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 매거진C] 스위스에서 만난 나의 아이들, 노아와 폼폼​

조회수 2019. 5. 1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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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위 스 에 사 는 고 양 이


스위스에서 만난 나의 아이들, 노아와 폼폼​


고양이를 입양할 계획은 있었지만 인연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남편도 나도 낯설 었던 나라 스위스에 온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다. 스위스에서 집을 구하고, 가구를 들이고, 거주증과 의료보험 등 각종 행정 처리를 마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한숨 돌릴까 하던 차에 남편이 인터넷에서 새끼고양이 남매 입양 공고를 발견한 것이다. 


스위스의 풍경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고양이 입양 홍보글을 보면 예쁘게 찍은 고화질의 사진이 여러 장 첨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여기는 스위스다. 아이들 얼굴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지 감도 안 오는 저화질의 사진 딱 한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다행히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진 곳이어서 남편과 나는 아이들을 직접 보러 가기로 했다.


산이 많은 스위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높은 산 위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분양자의 집 역시 구불구불한 도로를 아찔하게 운전해서 가야하는 산 중턱에 있었다. 멀미가 날것 같은 운전 끝에 도착한 그곳은 산들로 둘러싸여 아름 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기 좋고 풍경 좋 은 곳에서 아기고양이들이 태어났구나 싶었다. 차에서 내리니 분양자의 어린 아들이 맨발로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아이를 따라 도착한 집 안에는 성묘 세 마리와, 뛰어다니다 못해 거의 날아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는 아주 활발한 새끼고양이 남매 두 마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끼고양이 남매를 직접 보고 돌아온 뒤 대략 한 시간 후 우리는 전화를 걸어 두 마리 모두 우리가 입양하겠 다고 입양의사를 밝혔다.


일주일 후 우리는 이동장을 들고 새로운 가족을 데리러 갔다. 그동안 검은빛 고양이는 노아, 노란빛 고양이는 폼폼이라고 이름도 지었다. 노아와 폼폼은 착하게도 스스로 이동장 안에 얌전히 들어가 주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태어난 곳을 떠나 새로운 가족인 우리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가게 되었다.​


 

조금은 힘겨웠던 첫 만남… 하지만


집에 도착해 설레는 마음으로 이동장을 열었다. 낯선 곳에 도착한 아이들은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 노아가 먼저 이동장에서 나와 준비해 둔 사료와 물을 먹고 집안 여기저 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민한 성격의 폼폼은 좀처럼 이동장 안을 벗어나질 못했다. 우리는 안달이 났다.


그 와중에 노아는 준비해둔 화장실 대신 이불 위에 실례를 하기까지 했다. 급히 이불을 빠는 동안 폼폼이 겨우 이동장 에서 나와 조심스레 집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노아가 예전 집에서 하던 것처럼 폼폼에게 장난을 거는데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둘만 두면 다칠까 걱정이 되어 결국 첫날밤은 내가 폼폼과 안방에서 함께 자고, 남편은 거실에서 노아와 잤다. 생각보다 매우 지치는 첫 만남이었다.


이튿날이 되어도 폼폼은 하루종일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료와 물을 가져다주어도 먹지 않아 남편과 나는 애가 탔다. 습식 캔을 스푼으로 덜어서 입에 대어주니 그제 야 조금 먹었다. 새로이 가족이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어렵구나 싶었다. 폼폼이 새로운 집과 새로운 가족에게 마음을 열어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상에 위안으로 스며들다


다행히 삼일 째부터 밥도 먹고 다시 노아와 장난도 치며 조금씩 경계를 풀어갔다. 반면 노아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신나게 집안을 탐색하고 캣타워에도 올라가고 아주 신이 났다. 놀다 지치면 거실 바닥 한가운데 철푸덕 드러누워 낮잠을 자곤 했다. 첫 만남은 살짝 어려웠지만 시간과 함께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스위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가족으로 다가와준 노아와 폼폼 덕분에 나는 이제야 이곳이 ‘내 집’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외국인인 나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주는 유일한 존재다. 아이들은 나의 일상에 큰 위안이 되어 주었 다. 우리의 가족이 되어 주어서 정말 고마워, 노아와 폼폼.​



CREDIT​​​

글·사진 이지혜 

에디터 윤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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