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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TV가 없는 거실에서 더 자유로운 가구배치, 30평대 전셋집 아파트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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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집 @ray.pk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집은 오롯이 나와 우리가족을 위한 공간이고 그 공간을 꾸민다는 건 나를 잘 돌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박새봄이라고합니다.

어릴 적부터 방 꾸미는 걸 무척 좋아한 탓인지 커서는 전공도 공간디자인으로 선택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는 마음대로 제 집을 인테리어할 기회를 처음으로 얻었죠.

최근에 아들 어린이집 때문에 남편 회사 근처로 급하게 이사하게 되면서 전셋집을 계약했고, 그 덕에 생각지도 못한 셀프 인테리어도 하게 됐어요. 이것도 기회다 생각하고 재밌게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결혼해서는 줄곧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어릴 땐 주택과 빌라에서 살았으니 웬만한 주거형태는 다 경험해본 거 같아요.

아파트는 주택에 비해 구조도 단조롭고, 층고도 낮아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어요(단순하고 컴팩트 하게 만들었기에 대량공급이 가능한 거지만요). 비슷한, 아니 어쩌면 모두 같은 구조 안에서도 저만의 색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사람이든 공간이든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프렌치 시크 인테리어로 대표되는 이미지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웨인스코팅"과 "멋진 샹들리에", "벽난로"등이 있죠.

아파트에서 프렌츠 스타일은 A-Z 완벽하게 구현하기 어려우니 대표적인 이미지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정통 프렌치가 어려우면 보다 쉬운 모던을 접목시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거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집이 이곳 신혼집이에요.

이때만 해도, 거실과 주방 전면을 웨인스코팅으로 덮는 시공은 고급 주택이나 대형평수 아파트에서 시도하던 방식이었어요. 30평 아파트에 하기에는 답답해 보이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알게 모르게 있었죠(무엇보다 예산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저는 현실적인 선 안에서 보다 가볍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면 웨인스코팅의 형태나 구조를 간결하게 하고, 진짜 벽난로 대신 가짜 벽난로를 만들고, 화려한 샹들리에 대신 골드포인트가 있는 팬던트로 대체하는 식이죠.

제가 좋아서 시도한 것들인데 SNS에서 반응이 좋아 신기했어요. 아마도 중소형대 아파트에서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신 것 같아요.

신혼집 컨셉키워드가 프렌치, 리조트, 트로피컬, 글램무드. 키컬러는 블랙, 화이트 베이스에 골드와 컬러풀한 요소를 포인트로 넣은 인테리어였다면, 이번 집의 컨셉키워드는 코지, 뉴트럴, 컨템퍼러리에요. 키컬러는 베이지, 테라코타, 골드포인트에요.

우선 이번 집은 전세로 들어온 거라 손을 댈 수 있는게 많지 않았어요. 마루, 싱크대 등 무조건 안고 가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이것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포커스를 맞췄죠.

더불에 제 변덕도 한몫했죠. 왜 앞머리를 자르면 기르고 싶고, 기르면 자르고 싶잖아요?! 전엔 살짝 화려한 무드였다면 이번엔 보다 코지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채우고 싶더라고요. 분위기를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이번 집에서도 제 색깔이 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새로운 것과 나만의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쉽지 않은데 감사한 일이라 생각해요.

최근에 이사한 집은 구조도 좋고 마감상태도 나쁘지 않은, 괜찮은 집이에요.

일단 층고가 2400이상이라 일반 아파트보다 높아요. 그 덕에 개방감이 좋고 30평 초반대 아파트 치고 주방공간이 넓게 나온 것도 마음에 들어요.

Before : 거실

After : 거실

이사하면서 거실에 있던 TV를 안방으로 옮겼어요.

저는 재밌는 방송이 있다고 하면 찾아서 보는 편이지, 시간 맞춰서 보거나 집에 오자마자 TV부터 켜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남편은 저랑 반대에요. 게다가 이제는 아이가 좀 커서 핑크퐁까지 틀어달라고 하니 점점 취침시간이 늦어지고 악순환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사를 앞두고 남편과 TV는 안방으로 옮기고 되도록 틀지 않기로 했어요.

덕분에 거실공간을 자유롭고 넓게 쓸 수 있는건 물론이고 가족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엔 소파와 TV가 마주보고 있는 배치이다 보니 그냥 틀어진 프로그램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거든요.

지금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몸으로 놀아주기도 해요. 서로간에 대화도 많아진 거 같아요.

Before : 주방

Ing : 주방

After : 주방

벽 색깔을 강하게 쓰고, 스타일이 변해서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시공이 들어가지 않았어요(가벽을 세웠으니 크다면 클수도 있겠지만요).

이 집에 시도한 모든 것은 사전에 집주인과 협의를 한 부분이에요. 도배, 필름 교체는 전체적으로 들어가고, 싱크대 상하부장 필름지 교체, 문 컬러 교체, 목공 작업 등등을 할 거다 이런 식으로요. 수리 관련 비용은 모두 저희가 부담했고, 협의는 부동산 중개해주시는 분이 중간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가벽 같은 경우 말그대로 가벽이기 때문에 집주인이 원한다면 계약이 끝나고 원상복구를 할 수 있다는 전제도 달았지요.

잠시 전셋집에 대한 생각을 나누자면

보통은 전셋집에 저처럼 돈을 들이시지 않죠.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집에 대한 애착이 큰 편에 속하는 사람이고, 이 분야에서 일도 하고 있으니 제 기준으로는 꼭 해야 하는 시공이 몇 군데 있었어요.

저는 알래드보통이 쓴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에서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쫙 그었어요. 흔히들 얘기하는 게 전세 살면서 아깝게 왜 남의 집에 투자를 하냐고 하잖아요. 법적 명의를 따지자면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나와 우리 가족이 발 딛고 사는 순간은 "우리 집"이잖아요? 매일의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나의 공간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이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소위 말하는 남 좋은 일 해주기 싫어서 집 꾸미는 걸 참고 있다면 조금만 관점을 달리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아마 자신의 취향으로 바뀐 집에 사는 최대수혜자는 법적 주인이 아니라 나 자신일 거에요.

물론 비용이나 시간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꼭 큰 그림을 만들지 않고 문고리 하나, 조명 하나만 바꿔도 집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기쁨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시로 사는 집은 있어도 임시로 사는 삶은 없으니까요(이상 인생의 절반 이상을 세입자로 살아온 한 사람의 의견이었습니다).

다시 공간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식탁 옆 벽 웨인스코팅과 페인트 칠을 직접 한 건 물론이고 벽에 건 액자는 원하는 그림 시안을 뽑아서 제가 따라 그리고 만든 것들이에요.

초초급 단계부터,

고급까지 나름 단계별로 나눠봤어요.

금전적 절약이 있다는 이점 뿐 아니라 어찌됐든 내 손길이 들어갔으니 볼 때마다 하나하나 에피소드가 생각나 재밌어요.

마음에 드는 그림/액자를 만들었다면 빈 벽에 붙여주면 됩니다(저는 3M 양면테이프를 이용했어요).

어떤가요? 괜찮죠? :)

* 사진에도 적어둔 것처럼 포스터 제작 과정은 '내맘대로'입니다. 상업적 용도의 사용은 당연히 안되겠죠?!

Before : 침실

안방은 침대 말고는 다른 게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안방 디자인이 곧 침대 디자인이었고, 침대 디자인의 포인트는 헤드로 살려야 했죠.

남편과 저는 각자의 잠버릇 때문에 1인 1침대를 쓰는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슈퍼 싱글 2개를 놓을 거지만 침대를 공유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도 헤드 디자인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침대 헤드는 제가 디자인도 직접 하고, 만드는 것도 직접 했어요(아, 사이즈가 꽤 커서 헤드 박스 골격 짜는 건 목수님의 도움을 받았고 이후 세세한 작업은 제가 했어요).

먼저 일러스트로 그려본 시안이에요(시안만 봐도 엄청난 고생길의 느낌이 나지 않나요...).

헤드 위에는 액자나 촛대로 데코를 하고 싶어서 너비를 깊게 했고, 양 옆에 매립콘센트를 설치할 수 있게 했어요.

목수님이 만들어주신 헤드박스에 제가 하나하나 각재를 붙이고 페인트를 칠하다가 한 장 찍은 사진이에요.

* 침대 헤드를 칠한 페인트는 벤자민무어 White Dove PM-19(리갈셀렉트펄광)이에요.

사진이 적으니 뭔가 순간에 짠 하고 바뀐 것 같지만, 고생 고생 끝에 침대를 만들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느낌, 아이를 고려한 낮은 높이의 침대, 침대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디자인까지! 제가 담고싶었던 것들을 담기 위한 노력 끝에 만들어진 침실이랍니다.

* 저는 벽지 위에 페인트칠을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분들도 "벽지 위에 페인트칠 해도 되나요?"라고 물으시다면 제 대답은 네, 됩니다! 아니, 무조건 벽지 위에 칠하셔야 합니다!에요.

가정집은 카페와 다르기 때문에 시멘트 벽 위에 페인트칠 하면 꼭꼬핀도 사용 못하고 혹시나 마음이 바껴서 새로 도배를 하려고 해도 벽면에 도배지가 잘 안 먹어서 나중에 도배 사장님께 욕 먹기 딱 좋아요(제 경험담이에요. 후). 물론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원하신다면 시멘트 위에 칠하시는게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꼭 벽지 위에 칠하시기를 추천합니다!

한 집에서 가족으로 사는 일

아들이 태어나고 저와 남편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어요. 집 역시 마찬가지였죠.

서재는 아이방이 됐고, TV는 안방으로 옮겨졌어요. 뿐만 아니라 각진 테이블은 둥근 디자인으로 바꿨고, 뾰족뾰족한 소품을 아기 손에 닿지 않는 장소로 옮기고, 거실에 있던 큰 화분은 조화로 바꾸고, 커피포트가 있던 자리는 젖병소독기 차지가 됐죠.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아이 중심으로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지만, '모든 일상'이 아이 중심으로 몽땅 바뀌는 건 경계하고 있어요. 장난감은 안방이나 거실에서 갖고 놀 수는 있지만 다 놀고나면 제자리인 아이방에 갖다두고, 잠은 각자 방에서 자는 식으로요.

아이에게도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함께 지켜야 할 룰, 엄마와 아빠도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어릴 때부터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알려주려고 해요.

물론 육아문제는 짧은 몇 문장의 글로 설명되기엔 예민한 부분이란 걸 알기에 이런 얘기들을 꺼내는게 조심스러워요. 그냥 이렇게 사는 가족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최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자존감을 높이는 단편적인 방법 중 혼밥이라도 매끼 잘 차려먹으라는 글을 봤어요. 예쁜 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아 제대로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자체가 자신을 존중하는 행위이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얘기였던 거 같아요.

집을 꾸미는 것도 같은 이치에요. 집은 오롯이 나와 우리가족을 위한 공간이고 그 공간을 꾸민다는 건 나를 잘 돌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인테리어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 나를 존중한다는 생각으로 내 공간을 내 것들로 하나씩 채워나가 보세요. 관심있게 계속 보다보면 안목과 요령은 덤으로 따라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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