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말리던 120년 된 폐가를 한옥으로 리모델링 하다!

조회수 2021. 4. 7. 11:0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오늘의집 @수풀사이로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안녕하세요, 30대 중반 직장인이예요.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요. 저는 평일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충청도의 시골집에 내려가 오도이촌(5일은 도시, 2일은 시골) 생활을 하는 주말귀촌자로 살고 있습니다. 

시골집을 마련한 이유는 사실 특별하지 않아요. 직장인들이 다 그렇듯 저도 눈 뜨면 출근하고 밤이 되면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주말은 보통 잠으로 보냈고요.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어요. 산 속에서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자유롭게 사시는 자연인의 모습을 보며 멋지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산 속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시골에 작은 집을 갖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게 시작점이 된 것 같아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시골집을 2019년 가을에 마련했는데 어떻게 집을 고쳐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쉽게 마무리 되지 않아서 공사는 다음 해인 2020년 봄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일반적인 주택이 아니라 시골의 한옥집이기에 편리하고 멋지게- 보다는 불편하더라도 기존의 모양새를 최대한 살려서, 주변의 자연 그리고 이웃한 집들과 어울리게 고치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전체적인 리모델링 방향과 구조, 디자인은 직접 정했고, 지붕공사, 구조보강, 배관 및 보일러 설비 등 전반적인 시공은 시공업체를 통해 진행했어요. 시골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초반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었어요.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기저기에서 캡쳐하고 찍어둔 많은 이미지들은 고이 핸드폰 사진첩에 넣어놓고, 실제 집에 적용가능하고 금액적으로도 부담이 되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이요. 70%만 정하고 나머지는 전문가 의견, 현장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서 진행했어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반셀프로 인테리어(리모델링) 공사를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시공업체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특히 철거를 최소화하고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그런 시공방향을 이해하고 같이 고민해주실 수 있는 업체를 원했어요. 먼저 블로그와 귀촌까페(시골 한옥특성)를 통해 후보 업체를 서치했어요. 서치한 업체를 공사할 집에서 직접 만나 미팅을 하고 견적을 냈습니다.

그리고 미팅 시 집 곳곳의 실측 사이즈와 손으로 그린 도면, 특별히 원하는 자재, 시공방법이 있다면 미리 말씀드렸어요. 처음에는 손으로 그리다가 나중에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는 앱을 발견해서 (5D planner라는 앱을 썼어요) 앱으로 도면을 그려보았어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앱으로 도면을 그려본 것은 공사 내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렇게 하면 어떤 모습일까 막막할 때나 집기/가구의 사이즈가 애매할 것 같을 때 유용하더라구요. 공간 사이즈와 집기 사이즈를 입력하면 화면에 바로 보여주거든요. 집기 사이즈가 공간에 비해서 크거나 한 문제도 미리 살펴볼 수 있어요. 실제 집의 구조와 공사 전 그렸던 이 도면이 거의 유사해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업체는 규모가 크거나 유명한 것보다는 구옥이나 시골집 리모델링 경험이 있으시고, 진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공변경이나 상황에 함께 잘 대처해주실 수 있는 업체를 원했어요. 다행히 제가 선택한 시공업체 대표님이 구옥 리모델링 경험이 있으시고 아이디어를 꺼내 놓으면 해법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해주시는 스타일이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한대로 되지 않아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힘들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비용이나 기간 문제로 타협해야하는 과정도 있었고, 업체와 소통 미스로 제 생각과 달리 제3의 형태가 된 부분도 있기는 합니다.


주택 외부 | BEFORE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사람이 살지 않은 지 오래되어 폐가 상태였어요. 집을 함께 보러 갔던 친구들이 귀신의 집 같다며 절레절레 했지만 저는 이 집이 제 집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낡고 허름하긴 했지만,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싹 바뀌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 집보다 훨씬 좋았던 다른 집들을 보러 다닐 때는, 집은 좋은데 어떻게 고쳐야 내집다워질 수 있을까 모르겠는 느낌이었는데, 이 집은 확실한 AFTER가 그려졌어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그렇지만 현실은 지붕은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인데다, 화장실도 없고 주방도 없는 상태였죠. 그러니 수도도 연결해야하고, 정화조도 새로 묻어야하고요. 그냥 골조와 벽만 있다고 생각하니 차라리 위안이 되더라구요.

주택 외부 | AFTER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전통창호 문들은 한옥의 예쁜 모양을 보존하기 위해 그대로 두었어요. 대신에 보안과 단열을 위해 실내 쪽으로 픽스창을 끼우거나 터닝도어를 설치했어요. 마당에 잔디를 깔면 따스하고 더 예뻤을 것 같았는데, 주말에만 오기 때문에 잡초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쇄석을 깔았습니다. 그리고 본채 구들을 깬 돌들로 마당 디딤석을 만들었어요.

주방 | BEFORE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지만, 가장 걱정이 컸던 공간이 주방이었어요. 사람이 오래도록 살지 않았던 것이 가장 표가 나는 공간이랄까요. 이전에 사시던 분이 한옥 형태 그대로를 살려서 주거하셨기 때문에 아궁이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천정일부는 뚫려있기도 했고, 땔감으로 쓰려고 했는지 나무만 잔뜩 들어차 있었어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주방 | AFTER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리모델링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곳이 주방이예요.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거든요. 요리를 하거나 무언가를 먹고 마실 때 공간에서 오는 여유와 편안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어요. 무엇보다 채광과 단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존에 있던 문살이나 창들은 막지 않고 그대로 살려서 픽스창을 끼우거나 샷시로 마무리했어요.

그런데 들어가야하는 집기에 비해 공간이 너무 작더라고요. 냉장고, 드럼세탁기, 싱크대, 인덕션(하이라이트)이 모두 들어가야하는데 ㄱ자 공간이 좁아서 싱크대를 작은 사이즈로 주문제작 했습니다. 후드도 보통 집에는 시공하지 않는다는 사이즈로 주문했고요. 그리고 싱크대에 상부장이 없는데, 공간이 좁기도 하고 이 집에는 싱크대 상부장을 거는 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과감히 포기했어요.

가구는 화이트/우드톤으로 깔끔한 상품들을 들였어요. 원래 집에 있었던 벽장이 크고 예뻐서 그대로 살려서 사용하고 있어요. 온갖 그을음과 먼지, 심지어 유충들로 가득했어서 철거를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샌딩기로 한 겹 벗겨내고 나니 엄청 멋진 나뭇결을 자랑하는 거예요. 거기다가 수납력까지 엄청나고요. 결국 깔끔한 새 가구와 시간을 흐름을 간직한 이 집의 오래된 가구가 만나서 주방인테리어가 완성되게 되었어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거실 겸 큰방 | BEFORE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한옥집 특성 상 정방형 모양의 작은 방 3개가 일자로 이어져있더라구요. 2개를 터서 거실 겸 큰방으로 사용하고 하나는 침실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방마다 전통 창호문이 달려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집다운 집이 되려면 예쁜 것 이전에 안전하고 따뜻해야하니까요. 한옥집이 보안과 단열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너무 많이 들어서 이 부분들에 제가 많이 집착(...)하기도 했고요.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거실 겸 큰방 | AFTER

2개 방을 터서 완성한 구조라 전통창호문도 2개가 있어요. 보안와 단열을 위해서 픽스창으로 안쪽에서 마감하고, 전통창호는 그대로 두었어요. 이 공간에 가구 고르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원래 이 집의 일부 같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하며 고르다보니 쉽지 않더라구요. 구조가 길고 좁은 형태라 동그란 티테이블과 TV콘솔만 깔끔하게 두었습니다.

침실 | AFTER

침실에는 딱 침대만 있으면 된다 주의라서 다른 것을 두지 않았어요. 침대도 사용하지 않을 때는 두개를 겹쳐서 치워둘 수 있는 제품이라서 온돌에서 자고 싶을 때는 옆으로 치워둘 수 있어요.

주말주택으로 쓰고 있어서 짐이 많지 않은 편이라 이 집에 있던 벽장에 모두 수납이 가능했어요. (주방에도 집을 지을 때부터 만들었던 벽장이 있고 거실에도 하나 있어요) 그래도 겉옷들은 걸 곳이 필요해서, 거울 뒤에 옷걸이 기능이 있는 제품을 두었어요. 침실 공간이 좁은 편이라 넓어보기에 하는 효과도 있고 외투들을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더라구요.


화장실 | AFTER

기존에 이집에는 화장실이 없었어서 (외부에 푸세식으로 있었어요) 비포사진이 없네요. 집 공간은 제한되어 있고 화장실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정말 협소해서, 공간을 그려놓고 변기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고 해봤어요. 세면대를 포기하면 공간이 넓어질 수 있었는데 정말이지 포기할 수 없었기에 많은 고민을 한 공간이예요. 화장실은 1평정도 공간입니다.

집소개를 마치며...

출처: 온라인 집들이 보러 가기 (▲이미지 클릭)

시골에 작은 집을 지어 살고 싶다는 생각하고 집을 알아보면서부터 수풀사이로라고 이름 붙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 과정과 후기를 업데이트 하기 시작했어요. 수풀사이로라는 나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부터는 매일이 설렘, 걱정, 기대, 실망, 분노, 수용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였어요. 시공업체 잘 찾아서 계약서에 싸인만하면 되겠지 하고 싶게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사건사고가 펑펑 텅지고 사람문제, 돈 문제도 끊임없이 생기더라고요. 사실 중간에 그만두고 집을 다시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아마 지금 오늘의집에서 집들이 컨텐츠를 보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 감정들을 겪으셨거나/겪고 계시거나/앞으로 겪으실 분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돌이켜보면 오랜 시골집이 내 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으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거창해서 너무도 오글거리지만, 집을 고쳐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알아가는 일처럼 느껴졌어요. 진짜 민낯의 나에게 대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어요. 공사는 끝났지만 집을 보수하고 가꾸어가면서도 여전히 느끼고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멋진 공간 만드시길 응원합니다.


집들이 속 제품 정보를 알고 싶다면? 

▼ 클릭 ▼

BEST 온라인 집들이가 궁금하다면? 

▼ 클릭 ▼

가장 사랑받은 집들이를 책으로 만나보고 싶다면?
▼ 클릭 ▼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