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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화의 함정에 주의하라

조회수 2019. 5. 3. 15: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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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 런던은 독일군으로부터 숱한 폭격을 받았습니다. 런던 시민들은 폭격 때마다 공포에 떨었죠. 폭격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독일군이 투하하는 폭탄에 일정한 패턴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요. 그 패턴을 읽어내면 폭격 안전지대를 찾아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입니다. 유난히 런던 동쪽에 폭격이 집중되니 그쪽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죠. 그렇지만 전쟁이 끝난 뒤 폭격을 받은 면적을 쪼개 분석해보니 패턴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폭격 지점이 랜덤(무작위)으로 나타났는데, 당시 독일군의 폭격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서 생긴 일인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 해프닝은 일련의 사건에서 어떻게 해서든 패턴을 만들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연속되는 사건에서 패턴을 찾아내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사건에서 규칙성이라는 그럴 듯한 연쇄 고리를 발견하려는 것입니다. 이미 일어난 현상을 조리 있게 해석하고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심리에서 나온 것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입니다.


가령 우리는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네모 도형이 나타나면 그 다음에는 어떤 모형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게 될까요? 우리 뇌는 다음에는 임의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네모 모형을 연상합니다. 아직 일정한 패턴이 되기에는 적은 케이스인데도 불구하고 패턴으로 단정을 지으려고 하는 편향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패턴을 추종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포르마페텐스(Homo formapetens: 패턴형 인간)라는 말이 나왔을까요? 사람들은 세상이 불규칙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질서에 의해 움직이길 바랍니다. 그것이 불확실성보다는 예측 가능하고 확실한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질서 정연하기보다는 우연과 불규칙성이 뒤섞여 나타날 때가 더 많습니다. 가령 집안에 망아지의 고삐를 풀어놓았다고 해봅시다. 망아지가 한두 번 부엌으로 먼저 갔다고 해서 다음 번에도 부엌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뒷마당이나 창고 쪽으로 갈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한번 일어난 사건이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패턴을 집착합니다. 이는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에 따라 움직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가격과 거래량을 토대로 만든 ‘벌집 순환 모형’이나 ‘거미집 이론’이 있습니다. 이런 분석의 툴은 과거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나 미래 예측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집니다. 전세가격이 홀수 해에 더 많이 오르면서 ‘짝수 해에 주기적으로 많이 오른다는 가설’이 무너졌습니다. 자주 이사를 다녀야 돈을 부릴 수 있다는 속설 역시 양도세 부담이 무거워지면서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한 부동산 시장 환경에서는 설사 패턴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가용기간은 잠시일 뿐입니다.


요컨대 우리는 약간의 비슷한 흐름만 있으면 규칙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자칫 판단의 족쇄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인위적인 규칙성 부여는 오히려 더 큰 판단 착오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세상은 랜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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