료들을 공수해와 요리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식사는 단순히 제공으로서의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닌 '건강한 삶을 위해 좋은 재료를 바탕으로 한 밸런스를 맞춘 식단'에 포커싱 되어 있었다. 이 방식이 다시 한번 '웰니스'의 기운을 느낀 대목이기도 했다.

출처: 각자 다른 컨셉의 공간들 (The Assemblage 제공)

2. 다채로운 참여형 프로그램과 각기 다른 목적의 공간

어셈블리지는 법조계부터 시작해서 심리학자, PR 전문가,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멤버십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어울리며, 그들 각자가 본인이 원하는 주제로 이벤트를 열 수도 있었다. 


또 어셈블리지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에도 참여 할 수 있다. 이때 명상, 요가는 물론이고 스토리텔링 수업, 정신적 치유를 위한 사운드 프로그램, 함께 차를 마시거나 영화를 보고 심도 있게 토론하는 것까지. 


폭넓은 주제의 프로그램들을 제공하여 멤버들이 그것을 향위하고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었다. 

또 이런 프로그램들이 가능한 공간들이 각 층마다 존재한다. 명상실, 수련실, 차 마시는 공간, 요가실 등이 있고 곳곳에는 누워서 일하다가 자는 사람, 그 한쪽에서는 자유롭게 요가를 하는 사람, 그 와중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각자가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서도 함께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공존하는 모습을 보며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3. BAR에서 이용 가능한 웰니스식 건강 음료

해당 지점의 가장 위층에는 또 다른 비밀스러운 공간이 숨어있었다. 이곳에는 BAR 느낌의 큰 테이블이 있으며, 그 옆에는 또다시 널브러져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해도 좋은 공간들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BAR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개개인의 컨디션에 맞는 건강 음료를 제공하는데, 이때 멤버들의 현재 상태에 맞춰 그 사람이 일을 시작한 시간, 쉬었던 시간, 현재하는 일의 업무 강도 등을 듣고 그에 적합한 음료를 제조한다고 한다. 또 음료에 사용되는 재료 또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식물, 향초, 약재들을 사용한다고 했다.


개인들의 신체리듬을 고려한 이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매니저의 답변에 더욱 놀랐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늘어놓고 싶지 않아요. 단지 , 멤버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어떤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팔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로 가득한 한국 사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깨달음을 안겨준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마침내 참고 참았던 질문을 꺼내고 말았다. 바로 이 공간을 만든 창업자에 대한 질문이었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멋진 공간을 만들게 된 걸까.

ㅣ4천억 투자해 꿈의 공간 실현한 이유

아니나 다를까. 어셈블리지는 그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부동산과 투자 관련 일을 하던 남자 둘이 공동으로 창업해 만든 어셈블리지는 그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창업자 중 한 명이 암에 걸려 치유를 위해 페루로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갖은 노력 끝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나아지는 경험을 하게 됐는데, 그 후 자신이 페루에서 받았던 그 느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4천억을 투자해 자신이 경험한 강력한 무언가를 실현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못해 미친거 아닐까? 싶어 동생에게 말하자 그녀는 답했다. 

"그게 미국식이야. 미국 사람들은 원래 하고 싶은거 다 해. 하고 싶은 무언가도 있고 돈도 있으니까 그냥 해볼래 이게 돼. 한국 사람들은 미친거 아니야 싶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 미국이야 언니"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4천억이 얼마나 큰돈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큰돈을 공간에 쏟아붓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강력한 믿음, 그것을 가능케 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 즘은 알고 있다. 


나도 미국에서 살았다면 이런 일들을 해볼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있고 없고는 크게 중요치 않다. 그저 꿈을 품고 마침내 그것을 실행해 옮겨 낸, 그 공간에 내가 지금 서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다름이었다. 


그 놀라움은 큰 자극이 되어 나의 작은 세계를 한방에 부숴버렸다. 



이제까지 한국 사회에서만 살아오며 느낀 점은 한국의 서비스들은 대부분 팔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할 수 있는 질문들은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팔릴까?',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야 팔릴까?' 정도였다. 


그나마 요즘 들어 한 단계 나아가 '어떤 경험을 주어야 팔릴까?' 정도로 확장된 것 같다. 

물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다. 또 사업을 위해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어셈블리지가 공간으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보며 질문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어셈블리지의 코워킹 라운지 사진 (The Assemblage 제공)

어떤 것을 더 나아지게 만들 것인가, 즉 고객의 상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셈블리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다양한 것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우리는 매력적이야'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는 당신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데 집중하고 있어. 당신이 멤버가 되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집중받는 경험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은 분명 네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야'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그들의 수준 높은 접근법을 보며, 꿈과 거대 자본이 만나 마침내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미국-뉴욕- 어셈블리지를 통해 끊임없는 자극의 파도에 올라탔던 그 어느 날이었다.



은사장과 황PD, 1년에 한번 기업의 스폰을 받아 <디지털노마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 2018년은 6월 한달 동안 뉴욕에 머물며 방문했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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