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

조회수 2019. 1. 2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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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H E L T E R


포기할 수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어요.


인천 쉼터 편

인천 부평에는 본래 이름보다 ‘모모하루’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 한 사람이 있다. 15년차 캣맘이자 보호소 구조 활동가, 두 곳의 임시보호소와 2018년 새로 문을 연쉼터에서 100여 마리의 유기묘와 유기견을 돌보는 고수경 씨다.

 

잃어버린 고양이 세 마리


15년 전까지 수경 씨는 평범한 애견인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버려질 처지에 놓인 고양이 셋을 맡게 되었다. 꼬물거리던 셋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몸집이 제법 커졌을 쯤, 수경 씨는 셋과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주차를 하며 평소 반려견과 함께 다닐 때처럼 차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잠시 볼 일을 보고 돌아왔을 때, 세마리 중 둘이 사라지고 없었다.


함께 살던 식구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수경 씨는 날마다 그곳을 찾아 밥과 물을 놓기 시작했다. 그걸 먹으러 아이들이 돌아오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 둘을 다시 만나지는 못 했다. 그 대신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제까지 있는지 몰랐던 길고양이. 기름 묻은 키친타월이나 한겨울의 눈으로 밥을 대신할 정도로 그들의 삶을 척박했다. 그 길로 수경 씨는 캣맘의 길에 접어들었다.



모모하루로 15년


길 생활의 고됨은 길고양이의 몸에 그대로 드러났다. 아픈 고양이를 만날 때면 수경 씨는 병원으로 향하곤 했는데, 우연히 보호소 연계 병원에 닿게 되었다. 이제껏 생각해보지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던 보호소의 진실이 거기 있었다. 많은 동물이 보호되거나 반환되기 보다는 일상처럼 안락사 처리되었다.


충격과 슬픔은 이내 수경 씨를 행동으로 이끌었다. 집 주변에 임시보 호소를 하나 차리고 보호소에서 동물을 구조해나왔다. 혼자서 구조와 치료, 돌봄, 입양까지 해낸 지 9년쯤 되었을 때는 두 번째 임시보호소를 열어야 했다. 수경 씨의 구조 속도보다 동물 유기 속도가 더 빨랐다.

호더 피해 동물과의 만남


인천의 한 재개발 지역, 발견 당시 40여 마리의 고양 이와 3마리의 개가 낡은 집에 방치되어 있었다. 동물을 자신의 집에 들였으나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고 충분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았으며, 번식을 통제하지도 않은 채 방임하여 지독한 고통으로 밀어넣은 가해자는 이미 범죄 현장을 떠난 뒤였다. 식기와 화장 실이 구분되지 않는, 밥도 물도 없어 서로를 먹어야 했던, 사체 옆에서 잠을 자고 사산을 하거나 임신 중 사망한 친구의 옆에서 죽은 새끼를 놓는 어미들이 곳곳에 있었다.


수경 씨는 각종 단체에 구조 요청을 했다. 개인이 감당 하기에는 개체수도 너무 많았고 건강 상태도 무척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단체들은 모두 포화 상태라며 난색 을 표했고, 수경 씨는 개인으로서 그들을 끌어안았다.


마침 그때 수경 씨는 쉼터를 준비 중이었다. 두 곳의 임시보호소에 있는 개체 중 입양이 가능할 친구들을 옮겨와 사진도 찍고 신청자와의 만남도 진행해볼 요량이 었다. 그러나 그 공간을 빽빽하게 채운 것은 호더 피해 동물이었다.


피해 동물의 건강 상태도 걱정이었지만, 사회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그렇다고 건강을 회복시킨 뒤 방사할 수도 없었다. 발견 지역이 재개발 중인데다 대부분 평생 실내에서 살며 호더 피해를 당한 까닭이었다. 이대로 사회화되지 못한다면 이들 모두가 쉼터 붙박이가 될지도 몰랐다. 그것을 15년 동안 이일을 해온 수경 씨라고 모를 리 없다.

죽어도 좋은 생명은 없다


요구조 동물 중에는 병원 이송 후 치료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곧잘 있다. 2018년 5월에 구조한 고양이도 그랬다. 인화성 물질로 심각한 화상을 입은 데다 이미 시간이 꽤 흘러 몸의 일부는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살기 어려워 보였던 이 고양이를 수경 씨는 구조했고, 병원으로 옮겨 치료했다. 한 달여의 치료에도 감염 부위가 너무 넓고 깊었던 까닭에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병원 미수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수경 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정도 상태 라면 포기하는 게 낫지 않았냐고. 수경 씨는 아이가 밥을 너무 잘 먹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살려고 하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냐고 했다.


호더 피해 동물 구조 때 역시,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고양이는 차라리 지방자치단체에 연락해 보호소로 보내 절차대로 하는게 낫지 않았겠냐고 물었다. 그게 수경 씨의 짐을 조금이나 덜게 하는 일일 것 같았다. 그러나 수경 씨는 어느 고양이가 심각한지 아닌지 봐서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누가 죽을지 누가 살지 알 수 없으니 아무도 포기할 수 없다고.



구조자의 책임, 반려인의 책임

어쩌면 그것이 수경 씨가 생각하는 활동가의 책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쓰레기처럼 쓰다 버린 생명이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동물을 떠나보내는 일에 무책임해지지 않는 것. 요구조 동물은 활동가에게 와서 잠시 쉬고 몸을 추슬러서 다시 평생 함께 할 가족에게로 떠나야 한다. 불행히도 입양 후에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가벼운 도전 후 변심, 몇 년 만에 사정이 변했다며 하는 파양, 처음 설명과 다른 관리 상황. 그럼에도 그녀는 안다. 구조된 동물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안전한 거처나 음식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줄 가족이라는 것, 구조된 동물은 가족을 만나야 하고, 그것이 새로운 길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구조된 동물이 쉼터나 임시보호소에서 길이 막히는 것을 그녀는 원하지 않는다.


동물 구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단체에게도 그렇겠지만, 수경 씨처럼 개인 활동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후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입양이다. 그런 것을 수경 씨를 통한 입양자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둘째나 셋째를 입양할 때 수경 씨에게 연락한다. 잘 돌보고 있는 첫째를 보여주며 고생하시는 “모모하루 님”에게서 둘째나 셋째를 데려오고 싶었다고. 수경 씨가 수경 씨라는 이름을 잃고 얻은 애처로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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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바다

사진 이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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