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작지만 내 마음 속커다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
덩치는 작지만 내 마음 속커다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게 힘들게 느껴졌던 그 날….
내게 고양이가 조용히 다가와 궁둥이를 붙이고 털썩 누웠다. 팔에 닿은 고양이의 털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간지러운 온기를 느끼며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거 별거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표정으로 몸과 발을 그루밍한다.
내가 돌봐 주어야 하는 작은 고양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어느새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나를 안아줄 수 있는 커다란 존재가 되어있었다.
프레디와 가지
그녀보다 작고 어렸지만, 이제는 그녀보다 나이 든 고양이 프레디와 뚱냥이 (싸)가지.
똥꼬발랄 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따뜻한 해가 드는 창가에 조용히 모여서 광합성을 한다.
그녀는 빨리 꽃 피는 따뜻한 봄이 오길 바라며 창밖을 본다. 두 고양이는 나갈 일도 없으면서도 몸단장하기 바쁘다.
나도 그녀와 함께 기도한다. 내년에도 그다음 봄에도 오늘 같은 날이 계속되길….
다로
두 여자와 함께 사는 멋진 턱시도 고양이.
특기는 날벌레 사냥이고, 반짝이는 빵끈을 좋아한다.
기분 좋을 때 부르는 골골송으로 두 자매를 행복하게 해준다.
그녀들처럼 나도 가만히 숨을 죽이고 귀 기울여 본다.
그르릉~ 그르릉~
꾸꾸
오래전 대학로 골목길에서 우리를 보고 발라당 눕던 집 나온 고양이가 있었다.
“냐아아옹~” 겨우 나오는 갈라진 목소리가 길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우리 집에서 두 달 정도 임시보호 후에 지인이 입양했다.
꾸꾸는 새 동거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쑥쑥 컸다. (옆으로) 구석에 누워있으면 벗어놓은 털 실내화 같았는데, 어느 사이 소파 위의 쿠션같이 커졌다.
복실복실한게 만지고 싶게 생겼다. 통통한 찹쌀떡 같은 발을 조물조물 만졌다가, 곧게 뻗은 수염도 살짝 당겨본다.
깃털 부채 같은 꼬리가 살랑~ 바람을 일으킨다.
모키
통통한 꼬리와 짧고 두툼한 발 그리고 커다란 얼굴을 가진 고양이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집을 나와 방황하는 걸까? 한동안 수소문했지만,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카페모카를 좋아하는 그녀. 모키라는 이름으로 고양이를 부르기 시작했다.
모키는 여전히 골목길을 누비며 길고양이들과 골목대장 놀이를 한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커다랗고 귀여운 고양이가 된다.
설기씨
2008년 어느 가을, 바싹 마른 길고양이가 친구의 품에 안겨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푸석한 얼굴에 분홍 코가 반짝였다. 흰털 위에 까만 콩 몇 개를 올려놓은 모양이 백설기 떡 같았다.
백설기, 설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 날 이후 우린 서로 의지하며 10년을 같이 살고 있다.
CREDIT
글·사진 에이치
에디터 강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