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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20년된 구닥다리 주방, 탈바꿈하고 광명 찾았다! 23평 아파트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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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cantabile.j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안녕하세요. 저는 지역의 한 방송국에서 일하며 여행 에세이 <규슈 단편>과 e-book <말 걸어오는 동네>의 공동 저자, 덕질 에세이 <보라하라, 어제보다 더 내일보다 덜>의 출간 작가, 그리고 프로 집순이인 동시에 인스타 그래머로 사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타지에서 지낸 대학 생활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시작한 직장 생활까지,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제게 독립은 언제나 로망이었습니다. 현재 저는 제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집에서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틈틈이 와인을 마시는 행복한 생활 중입니다. 

지금의 집을 찾게 된 과정

일 년에 서너 번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과 덕질이 유일한 취미였던 저는 풍족한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오래, 본가에서 버틸 생각이었습니다. 바이러스로 세상이 마비되기 전까지는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업무들이 줄줄이 캔슬되는 바람에 업무는 지지부진하고, 여행은 기약이 없어지고, 외부에서 지인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워지고, 덕질마저 순탄치 않게 되었죠. 맨날 붙어있는 집과 가족은 지겨워지고요. 그렇게 답답한 일상 속에서 저는 독립을 돌파구로 결정했습니다. (꽤 그럴싸해 보이는 이유지만 이제 '혼자 좀 살아야지'하는 나이가 되긴 했어요.)

원래 살고 있던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고 싶진 않아 집 근처 부동산을 찾은 당일, 저는 단박에 이 집을 찜했습니다. 비포 사진을 보면 '대체 왜?'란 생각이 들진 모르겠지만, 소형 마트가 내려다보이는 뷰와 환한 채광 그리고 작은 평수에 비해 넓게 빠진 침실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20년 가까이 된 구옥이다 보니 처음부터 전체 리모델링은 생각하고 있었기에 전체적인 느낌만 봤습니다. 이미 짐이 다 빠진 빈 아파트라 확인이 편했던 것도 있었어요. 그리고 독립 한 달 차 소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입니다. 그냥 집에만 있어도 정말 행복해요.

집 콘셉트를 잡을 땐,

여러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과 소품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공간, 여러 색감과 텍스처가 지루하지 않게 믹스 매치되면서도 오랫동안 지루하지 않을 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습니다. 포인트는 가구나 소품으로 줄 예정이었기에 리모델링 콘셉트는 화이트와 우드, 가장 베이직한 톤으로 진행했습니다.

앞뒤 베란다를 모두 확장해 사용 공간을 넓히고 오래된 등의 박스를 뗀 거실 천장은 목공사로 보강한 뒤 매립등으로 교체하기로 했어요. 주방에 연결된 작은방의 미닫이문과 전체 문턱을 없앤 뒤 강마루를 이어지도록 깔아 최대한 넓어 보이고자 했습니다. 계약 전부터 업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눴고,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동안 제가 고른 가구와 가전 사진을 공유하여 그에 맞춰 의견을 주고받는 등 전체 공정을 탈 없이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현관

냉장고에 붙이고 남은 여행지 마그넷은 현관문에 붙였는데, 나고 드는 공간의 첫 느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거실

비포 사진을 보고 '어?' 하셨겠지만, 불을 다 끄고도 이렇게 채광이 좋은 집이었어요. 이 집을 선택한 큰 이유입니다.

현재는 여기에 파란색 의자 하나를 추가했어요. 

파란색 의자가 도착하기 전, 노란 포인트가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러그는 처음부터 장모로 고르고자 했고, 덕분에 따뜻한 느낌이 더해진 듯해요.

가구와 가전을 완전히 새로 살 예정이었기에 조화가 중요했습니다. 흰 세리프 TV와 유리 상판의 소파 테이블은 독립 전부터 로망처럼 생각하고 있던 제품이라 망설이지 않고 가장 먼저 골랐고, 그간 야금야금 모아 왔던 바이닐을 모아놓을 포인트 서랍과 너무 푹신하지 않아 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소파를 그다음에 골랐습니다. 확장한 베란다 공간엔 테이블과 체어를 놓았는데 글 쓰고, 노트북 하고,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밥도 먹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셋톱 박스를 놓기 위해 철제 선반을 구매했었는데 TV와 연결된 선들이 지저분하게 보여 가지고 있던 디자인 서적들을 쌓아 선을 가렸습니다. 이 편이 훨씬 깔끔해 가끔씩 책을 갈아 끼우는 것으로 철제 선반을 대체하려고 합니다. 신혼부부들이 결혼사진을 두는 것처럼 저는 3년 전 파리 여행 때 찍었던 제 스냅사진을 크게 인화해 액자로 만들었습니다. 볼 때마다 뿌듯하답니다.

침실

거실과 같은 방향으로 창이 나 있는 침실. 역시나 저녁 어스름 때까지 빛이 잘 들어옵니다.

또 다른 덕질의 산물들이에요. 나름 다 비행기 타고 저희 집까지 왔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거실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 잠만 청하러 들어갈 곳이기에 침실은 혼자 눕기 적당한 퀸사이즈 침대와 장식장 하나만 들였습니다. 조명과 이케아 협탁, 의자는 본가에서 쓰던 걸 들고 왔어요. 오래 쓴 의자라 때가 타 작은 러그 하나를 구입해 깐 뒤 뉴욕 디즈니 스토어에서 사 온 자유의 여신상 미니마우스 인형을 올려두었고, 그 위엔 방콕 짜뚜짝 시장에서 사 온 드림 캐처를 두었습니다. 덕분에 독립한 이후 매일 밤 숙면에 취하고 있습니다.

커튼은 거실과 똑같은 것으로 선택해 거실과 침실이 함께 보이는 각도에서 통일감을 주고자 했습니다. 역시 여행지에서 사 온 소품들을 장식장 위에 올려두었고, 장식장은 DVD이나 오래전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그리고 버리지 못하고 모아놓은 여행지 영수증 등을 담아놓는 커다란 수납장으로 사용 중입니다. 침대의 월넛 프레임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딱일 것 같은 색상을 찾아 헤매다 빈티지한 블루 색감의 장식장으로 골랐습니다. 사실 사이트에서 한 번 보고 나서 내내 잊히지 않던 색감이었어요.

책방(서재)

조명을 켜지 않을 때에 느껴지는 이 안락함.

거실에 있는 쿠션 스툴은 이렇게 옮겨와 발 받침으로도 씁니다.

한쪽 벽에 나란히 두려던 책장은 ㄱ자로 나누어 배치했습니다. 유일하게 실용성보다 디자인을 보고 산 체어를 포인트로 두었고, 본가에서 옮겨 온 와인셀러도 그 옆에 두었습니다. 다 마신 와인병 중 몇 개는 포인트 소품으로 두기 위해 챙겨놓았어요.

프라하 카프카 박물관에서 사 온 포스터는 그 크기에 맞춰 액자를 별도로 제작했고, 홍콩이나 파리, 뉴욕 등지에서 산 소품들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아직 채 꺼내지 못한 포스터도 이렇게 많아요. 집 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하나씩 꺼내보려 합니다. 의외로 책이 먼지가 많이 껴 청소가 용이할 수 있게 커튼 대신 우드 블라인드를 설치해 달았습니다. 사실 혼자 낑낑대며 달아보려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공사 마무리 즈음에 업체 분께 부탁해 달았어요.

드레스룸

확장한 베란다의 기둥 흔적이 양쪽 벽에 남아 있는 벽이라 무리하지 않고 각 사이즈에 맞춘 가구를 나눠 골랐습니다. 처음엔 두 벽을 크게 가리는 ㄱ자 시스템장을 넣고 싶었는데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한다 해도 지저분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옷장으로 선택했습니다. 가방과 에코백들을 넣을 수 있게 오픈 서랍이 들어간 옷장과 티셔츠를 개켜 넣을 수 있는 큰 서랍장, 자잘한 소품들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서랍장을 한 쪽 벽에 나란히 두었습니다. 구옥의 가장 단점이 수납이 부족하다는 점인데, 저는 캐리어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두어 인테리어 효과를 유도했습니다.

화장은 간단하게 하는 편이라 별도의 화장대 없이 화장품을 담은 트레이를 그때그때마다 옮겨서 사용합니다. 입고 벗는 옷 때문에 먼지가 많을 공간이라 우드보다 관리가 더 쉬운 알루미늄 블라인드를 설치했고, 남은 공간엔 역시나 소품을 올려두었습니다. 내 손이 가기 쉬운 곳에 이것저것 놓을 수 있는 것도 독립의 특권이더라고요.


주방

요리는 못 하지만 자꾸 기웃거리고 싶은 공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상부장은 과감히 생략하고 자잘한 정사각형의 타일을 선택했습니다. 아이스버킷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화이트 와인을 칠링해 마시는 취향 덕에 얼음 정수기를 렌털했는데, 정말 잘 쓰고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인덕션 위 후드도 흰색으로 선택해 전체 색감을 통일했고 자주 쓰는 잔과 넓은 접시 외의 것들은 하부장 안에 정리했습니다. 1인 가구라 냉장고는 비스포크 2도어로 골랐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식습관이라 주 중엔 저녁만 간단히, 주말엔 배달 음식이나 레토르트 제품을 먹는 경우가 많아서 이 정도도 충분하겠다 싶습니다.

해외여행지에서 빼먹지 않고 꼭 사 온 스타벅스 유아히얼 머그와 텀블러는 별도의 전용 그릇장을 구매해 한곳에 정리했습니다. 뉴욕 모마에서 사 온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을 꼭 이곳에 걸어두고 싶어 액자 레일과 조명을 설치했는데 이렇게 얹어 두는 것도 충분히 예뻐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암스테르담 하이네켄 뮤지엄에서 제 SNS 아이디를 새겨 온 맥주병과 네스프레소 기계를 올려놓았고, 나름의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습니다.

욕실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을 하는 것만큼 하루의 피로를 풀도록 해주는 건 없어서 샤워 부스 대신 욕조를 처음부터 고집했습니다. 몇 년 전, 런던 샹그릴라 앳 더 샤드 호텔 코너 욕실에서 템즈 강을 내려다보며 거품 목욕하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때 썼던 욕조와 가장 비슷한 형태로 골랐습니다. 욕조에 얹은 실버 트레이까지도요. 어떤 경험은 취향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너른 창으로 내려다보는 풍경은 없어도, 기대앉았을 때 제 키와 딱 맞는 욕조에서 느끼는 포근함 덕에 거의 매일 반신욕을 즐기고 있어요. 붙박이 욕조가 아니다 보니 수납이 아쉬워 트롤리를 따로 구입해 샴푸 등을 정리했습니다. 벽과 바닥 타일 모두 베이지 톤으로 통일해 따뜻한 느낌을 줬습니다.

마치는 말

가구와 가전, 일상생활용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독립 전부터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집을 꾸미기 위해 일부러 산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해요. 그래서 집을 꾸미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았어요. 갖고 있던 걸 꺼내 와서, 적당한 곳에 두기만 하면 됐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현 직장에 입사할 때만 해도 서울, 수도권에서 멀어진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불쑥 불쑥 솟았던 적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저마다 멋있게 자리 잡아가는데 나는 여기서 괜찮은 건가 싶었죠. 그러나 이곳이기에 가능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 집이 바로 그 증거죠. 언제든 돌아가고픈 '내 집'에서 즐기는 싱글 라이프를 가능하게 한 곳. 지나온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많이 보듬게 한 곳.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진 만큼 집 안에서 더욱 바빠져 가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보려고 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멋진 라이프를 보내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며. 말 많고 탈 많은 2020년, 모두 무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모두, 꼭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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