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직장이 비싼 부동산 만든다

조회수 2019. 6. 18. 10:3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직주근접’입니다. 직장과 주거지가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집값의 향방도 달라지는데요. 단순히 집 근처에 일자리가 많다고 집값이 올라가는 걸까요? 중요한 변수는 바로 일자리의 ‘질’, 즉 일하는 사람의 소득수준입니다.

억대 연봉자가 많이 사는 곳은?

국세청이 발간한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봉 1억원 초과 연봉자는 71만9,000명으로 전체 연말정산 근로자 중 4%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이는 전년도인 2016년보다 0.3%p 증가한 수치인데요. 그렇다면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조금 오래된 자료지만 지난 2015년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말정산 통계현황’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2013년도 귀속분 근로소득을 신고한 근로자 기준(2013년 1억원 초과 연봉자 41만5,500명)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이 거주 중인 곳은 46.7%(21만900명)을 차지한 서울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가 22.6%(10만400명)로 그 뒤를 이었고요. 전체 억대 연봉자의 70%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을 보면 이러한 통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짐작할 수 있죠.

직원 1인당 평균 연봉 1억 이상인 기업 소재지 봤더니

거주지 기준만이 아닙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1억원 이상인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곳도 수도권, 특히 국가중추기관이 몰려 있는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CBD), 테헤란로를 따라 대기업부터 IT∙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강남(GBD), 방송사, 증권가가 집적된 금융타운 여의도(YBD) 등 서울 3대 업무지구에 몰려 있습니다. 판교테크노밸리가 위치한 판교신도시나 기업 입주가 잇따르면서 신(新)업무지구가 형성된 마곡, 마포·상암 쪽도 고액 연봉자들의 분포율이 높은 편이고요.


실제로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가운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2018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억대 연봉 직장'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13곳이었는데요. 이 중 반도체 주력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판교에 본사를 둔 삼성물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서울 3대 업무지구 권역에 포진돼 있습니다. 2018년 국내에서 직원 평균 급여가 가장 높았던 기업인 에스오일(S-Oil)은 광화문 같은 도심이나 여의도로 이동이 편리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해 있고, 도심 권역에 4개 업체, 여의도에 2개 업체, 강남권에 3개 업체, 판교에 1개 업체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소득 수준 높은 서울 3대 업무지구 인근 집값도 높아

또한 대표 업무지구 위치해 있거나 이들 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의 집값은 서울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합니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가장 높은 아파트값을 자랑하는 곳은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5,224만원에 달하는 강남구입니다. 그 외에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성동구, 마포구, 양천구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줬는데요. 이들 지역이 위에 언급한 업무지구로의 접근이 쉽고, 교육, 교통, 편의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 있어 명실상부한 고급 주거지로서의 인기를 끄는 것입니다.

강남은 어떻게 부촌이 되었을까?

특히 부촌의 상징이 된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와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 배후주거지인 분당구 역시 범강남권으로 불리면서 주거의 질은 물론 집값도 강남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데요.

실제 강남 3구와 분당구에 거주하고 있거나 근무하고 있는 이들의 평균 연소득을 살펴보면 2018년 평균은 물론 서울 또는 경기도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K-Atlas에 따르면 작년 3월 거주지 기준으로 전국 평균 연소득은 3,478만원, 서울은 3,845만원, 경기는 3,534만원 입니다. 이에 비해 강남구는 서울 평균보다 44.2% 높은 5,546만원이고, 서초구(5,464만원), 분당구(4,903만원), 송파구(4,233만원) 순으로 전국이나 서울, 경기 평균을 상회합니다. 근무지를 기준으로 한 소득 수준 또한 강남·서초구와 분당구에 고액 연봉자들이 많다 보니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강남이 부의 상징이 된 이유도 대기업의 직주근접 배후 주거지로 가치를 높이면서부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학군이나 교통, 편의시설, 고급아파트 등이 시너지를 내며 집값 상승을 견인했는데요.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삼성그룹을 비롯한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 대기업이 강남에 사옥을 짓고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강남 차별화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는 것이죠.

분당 집값 상승 견인도 고소득 직장이 분포된 판교테크노밸리 덕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집값이 강남을 넘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소득 수준이 높은 양질의 직장의 힘입니다. 사실 분당은 1기 신도시로 2000년 초반 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베드타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판교테크노밸리 내 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고소득층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당은 이 판교테크노밸리의 배후주거지로서 주택 수요가 급증해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판교테크노밸리에는 SK케미칼, 포스코ICT, 안랩, NHN 등 1300여 개의 IT, BT기업 기업들이 입주해 있고, 제2·제3판교테크노밸리도 조성 계획 중입니다. 제2·제3판교테크노밸리 모두 완공되는 2023년이면 상주인원만 15만명에 달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고급 일자리 증가에 힘입어 분당 집값은 지속 상승했는데요. 집값 상승은 실제 시세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아파트 면적당 시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분당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전셋값 역시 9% 가량 상승했고요.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9%, 전셋값이 3.4% 오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의 증가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동산시장을 넘어 지역경제 발전에 큰 영향 미쳐

이렇게 고소득 직장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우선 비싼 주거비용도 감당할 수 있는 30~40대의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꾸준히 증가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모여들게 됨에 따라 교통, 교육, 문화, 편의시설 등 다양한 인프라들이 갖춰지게 되고요. 결국 주택수요는 더욱 풍부해지고, 집값도 계속 우상향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도시에 얼마나 양질의 직장이 들어서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도시의 명암도 달라지게 됩니다. 앞으로 고소득 직장이 어디에 있느냐는 단순히 부동산시장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지역경제 발전을 좌지우지하는 큰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