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비글 셜록이, 가족을 만나다
조회수 2017. 5. 17. 15:45 수정
평범한 일상 속으로
셜록이는 두 살이 된 비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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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이라고 하면 이런 에너자이저틱한 친구를 상상하기 쉬운데
셜록이는 좀 달라요.
셜록이는 '실험견 비글 생산'을 전문적으로 하는 유명한 브랜드, 마셜 바이오 리소스(Mrshall Bio Resources)에서 태어난 강아지거든요.
셜록이는 태어나고서 8개월동안 특수 훈련을 받고 서울의
한 연구소로 들어갔습니다. 연구소에서도 꼬박 8개월을 보냈죠. 귀의 코드번호는 그 시기가 남긴 마음 아픈 흔적입니다.
한 연구소로 들어갔습니다. 연구소에서도 꼬박 8개월을 보냈죠. 귀의 코드번호는 그 시기가 남긴 마음 아픈 흔적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온순하다는 이유로 실험에 쓰이는 비글. 셜록이는 연구소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셜록이는 연구소에서 '실험을 마쳤다'고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에 인계되었고, 병원에서 "비구협이 구조한 비글 중 가장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험군이 아니라 대조군으로 생활했지 않아 하는 대목.
비구협이 운영하는 쉼터에 가서는 낯선 환경에 '얼음 땡!' 상태로 굳어 있었지만 입소 10일만에 구조자들을 반기며 펄쩍펄쩍 뛰기도 했어요.
비구협에서 2달간 사회화 교육을 한 뒤, 셜록이는 일반 가정으로 임시 보호를 오게 됩니다. 엄마랑 아빠, 중학생 큰 형과 초등학생 작은 형이 있는 집이예요.
셜록이의 세상은 그 날을 기점으로 바뀌지 않았을까요? 셜록이를 데려온 준혁 씨 가족은 셜록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하고싶은 대로 하도록 도왔다고 해요.
셜록이가 집에 와서 처음 소변을 본 자리에 배변패드를 깔았고, 셜록이가 처음 누웠던 자리에 잠자리용 이불을 가져다 주었다고. 그래서 지금도 같은 자리에 소변패드와 이불이 놓여 있습니다.
준혁 씨 가족이 셜록이를 평생 가족으로 안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대요. 준혁 씨가 늦게 들어오면 시무룩해서 축 처져 있다가도 귀가 축하 쇼를 펼치는 셜록이는 누가 뭐래도 이 집 막내 아들! "그냥 어느 새인가 식구가 되어 있었다"는 게 준혁 씨의 설명입니다.
마샬 비글로 태어나 받은 특수 교육이 준혁 씨 가족의 사랑에 희석되어 가고 있기 때문일까요? 요새 셜록이는 먹을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억제하던 본능을 회복해가는 모양새예요. 가족들이 뭔가를 먹고 있으면 꼭 와서 냄새도 맡고 먹어보려 해서 기미 상궁이라고 놀림받기도 합니다.
처음엔 현관을 나서는 것도 싫어했지만, 이제는 아파트 단지에서 떨어진 곳으로도 산책을 갈 수 있어요! 하나씩, 조금씩, 천천히 나아지고 있는 셜록이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다만 집에 온 지 2달이 넘었는데도 아직 짖는 소리 한 번을 못 들어서, 병원 진찰대 위에서 동상처럼 굳어서 그게 마음이 쓰인다는 준혁 씨. 그래도 요새 셜록이가 다른 비글들처럼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해치기도(...) 해서 반갑다고, 천천히 괜찮아 지고 있어서 좋다고 이야기 합니다.
준혁 씨 가족은 셜록이에게 딱히 바라는 것은 없다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살았으면 한다고 해요. 셜록이도 같은 마음이겠죠? 부디 오래오래 눈맞춤을 하며 가족의 이름 아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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