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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20년 된 제주의 오랜 집, 제 손으로 고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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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집 @케이티퐝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철거부터 리모델링까지, 직접 다했어요! 누군가는 어떻게 그걸 혼자 다 하냐고 힘들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전 너무 즐거웠어요"

도매의류업을 5년정도 운영하다가 3개월 전, 오랜 고민끝에 잠시 휴식시간을 갖기 위해 휴업을 한 퐝주부라고 합니다.

지금은 제주의 평온함에 흠뻑 빠져 바쁘디 바쁜 이전의 일상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자꾸 일을 벌이는 스타일인데, 시간이 나면 혼자 사부작 사부작 요리를 하거나 악세사리를 만들거나, 미싱을 하거나. 아무튼 뭘 자꾸만 만든답니다.

모든 일이 다 바쁘고 힘들듯, 제가 일했던 곳 역시 밤낮 없이 바쁘고, 빠르게 사는 곳이었어요. 패션쪽이 경쟁도 심하고, 한 계절 앞서 디자인을 해야 하다보니 보람되고 즐겁다가도 그만큼의, 어떨 땐 그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따라와요.

무엇인지 모를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살다보니 제 자신이 하루살이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즐겁게 즐기면서 삶을 살기를 원하지만 제 현실은 꼭 무언가에 쫓기고만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제가 일하는 상가에 문제가 생겼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위가 아파서 병원을 갔죠. 내시경을 했는데 결과는 아무 이상 없이 깨끗하대요. 하지만 전 계속 아팠고, 결국 초음파까지 다 해봤는데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어요. 처방 받은 약은 들지 않고. 결국 병원에선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며 편히 쉬어야 낫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한 달 정도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쉬면서 돈보다 건강이 중요하단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아프니까 정말 다 필요 없더라고요.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 '지금'을 소중하고 행복하게 보내야겠단 결심이 섰어요.

제가 조카들에게 말하는 '때'라는 게 있거든요. 그 때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 말은 그렇게 하고 제가 그걸 놓치고 살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 때부터 제주에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제주가 붐이 일지 않을 때였는데 갈수록 집값이 오르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서 마지막으로 한 집만 보고 경기도권으로 알아보려더 찰나에 지금의 집을 만났어요.

남편은 일 때문에 서울에 있어야 해서 주말부부로 살고 있지만 평온한 제주는 집순이인 제게 너무나 잘 맞는 곳이에요.

오랜 시간 끝에 만난 이 집은, 슬프게도 구조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 마을에 반해서 선택한 집이라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기다! 하고 계약했어요. 왜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면, 놓치면 안 되겠다! 이런 마음이 들잖아요. 이 집을 본 순간,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철거부터 리모델링까지. 모두 제가 알아보고, 제가 결정하고, 제가 시공하고, 직접 다 했어요! 누군가는 어떻게 그걸 혼자 다 하냐고 힘들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전 너무 즐거웠어요.

다만, 겨울에 공사를 하다보니 해가 빨리 져서 일을 더 해야 하는데 길게 할 수 없는 건 조금 힘들었네요.

셀프로 시공하는 방법은 유튜브 검색을 통해 공부했어요. 이렇게 작업하는 게 두렵거나 걱정되거나 하진 않았어요. 하면 되니까~!

먼저 방 벽지 제거부터!

합지는 바로 위에 작업이 가능하지만 실크벽지는 제거를 해야 한대요. 그런데 여긴 방 전체가 실크벽지... 칼집을 낸 뒤, 칼 끝으로 겉면만 살짝 뜯은 다음 쭉- 벗겨내요. 단, 이 때 바닥이 보이게 뜯으면 안 되고 겉면만 뜯어야 해요.

다음은 바닥!

서울에서 주문한 데코타일이 도착했어요. 무게랑 부피가 커서 화물로 찾으러 가야 했어요. (제주도는 배송비가 너무 비싸요! 부르는 게 값인가 싶을만큼 대중 없어요)

데코타일은 3T로 구매했어요. 컬러가 다 너무 비슷하니 깔아보지도 않고 선택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원래 장판과 도배는 맨 마지막 단계인데 저는 시간이 없어서 먼저 도착한 재료순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네요. 그래서 뒤죽박죽... ㅎㅎ

우선 데코타일 깔 곳을 청소기로 먼지 하나 남지 않도록 싹 청소해주세요.

그 다음 친환경 데코타일 본드를 방 중심부터 쫙 바릅니다. 그런 다음 한 2-30분 정도 말린 뒤, 꾸득꾸득 하게 됐을 때 가운데부터 붙여주시면 돼요.

짠! 본드를 바를 때 손이 좀 아프고 마무리 할 때 커팅이 많이 들어가서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어요. 데코타일은 셀프로 많이들 하신대요. (본드를 바르고 2~30분 뒤부터 부착하는 것! 잊지 마세요! 저는 유튜브 통해서 배웠어요)

업체 의뢰를 하게 되면 평당 5만~5만 5천원 정도인데, 셀프로 하게 되면 평당 2만 1천원에 할 수 있대요.

거실

그렇게 완성된 거실 먼저 보여 드릴게요.

거실 문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원래 모습 그대로 살린 거에요. 요즘은 어딜 가나 고급지고 좋은 걸 많이 볼 수 있잖아요. 편한 게 좋은 저는 그런 곳을 보면 괜히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고, 잘 모르는데 아는 척 해야 할 것 같고. 불편한 기분이 들어요.

아무래도 전 낡고 오래된 걸 더 좋아하나봐요. 사람도 새로운 사람보다 오래된 친구가 더 많고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인데, 이런 면에서는 익숙함을 더 의지하나 봐요.

거실에 있는 큰 식물들은 창고로 갈 아이들인데, 아직 창고 공사가 안 끝나서 집 안에 뒀어요. 그런데 이게 또 너무나 잘 어울려서 많이들 물어봐 주시고 좋아해주시니 신나요:)

커튼 뒤 거실방

초록색 천은 주방으로 들어가는 곳이고, 레이스커튼이 쳐진 곳은 거실에 만든 방이에요.

위에서 집 구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게 바로 이거에요.

전 거실이 큰 게 좋은데 거실에 불필요하게 방이 있었고, 그 방 문 때문에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오래된 집이라 벽을 함부로 철거할 수도 없다고 해서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다행히 문은 철거가 된다고 해서 없앴는데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문을 없앤 대신 그 곳에 레이스커튼을 달았어요.

커튼 뒤로는 밀대행거 막대기를 톱으로 잘라서 끈으로 연결해서 퐝주부표 행거를 만들었어요. 대단한 건 아닌데 이런 작업들이 즐거워요.

일 때문에 늘 디스플레이를 해왔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다보니 습관이 되서 집에도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어요.

행거 맞은편엔 이렇게 잠시 쉴 수 있는 침대와 카세트 테이프를 보관하는 책장이 있어요.

서울 집 앞이 황학동 벼룩시장인데, 주말마다 자주 들려요. 구경할 것도 많고, 추억여행도 할 수 있고, 득템을 하는 순간도 종종 있죠. 거기서 득템한 물건들을 이 곳에 전시했어요. 낡은 집이다 보니 낡은 물건들이 꼭 제 집인 것처럼 서로 이질감 없이 잘 어울려요.

이 거실방은 앞으로 계속 바꿔가며 연출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주방

다음으로 이 초록색 패브릭을 열고 들어가면 주방이 나오는데요. 완성된 주방을 보기 전에, 셀프 시공 이야기 잠깐 들려 드릴게요.

주방 바닥은 에폭시로 했어요. 주방이라고 타일을 깔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에폭시를 시공할 땐 하도를 꼼꼼히 바르고 잘 말려줘야 해요. 전 하도만 2번 발랐어요. (하도제와 경화제는 1:1비율로) 그리고 하루동안 잘 말려주세요.

주방에 부착할 타일은 을지로에서 사왔어요. 역시나 무게 때문에 어마어마한 배송비...

타일 줄눈 간격제가 있으면 초보도 보다 쉽게 부착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타일 부착 역시 유튜브로 배웠는데 중간부터 아래로 부착하면 된다고 하네요.

평행을 잘 맞춰야 하는데 레이저 수평계로 맞추시면 편해요. 저는 덧방 하는 거라서 타일 중간 줄눈으로 맞춰서 시공했어요.

타일 셀프시공 하실 땐 세라픽스(타일접착제)를 바르고 타일을 부착, 하루 뒤에 줄눈제(홈멘트)를 채워주세요. 본드가 다 말라야 살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그리고 주방에서 쓰는 접착제와 화장실에서 쓰는 접착제는 다르니까 잘 확인하세요.

즐거운 고생 덕분에 이랬던 주방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주방엔 출장 갔을 때마다 모아온 것들이 잔뜩 모여있어요. 패션쪽 일을 했는데, 출장만 가면 그렇게 소품이나 리빙 관련 된 것들을 사모으게 되더라고요. 다신 못 올지도 모른단 생각에 사기도 했고, 나중에 오픈 할 편집샵을 위해 준비한 것들도 있어요.

가스렌지는 집과 어울리는 분위기로 검색해서 구매한 거에요. 내츄럴&컨츄리풍의 주방을 연출하고 싶었거든요.

싱크대는 엄마랑 둘이 설치했는데, 제가 허리가 많이 안 좋다 보니 전기 마사지기를 붙여가며 작업했어요.

후드는 남편이 혼자 낑낑대며 설치한 거에요. 사이즈가 맞지 않아 위에 빈 공간이 보여요^^; 어쩔 수 없이 2% 부족한 게 셀프리모델링의 매력인가봐요.

제가 통유리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우리는 다 집에 대한 환상 같은 게 있잖아요. 하지만 전 이 통유리가 문제가 될 거라곤 짐작도 못 했죠.

안방도 통유리, 작은방도 통유리로 했는데 여름에.. 찜질방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냥 예뻐서, 하고 싶어서 한 건데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주방은 그나마 천장이 높아서 창문을 못 열어도 덜 더워요.

창문을 열 순 없지만 요리하고 나서 음식 냄새는 초를 켜서 잡을 수 있어요.

안방

여긴 안방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하는 곳이에요. 태국에서 가져온 소품들 때문인지 휴양지 느낌도 나요.

여기에 앉아서 밖을 보면 뷰가 정말 멋져요.

지금은 컴퓨터가 들어와서 이렇게 바뀌었어요.

침실은 햇살이 잘 드는 방이에요.

게스트룸

여긴 게스트룸인데요, 어릴 때 너무나 갖고 싶었던 2층 침대를 여기에 놨어요.

출장 때 갖고 온 전등갓이랑 잘 어울려요. 전등갓은 힘들게 갖고 온 아이라 그런지 설치하고 괜히 더 뿌듯하고 그랬어요.

책이 많다보니 방마다 쌓여있어요. 어울리는 선반이나 책장을 아직 못 찾기도 했고, 바닥에 그냥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우선 이렇게 두고 있어요.

여긴 다른 게스트룸인데요, 방마다 느낌을 다르게 하고 싶어서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요.

세탁실

이번엔 세탁실 공사 모습이에요.

욕실에 목공으로 가벽을 세워서 세탁실 공간을 만들었어요. 가로로 길게 뺀 창문 뼈대 작업은 제가 한 건데... 어설프네요^^;

짠! 세탁실 가벽은 이렇게 변신했어요. 가벽 중간에 낸 창문은 주방이나 다른 곳의 통유리처럼 열리거나 하진 않아요. 전부 벽으로 하면 답답해 보일 것 같아서 중간에 유리를 넣었어요.

세탁실이나 화장실 인테리어는 검색을 해도 다 비슷비슷해서 참고할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스트라이프로 포인트를 주기로 했어요. 1:1 비율의 넓이로 칠한 초록색 스트라이프 덕분에 공간이 경쾌해졌어요.

화장실

화장실 타일 역시 직접 시공했어요. 목공으로 가벽 세우는 것까지만 업체해서 했어요.

타일은 전부 육지에서 주문해서 받은 거에요. 제주는 너무 비싸고 마음에 드는 것도 없어요. 육지에서 갖고 오는 게 화물비가 들더라도 더 저렴하고, 속도 편합니다.

대신 세라픽스, 핸디코트, 벽시멘트 같은 건 제주 공구상에서 구입했어요. 제주에는 공사하는 곳이 많아서 그런지 철물상가나 공구상이 지역마다 다 있거든요. 이런 건 제주에서 구입하시는 게 더 편할 수 있어요.

예전에 베를린에 갔을 때 디자인호텔에 묵었는데 그 때 욕실이 블랙 미니타일로 되어 있었어요. 너무 예쁘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그걸 모티브로 해서 전 화이트 미니타일로 했어요. 제주도엔 벌레가 많아서 블랙으로 하면 벌레가 안 보여서 모르고 만질까봐;

그리고 화이트가 깔끔하면서도 넓어보이니 화이트로 하길 잘한 것 같아요.

루프탑

여긴 저만의 루프탑이에요:)

해질녘에 앉아 있으면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도, 황금 같은 노을빛도 다 너무 좋아요. 그리고 10분에 한 대씩, 종류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수도 있죠.

제주에 오고, 이 집에 살면서, 좋아하는 공간과 시간이 많아졌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한 집이다 보니 더 애정이 가고, 볼 때마다 뿌듯해요. 서울에 살 때는 전셋집이라 못 하나도 못 박고 살았거든요. 가구나 소품으로 대신 하긴 했지만, 집을 사무실 겸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니 창고나 다름 없었죠.

그런데 제주에 와서는 이렇게 제 마음에 드는대로, 제 눈에 예쁜대로 직접 집을 꾸미고 사는 것도 신나는데, 더불어 많은 분들이 칭찬까지 해 주시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몰라요.

제주에 오고 나서는 어딜 가도 다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이에요. 어디에 있어도 좋은 기분, 아마 이 기분은 제주가 주는 선물이겠죠?

덴마크에 휘게(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는 사람의 태도)라는 단어가 있는데, 저도 제주에서 휘게하게, 제 주변의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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