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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결혼식 대신 집 고치기, 제주 15평 빌라 반셀프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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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집 @dexy.koh 님의 집들이입니 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집에 두어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스며드는 그런 물건만 들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희가 상상하는 집의 모습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제주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지 5개월 된 부부, 덱시와 연이입니다.

제주에 내려온 지는 1년 정도 되었어요. 저는 7급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아 프리랜서를 꿈꾸고 있고, 저의 소울 메이트이자 남편인 연이는 저를 따라 제주로 직장을 옮겨 화장품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이유는 둘이서라면 혼자일 때보다 더 스스로의 모습을 온전하게 지키며 세상을 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평소 둘 다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을 올리는 대신 31년 된 빌라를 직접 고쳐 보기로 했어요.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을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 손으로 가꾸어 보는 것이 휘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력만 된다면 모든 과정을 둘이서 해보고 싶었지만, 둘 다 직장의 노예라서 그렇게 하다간 몇 년이 걸릴 듯싶어 일부는 업체에 맡기고 일부는 저희가 하는 반셀프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어둠 속에서 벗겨도 벗겨도 계속 나오는 벽지를 몇 날 며칠 떼기도 하고, 퍼티 및 사포질로 허연 가루를 뒤집어쓴 할머니가 되기도 했어요. 약 두 달간 저녁 시간과 주말을 집 고치는 데에 쏟아부었는데, 그 기간 동안 노동 아닌 노동을 하면서 둘 사이의 사랑이(혹은 의리가) 훨씬 깊어졌다고 확신해요! ㅎㅎ

평생을 살며 두고두고 꺼내서 추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생겼고요.

연이와 저는 오래된 이 집을 본 순간 반했답니다. 어쩌면 머스터드 색 외관의 건물을 보는 순간부터 저희가 이 집에 반할 거라는 사실은 정해져 있던 건지도 몰라요.

시골 할머니 집에나 있을 법한 타일과 오래된 나무 문틀만으로도 저희가 이 집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했답니다.

도면

전 주인분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지 관리가 잘 되어있는 집이었어요.

아, 욕실에 자그마한 창문이 나 있는 것도 좋았던 점 중 하나예요. 바람이 잘 통하고 가끔 햇살이 비치는 욕실이 있었으면 했거든요.

집을 고칠 때에도, 저희가 사랑한 문틀과 베란다의 타일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는 오래된 나무 문이 시도 때도 없이 덜컹거리지만 우리를 꼭 닮은 집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어요.

비포. 거실

미닫이문으로 분리되어 있던 큰 방을 리빙룸 겸 다이닝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미닫이문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나무 문틀은 그대로 두고 직접 페인팅하기로 했고요.

모든 방에 깔려 있던 장판은 걷어 내고 무광의 600각 화이트 타일을 시공했어요. 원목 마루와 타일을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는데, 이번 집에서는 타일 바닥 로망을 실현하기로 결정했죠.

애프터. 거실

밝은 타일이라 머리카락 하나라도 떨어지면 눈에 너무 잘 띄어서 매일매일 청소기를 돌리고 있지만,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타일 위를 맨발로 걸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식탁은 마감이 되어 있지 않은 이케아 제품을 구매해서 빈티지한 느낌이 나는 스테인으로 색을 입히고 바니쉬로 여러 번 마감해 주었습니다.

바르고 건조하고 사포질하는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니 일주일은 걸린 것 같은데, 한 겹 한 겹 마감할 때마다 매끄러워지는 상판을 느끼면서(?) 이상하게도 희열을 느낍니다. ㅎㅎ

직사각형으로 긴 모양의 거실 공간 안쪽에는 책장과 1인용 인조 가죽 소파, 그리고 책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큰 가구들은 대부분 이케아 제품들이에요. 저렴하지만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세련된 느낌도 가능해서 정말 좋아하는 이케아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패턴 있는 카페트는 절대 빠지지 않아요! 카페트와 러그는 단연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실은 영감이 샘솟는 동시에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화이트 벽과 바닥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가구(가죽, 철제, 나무 등)와 컬러, 패턴을 마음 가는 대로 배치했습니다.

평소에 모든 것이 계획된 것처럼 정돈된 공간보다는 흐트러져 있는 듯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공간을 훨씬 선호합니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 Sliding Doors, 1998>를 보다가 주인공 헬렌의 집에 반해서 비슷한 모양의 조명을 꽤 오랫동안 찾아다녔어요. 결국 마음에 드는 빈티지 제품을 발견해서 친구들에게 결혼 선물로 받아 내었습니다(고마워 사랑하는 내 친구들! ㅎㅎ).

어딘지 모르게 시크한 모양의 빈티지 조명과 조카가 그려준 그림이 꽤나 잘 어울려요. 이 공간에 조명을 켜두고 푹신한 소파에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무언가를 읽는 일요일 밤 시간이 저에겐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동선을 고려해 주방과 가까운 쪽을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놀러 오면 대부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저와 연이는 이곳에 마주 보고 앉아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책도 읽습니다. 연이는 가끔 흥이 오르면 춤도 좀 추고요.

TV가 없어서인지 마주 앉아 함께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습니다.

창가 쪽에는 저희 집에서 수납과 식탁 의자 역할을 겸하고 있는 수납 벤치가 위치하고, 테이블 위에는 여름과 어울리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걸어두었습니다.

컬러 포인트가 있는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주로 그림이나 소품으로 포인트를 둬요. 그런 것들로 포인트를 주면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작은 변화만 줘도 집 전체의 느낌을 쉽게 바꿀 수 있어요.

신혼여행에서 어느 빈티지 숍에 갔다가 발견해서 힘들게 데려온 트롤리는 술 창고(?)로 사용되고 있어요. 취미로 종종 칵테일을 제조하는 연이를 위한 각종 리큐어들과 반짝이는 유리잔들이 올려져 있죠.

비포. 주방

주방 쪽의 마루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졌지만 러그로 덮고 사용하면 그런대로 괜찮겠다 싶어 그냥 두기로 하고, 작은 베란다로 통하는 미닫이문 역시 바꾸지 않기로 했어요.

다른 방 역시 창호 공사는 전혀 하지 않았답니다.

어두운 싱크대 상하부장과 누리끼리한 타일은 우리가 원하는 주방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로 하고, 사진 양쪽에 보이는 현관문과 보일러실 문은 페인트칠을 하기로 합니다.

애프터. 주방

직접 도면을 그려서 싱크대 사장님께 가장 저렴한 MDF 재질로 제작을 부탁드렸어요.

주방은 사용하는 사람이 만족해야 한다며 자신의 신혼 때가 떠오른다며, 저희의 말도 안 되는 온갖 요구를 수용해 주시느라 고생하신 천사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이 주방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예요.

MDF 위에 손수 바닐라 빛 페인트를 입히고 원목 상판을 제작해서 올렸습니다. 그리고 상부 수납장을 짧게 만든 대신 참죽나무 선반을 재단해서 달아주었어요.

주방은 어디 하나 저희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어서 더욱 애정이 가는 공간이에요.

선반 위에는 자주 쓰는 샐러드볼, 여행지에서 사온 예쁜 패키지의 식료품들 같은 보고 있으면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들을 올려 뒀어요.

제가 사는 제주는 요일별로 버릴 수 있는 재활용 쓰레기가 다른데 항상 헷갈리는 터라 메모지에 적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두기도 합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냉장고는 주방에 딸린 작은 베란다에 위치합니다. 냉장고가 빛을 가려서 주방이 어두워지는 게 지금 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에요.

냉장고 앞에 걸어놓은 철제 행거에는 식재료들을 보관합니다.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들이 그 자체로 인테리어가 되더라고요. 베란다로 향하는 문에는 린넨 문발을 달아 두었어요.

주방 선반과 같은 종류인 참죽나무로 만들어진 아일랜드 위에서 흥얼거리며 요리도 하고, 칵테일도 만들고, 아침 같은 바쁜 시간엔 간단한 식사를 하기도 해요.

아일랜드는 조리 공간이 넓지 않은 저희 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가구입니다. 도면을 그려서 목공방에 제작을 부탁드렸답니다. 쓰임새도 좋지만 나뭇결과 색이 아름다워 더 애정이 가는 아일랜드 식탁입니다. 사진도 잘 나와요! (속닥속닥)

필요 이상의 가전제품은 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밥솥과 전자레인지, 블렌더 같은 꼭 필요한 가전들은 주방 한구석 레인지대에 모아두었어요. 레인지대 위쪽에는 선반을 달고 요리할 때 자주 사용하는 향신료와 소스, 유리로 된 제품들을 올렸습니다.

주방 바로 옆에 위치한 현관에는 천장까지 닿는 높은 신발장이 있었는데, 벽 한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어서 답답해 보이는 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낮은 신발장으로 바꾸고 다 마신 와인병과 아끼는 소품들을 올려 두었답니다.

두꺼비집은 낡은 플라스틱 덮개가 떨어져 나간 바람에, 적당한 크기의 캔버스에 조카가 선물로 그려준 그림을 붙여 가려주었어요. 조카의 그림은 그 어떤 유명한 아티스트의 작품보다 훨씬 더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비포. 침실

그다지 크지 않았던 방 하나는 침실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벽지 상태가 좋아서 바닥만 타일로 바꾸어 주고 천장 몰딩을 화이트 색상으로 칠했습니다.

애프터. 침실

퀸 사이즈 침대 하나만으로 꽉 차는 방이라 많은 가구를 두지 않았습니다. 침대와 각자의 협탁, 화장대 겸용 서랍장 하나만 들였어요.

다른 방에는 모두 저렴한 알루미늄 블라인드를 설치했지만, 침실만은 잠이 솔솔 오는 분위기가 났으면 해서 커튼을 달았습니다. 여름이라 린넨 재질의 얇은 이불을 사용하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다른 이불을 매치하는 게 좋더라고요!

침대 맞은편에는 화장대로 쓰고 있는 서랍장이 있습니다. 화장품은 모두 가장 위쪽 서랍에 넣어두고, 화장대 위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모아온 물건들을 올려 둡니다. 살짝 처지는 선이 예쁜 티트리 나무도 빛이 잘 들어오는 방 한구석에 두어요.

저희 집에는 형광등이 없습니다. 각 방에 어울릴 것 같은 조명을 제가 골랐고, 설치는 모두 연이가 해 주었어요. 집을 고치며 연이는 점점 인테리어 도사가 되어 가는 느낌이랍니다.

침실에는 투명한 볼 형 전구를 천장에서 뚝 떨어지도록 달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화이트 소켓이 안 보여서 블랙 소켓을 락카로 칠해 주었는데, 날 것 같은 낌이 썩 마음에 들어요.

가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이 예뻐 보이면 슬쩍 꺾어와서 하루 이틀 정도 화장대 위에 두기도 합니다.

요즘 퇴근 후 저의 일과는 이리저리 식물과 소품의 위치를 바꾸어 보며 가장 자연스럽고 우리다워 보이는 집의 모습을 찾는 거예요.

이 글을 쓰는 지금, 침대 옆의 협탁 위에는 들에서 대충 꺾어 온 듯한 꽃과 숲 냄새가 나는 캔들이 있습니다. 주로 비가 오는 습한 날 캔들을 켜게 되는데, 그런 날은 습도가 높아서인지 향기가 잘 퍼져서 좋답니다. 침대에 한 번 누우면 일어나기가 힘들어지지요.

비포. 드레스룸

바람이 잘 통하는 가장 작은 방은 통째로 드레스룸으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드레스룸 역시 바닥 타일 시공과 몰딩 페인트칠 이외에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애프터. 드레스룸

한쪽 벽에는 모자, 가방과 같은 액세서리류를 진열하고 작은 벽 행거를 하나 달아서 자주 입는 옷들을 걸어두었습니다.

진열되어 있는 옷들의 색감이나 패턴만 보아도 빈티지를 좋아하는 연이와 저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나네요!

같은 톤의 바스켓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질구레한 물건들과 가방을 수납했어요. 밑 부분에는 신발 상자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고요.

이곳 말고도 여기저기 있는 식물들은 집 주변 가게들에서 나눔 받은 것들이 많아요.

맞은편 벽에는 공간에 맞게 이케아 수납 시스템을 구매해서 설치하고, 옷들과 철 지난 이불을 수납했어요. 색감 있는 옷들이 많으니 수납 시스템은 깔끔한 화이트로 통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옷방 문 옆에는 제가 결혼 전부터 사용하던 전신거울이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어요. 큼지막한 크기가 마음에 들어 혼자 살 때부터 잘 사용했는데, 역시나 지금 집에서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드레스룸의 한 가운데에는 콕콕 박혀있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패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한 모로칸러그가 깔려 있어요.

예상치 못했는데 앤티크한 골드 테두리의 전신거울과 모로칸러그, 철제 선반 이 세 가지의 조합이 꽤 괜찮아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 러그를 너무 좋아해서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저 위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비포. 욕실

3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던 욕실입니다. 사실 살구색의 빈티지한 바닥 타일은 그대로 두고 싶기도 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를 위해서 교체하기로 했어요.

욕실 문은 전 주인분이 한번 교체한 상태였는데, 집 안의 다른 문들과 이질감이 느껴져서 차라리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습니다.

애프터. 욕실

욕실은 작은 편이지만 연이와 저 둘이서 사용하기엔 딱 적당한 크기예요.

벽면에는 정사각형 모양의 타일을 엇갈리게 시공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자그마한 창문에는 자투리 천을 고정시켜서 미니 커튼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창문이 있는 덕분에 통풍이 잘 되는 욕실이라 좋아요.

바닥은 흔히 볼 수 있는 짙은 회색 타일을 시공했어요. 여분의 수건과 두루마리 휴지, 청소용품 등 욕실 안에 두지 못한 생활용품들은 욕실 문 옆 수납장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어요.

집이 좁고 빌트인 수납 시설이 하나도 없어서, 저희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효율적으로 수납해 줄 수 있는 가구를 선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공적인 수납 여부가 집의 인상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욕실 문은 싱크대 수납장과 같은 색의 방수 페인트를 칠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방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욕실 앞에 가벽을 만들었어요. 가벽 덕분에 아일랜드 식탁의 배치가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버리는 공간도 많이 줄어들었고요.

욕실 문 옆의 큰 포스터는 연애 시절 연이가 저에게 준 선물인데, 몇 년간 보관만 하다가 드디어 액자를 제작해서 달아주었습니다.

저희 집 욕실은 저와 연이가 사용하기 편하도록 오로지 저희 둘의 생활 습관에 맞추어서 만들어졌답니다. 핸드 타월을 거는 용도의 거울 옆 후크나,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허리 높이의 3단 수건걸이, 문 뒤에 나란히 위치한 행거 같은 사소한 것들까지요.

나무로 된 선반도 우려와는 달리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물이 많이 닿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노력은 필요해요.

습기에 최대한 잘 견딜 수 있도록 꼼꼼히 마감한 나무 선반 위에는 꼭 필요한 세면도구와 욕실용품들, 그리고 자질구레한 것들을 넣어두는 예쁜 모양의 그릇 등을 잘 어울리도록 올려 두어요.

창가에 걸려 있는 디시디아는 환경이 잘 맞는지, 욕실로 옮긴 후 더 잘 자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에게 집은 나 자신이 되게 해주는 곳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회사에 있다가 연이와 제가 정성스럽게 마감한 나무 선반과 아끼는 그림들이 곳곳에 달려 있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이거든요.

저녁으로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기분에 따라 원하는 조도의 조명을 켠 채로 연이와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눌 수 있는 그런 집이 되었으면 해요.

페인트 컬러 선택부터 부엌 싱크대 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그것도 처음으로 해 본 것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때(특히 다섯 겹 벽지 뗄 때^^;)도 있었지만, 집을 고치기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연이와 저는 아마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요즘은 부쩍 대화를 할 때 “나는 ㅇㅇ을 좋아해”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정말 이것을 좋아하는 것이 맞나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해요.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아하니까 혹은 남들이 전부 하니까 나도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해서요.

집에 무언가를 들일 때도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는 어울리지 않는데 그저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물건이라서 사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고요.

저, 그리고 연이와 닮은, 그래서 집에 두어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스며드는 그런 물건만 들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저희가 상상하는 집의 모습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누군가 놀러 왔을 때, “집이 딱 너네 같아!”라고 하면 가장 기분이 좋더라고요! :-)

집 고치기는 해 보았으니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연이와 함께 세계여행을 가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그때는 저희와 마음이 잘 맞는 분들께 장기 렌트를 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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