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경제적 수명', '사회적 수명'은?

조회수 2019. 10. 29. 10:5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지난번 시리즈 『아파트의 ‘물리적 수명’, ‘경제적 수명’, ‘사회적 수명’은? (1회차)』에는 철근콘크리트의 ‘물리적 수명’이 100년에 달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철근콘크리트는 실제 100년을 못갑니다. 그 이유를 금일 시리즈(2회차)에서 다룰 철근콘크리트의 ‘경제적 수명’과 ‘사회적 수명’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철근콘크리트의 ‘경제적 수명’은 40년입니다

아파트를 통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 즉 내용연수(=내구연수)는 얼마나 될까요? 


‘법인세 시행규칙 [별표5]’ 따르면 건축물의 기준내용연수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철골콘크리트의 기준내용연수가 40년(하한 30년~상한 50년)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철근콘크리트조로 건설한 건축물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정연한이 평균 40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연한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요?

재건축연한은 2015년 ‘9.1대책’ 이전까지는 40년이 경과되면 추진이 가능했었습니다. ‘9.1대책’ 이후 준공된 지 30년이 경과되면 재건축사업에 대한 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만, 노후불량건축물로 판정 받아야 가능합니다.  

불량건축물에 대한 규정은 어떻게 될까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제2조) ②항 3호’에 따르면 『노후, 불량건축물은 해당 건축물을 준공일 기준으로 40년까지 사용하기 위하여 보수, 보강하는데 드는 비용이 철거 후 새로운 건축물을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제4조) ①항 1호 [별표1]’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노후, 불량건축물 기준은 1991년 1월 1일 이후 준공된 건축물은 30년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법인세시행규칙, 재건축연한, 불량건축물 규정을 종합하면 콘크리트의 ‘경제적 수명’은 40년 내외로 보입니다.

실제로 ‘물리적 수명’이 100년을 못 넘기는 이유는 환경변화 때문입니다

1. 콘크리트 중성화와 기온 차가 콘크리트 물리적 수명을 단축시킵니다

중성화는 공기 중의 탄산가스(CO2) 또는 산성비가 콘크리트의 알칼리성을 상실하는 현상입니다. 탄산화(Carbonation)라고도 합니다. 콘크리트 중성화는 철근 부식시켜 철근 체적을 팽창시킵니다. 이때 발생된 팽창압이 콘크리트의 응력(應力, stress)을 넘어서면 균열이 발생되고, 균열부에 물과 이산화탄소가 침투하면 노후화가 빨라집니다.  


즉 콘크리트 표면의 피복상태, 미장 및 타일마감 등의 컨디션에 따라 상태가 좋으면 중성화 지연율이 2.5배에서 10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으며(이 경우 건물 수명이 그만큼 연장됩니다), 반대로 컨디션이 열악하면 중성화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환경오염으로 탄산가스 농도가 짙어질수록, 온도가 높아질수록, 방수력이 약화될수록, 염해 혹은 해수모래 사용으로 염화물 함량이 높아질수록 상황이 심각해집니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염수테스트 후 콘크리트의 수명이 ‘Fick의 법칙(고체상태 원자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확산해 전체적으로 농도가 일정해지는 법칙)’에 의해 100년에서 40년으로 낮아진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의 연교차(동계 -10~-15℃, 하계 30~35℃)가 심한 우리나라가 연교차가 적은 유럽국가보다 콘크리트 균열이 더 많이 발생됩니다.  

2. 설비배관의 노후화로 건물의 동맥경화가 발생됩니다

콘크리트가 사람의 뼈와 근육으로 비유한다면 건축설비는 사람의 혈관 및 신경, 소화기관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뼈와 근육이 튼튼하더라도 신체의 내부기관이 손상되면 건강을 잃게 마련이죠. 내부기관에 해당하는 건축설비는 전기설비, 급배수설비, 위생설비, 냉난방설비, 환기설비, 주방설비, 수송설비, 방재설비, 가스설비 등입니다.


건축설비는 현대화된 실생활에 있어서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시설들입니다. 조명, 통신, 경보, 중앙제어장치, 급수, 급탕, 배수, 위생기구, 오수정화, 냉난방, 환기, 엘리베이터, 가스설비, 오물처리, 주방, 소화, 방화, 피뢰 등 첨단설비가 주택의 고급화에 걸맞게 장착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다수의 설비배관이 철근콘크리트에 내장되어 있어 성능저하에도 불구하고, 교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설비배관에 부식되는 30~40년쯤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이유입니다.  

건축주는 ‘경제적 수명’만큼이나 ‘사회적 수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아파트를 연식별로 살펴보면 준공 후 경과년수가 10년차에 가장 높은 매매가격이 형성됩니다. 그 이유는 ① 단지 주변에 교통, 학군, 금융, 오락, 쇼핑 등 인프라가 확고히 자리잡는 기간이 10년이고, ② 평균 1~2회의 시세차익 매매 혹은 지역이동을 위한 갈아타기 손바뀜으로 호가 상승이 충분히 실제매매가에 반영됩니다. ③ 입주 후 10년 정도 지난 뒤 아파트 단지가 신축의 이미지가 희석될 즈음 새로운 주택 트렌드에 맞는 신축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10년~20년까지 신축이 구축으로 진행되는 과정에는 매매가격의 상승 탄력성이 저하됩니다. 신축에 대한 호기심 및 가격상승 메리트가 약화되고, 재건축 등 획기적인 호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기간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경과년수 20년~30년까지 구간은 후반으로 갈수록 재건축에 대한 매력도가 증가해 오히려 10~20년 구간보다 상승 탄력성이 높아집니다. 


콘크리트의 ‘사회적 수명’ 40년을 인간의 발달과정에 비유하면 청년기 10년(열정활기), 장년기 20년(현실부담), 중년기 30년(생활여유), 노년기 40년(노화진행)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철근콘크리트 아파트의 ‘사회적 수명’은 1차적으로 사회적 수명이 정점에서 하락하는 10~20년의 1차 사이클과정, 2차적으로 경제적 수명과 실제 물리적 수명이 만나 재건축을 기대하는 요구가 집중되는 30~40년의 2차 사이클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세종시에서 100년을 거주할 수 있는 ‘장수명주택’ 실증단지가 건설되었습니다

국토부가 공동주택의 물리적, 기능적 수명이 짧은 우리나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수명 100년을 목표로 한 장수명(長壽命) 아파트를 세종에 건설했습니다. ①건물구조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철근 피복두께와 콘크리트 설계기준강도를 높이고, ②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가변벽체 비율을 올렸으며, ③ 개보수와 점검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공용배관 및 전용설비공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④ 배관 및 배선의 수선교체가 용이하도록 시공했다고 합니다.


3~6% 공사비용 증액으로 100년을 거주할 수 있으니 비용절감, 건축폐기물 축소,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철근콘크리트의 이론적으로만 생각했던 물리적 수명, 즉 100년의 천수(天壽)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300~400년이 넘는 고택(古宅)들이 즐비한 유럽이나, 100년이 훌쩍 넘는 가택(家宅)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국, 튼튼하면서 단지 내 아파트조차 같은 모양으로 짓지 않은 두바이의 고급주택을 볼 날도 멀지 않는 듯 합니다. 


이렇게 건축기술이 나날이 발전합니다. 요즘 지어지는 철근콘크리트의 물리적 수명은 예전과 달리 40년을 훌쩍 넘어설 기세입니다. 그에 따라 경제적 수명도 달라지겠지요. 재건축연한을 40년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곳저곳에서 들려옵니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빨라지는데 전국의 모든 아파트를 재건축하기도 어렵기에 이런 정책이 추진되나 봅니다.  

재건축의 경제적인 요구보다 값진 추억을 기릴 수 있는 평생주택을 염원해 봅니다

그런데 100년 아파트 건설에 앞서 현실적인 요구는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거주용 가치도 있지만, 투자용으로 더 많이 생각하는 시류가 큽니다. 재건축도 경제논리, 사회논리로 해답을 얻으려 하기에 건축물이 낡고, 노후되어 불량주택으로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 논리를 부정하거나 쉽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곱씹어볼 것이 있습니다. 이제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집입니다. 집은 거주 구성원이 공존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안전한 보금자리이자, 구성원의 추억이 살아있고, 꿈과 희망이 영글어 가는 소중한 가족역사관입니다. 철근콘크리트의 경제적 수명이나 사회적 수명이 30년인가 40년인가 하는 판단보다도 더 가치 있는 것이 세월과 기억의 흔적일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건설사는 싫증 안나는 아름답고 튼튼한 아파트를 짓고, 거주자는 소중한 기족의 추억이 평생 끊어지지 않는 집을 가꾸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리모델링도 대안이 될 텐데요. 입주자가 100년 거주를 하든 못하든 간에 설계사와 시공사는 100년 가는 아파트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100년이 넘는 전통과 품격이 살아있는 명품아파트를 서울에서 구경하기는 요원할까요?

고객 여러분! 부자 되세요.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승(健勝)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