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작지만 내 마음 속커다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조회수 2019. 6. 1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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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의 작 은 고 양 이 m o n p e t i t c h a t

덩치는 작지만 내 마음 속커다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게 힘들게 느껴졌던 그 날….


내게 고양이가 조용히 다가와 궁둥이를 붙이고 털썩 누웠다. 팔에 닿은 고양이의 털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간지러운 온기를 느끼며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거 별거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표정으로 몸과 발을 그루밍한다.


내가 돌봐 주어야 하는 작은 고양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느새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커다란 존재가 되어있었다.​

 

프레디와 가지


그녀보다 작고 어렸지만, 이제는 그녀보다 나이 든 고양이 프레디와 뚱냥이 (싸)가지.


똥꼬발랄 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따뜻한 해가 드는 창가에 조용히 모여서 광합성을 한다.


그녀는 빨리 꽃 피는 따뜻한 봄이 오길 바라며 창밖을 본다. 두 고양이는 나갈 일도 없으면서도 몸단장하기 바쁘다.


나도 그녀와 함께 기도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봄에도 오늘 같은 날이 계속되길….​ 

다로


두 여자와 함께 사는 멋진 턱시도 고양이.


특기는 날벌레 사냥이고, 반짝이는 빵끈을 좋아한다.


기분 좋을 때 부르는 골골송으로 두 자매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녀들처럼 나도 가만히 숨을 죽이고 귀 기울여 본다.


그르릉~ 그르릉~​

 

꾸꾸


오래전 대학로 골목길에서 우리를 보고 발라당 눕던 집 나온 고양이가 있었다.


“냐아아옹~” 겨우 나오는 갈라진 목소리가 길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우리 집에서 두 달 정도 임시보호 후에 지인이 입양했다.


꾸꾸는 새 동거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쑥쑥 컸다. (옆으로) 구석에 누워있으면 벗어놓은 털 실내화 같았는데, 어느 사이 소파 위의 쿠션같이 커졌다.


복실복실한게 만지고 싶게 생겼다. 통통한 찹쌀떡 같은 발을 조물조물 만졌다가, 곧게 뻗은 수염도 살짝 당겨본다.


깃털 부채 같은 꼬리가 살랑~ 바람을 일으킨다.​ 

모키



통통한 꼬리와 짧고 두툼한 발 그리고 커다란 얼굴을 가진 고양이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집을 나와 방황하는 걸까? 한동안 수소문했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카페모카를 좋아하는 그녀. 모키라는 이름으로 고양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모키는 여전히 골목길을 누비며 길고양이들과 골목대장 놀이를 한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커다랗고 귀여운 고양이가 된다.​ 

설기씨


2008년 어느 가을, 바싹 마른 길고양이가 친구의 품에 안겨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푸석한 얼굴에 분홍 코가 반짝였다. 흰털 위에 까만 콩 몇 개를 올려놓은 모양이 백설기 떡 같았다.


백설기, 설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날 이후 우린 서로 의지하며 10년을 같이 살고 있다.​



CREDIT​

글·사진 에이치 

에디터 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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