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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43년 된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선택했어요", 건축가부부의 리모델링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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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집 @kzn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저희는 이 집의 최고의 장점인 풍경을 만나는 순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같은 학교 건축학과를 2016년에 졸업하고 올해 2월에 결혼한 신혼부부입니다.

저는 현재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주니어 건축가이고, 남편은 현재 공군장교로 의무 복무중인 주니어건축가입니다.

둘 다 건축을 공부했으니 이왕이면 그 뜻을 펼쳐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둘 다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들에는 전혀 흥미를 못 느꼈구요.

오래된 공간들의 일상적이지 않은 느낌을 좋아했기에 오래된 곳을 중심으로 신혼집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신혼집으로 43살 아파트를 선택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파트가 43살 됐다는 건 굉장히 대단한 일이죠. 비단 아파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겁니다.

어쨌든 이 집은 저희에게 엄청난 포텐셜을 지닌 완벽한 첫 집이었습니다.

이 집의 포텐셜

저희가 생각한 이 집의 포텐셜은,

1.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뷰

앞으로는 도심이 한 눈에, 뒤로는 북한산, 옆으로는 남산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집이랍니다. 그리고 이 뷰를 그대로 담을 수 있게 거실엔 난간 대신 높이 800부터 시작해서 가로 7000의 멋진 와이드창만이 있었죠.

2. 조금 높은 천고

3. 가장 중요한 기둥

처음에는 몰랐는데 집 보러 간 날 기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건물외벽을 제외하고는 전부 털기로 했습니다.

4. 우리만의 옥상

잘만 꾸미면 루프탑카페 저리가라 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우리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저희는 20평 아파트 뿐 아니라 20평 옥상까지 얻게 된 셈이죠.

이 집을 마주할 때

하지만 건물이 노후 된 만큼 인테리어(혹은 홈스타일링) 이상의 보수가 필요했습니다. 이 사실은 예산과 공사기간, 더 나아가 공사설계에도 영향을 줬죠.

저희는 21평의 집을 기대했지만, 단열 및 샤시를 다시 하면서 모든 벽이 두꺼워져서 결국 공간이 처음 계획보다 빡빡해졌고 중간에 보일러 보수를 했는지 벽을 헐었을 때 바닥이 들쑥날쑥 해서 평활도를 잡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점은 공사가 끝나고서도 여전했습니다. 가구를 놨을 때 바닥 평형이 맞지 않아서 한쪽을 받치거나, 단열시공을 했지만 꼭대기층이기에 여전히 춥고 더운점 등.

그러나 저희는 이런 것들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곳은 이것들을 커버하고도 남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저희는 이 집의 최고의 장점인 풍경을 만나는 순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그 풍경을 가장 잘 마주할 수 있는 마루를 만들기로 했죠.

마루로 공간을 구분하고 동선을 길게 유도해서 집에 들어오는 순간 다이나믹함이 느껴지는 인상 깊은 경험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풍경을 가장 잘 감상 할 수 있는 창의 맞은편에 마루가 완성됐습니다. 마루 덕분에 집에게 '후암마루'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됐어요.

진짜 마루가 있기 때문에 나름 중의적 의미를 담은 이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공간은 잠시 뒤에 더 설명 드리도록 할게요:)

홈스타일링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의 집을 원했습니다.

오크색 마루에 오크색 가구들이 주는 느낌은 단연 포근한 느낌을 주죠. 거기다 모든 벽을 도장으로 마감해서 조명과 만나는 느낌은 절제된 아름다움을 줍니다.

적절히 디자인조명, 소품을 섞어서 오래된 집임에도 세련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 안에 펜던트 조명의 비중을 높이면 디자인의 고급화를 노릴 수 있다는 점!

현관 지나 복도

사진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저희집 현관문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현관문에 긴 사각타원이 있는데요, 여기가 오래된 아파트임을 보여주는 흔적이랍니다.

신문이나 우편을 밀어넣는 구멍인데 지금은 이용할 수가 없어요. 아마도 안전문제 때문에 이전 거주자분이 막아두신 것 같아요.

맨 왼쪽 손잡이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화장실문과 현관문 사이 벽엔 시계를 달았는데 저희집의 유일한 시계에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뷰에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오래된 것들을 좋아합니다. 오래된 물건, 건물 등이 갖고 있는 나름의 분위기가 좋아요. 좋게 잘 만들어진 오래된 것은 어느새 클래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은 감히 흉내 낸다고 낼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죠.

저희집은 평수가 넓지 않은만큼 중문을 달기는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개인의 취향이지만요)

중문이 여러모로 기능적으로 좋긴 하지만 저희는 좀 더 다른 느낌을 원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현관을 열고 시선이 처음 머무는 곳에 나비장(애기장)을 두기로 했죠. 분명히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나비장은 저희 친정 식구들이 어딜 가든 항상 함께였어요. 외할머니께서 창경원 나무로 직접 의뢰해서 만드신 좋은 가구죠.

외할머니의 나비장이 저희 엄마에게 왔고, 엄마는 나비장을 사용하지는 않으시지만 이사 다닐 때마다 갖고 다니셨어요. 그래서 언제나 골칫거리로 친정집 창고에 있었는데 제가 이번에 결혼하면서 잘 사용하겠다며 갖고 나와버렸죠.

나비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거실로 향하는 복도가 나와요.

동향쪽 창문이라 아침시간에 들어오는 빛과 야레카야자의 콜라보가 꽤나 멋진 곳이랍니다.

이 집을 고르는데 일조한 창문이라고 할 수 있죠.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지만 뭐랄까, 서울의 랜드마크를 집에서 본다는 건 생각할수록 기분 좋은 일이랍니다.

거실

저희 집의 또 하나의 포인트! 와이드 창이 펼쳐지는 거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집을 봤을 때 이 창문을 통해 보이는 엄청난 뷰에 압도 당했어요.

그리고 또 눈에 띄었던 건, 난간이 없다는 거였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난간을 마주하잖아요. 창문이 너무 높고 커서 좋을진 몰라도 난간을 통해서 세상을 보기 일쑤였는데 이 집은 달랐어요.

가로로 긴 이 부분이 좋은 공간을 만들어 줄 거라고 확신했죠.

거실 수납장 위 턴테이블은 이베이에서 직접 구매한 빈티지 제품이에요. 구매자, 판매자 모두 전문가가 아니라 그런지 배송과정에서 파손이 생겨 오자마자 수리를 해야했지만, 저희가 사랑하는 것 중 하나죠.

처음 설계단계에서부터 이 곳에 둘 것을 계획했어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비장을 마주하고, 마루벽 복도를 따라 들어오면서 뷰와 자연스레 턴테이블로 시선이 이어질 수 있게 한 거죠.

그 옆의 쿠키몬스터는 저희가 아직 젊어서 그런지, 저런 위트가 좋더라고요:)

수납장 위에 이것저것 놓을 수 있다보니 물건들이 자꾸 늘어나네요. 미니멀리스트는 절대 될 수 없을거에요. (놓을 곳이 없다면 가능할지도?)

거실 테이블은 식사, 작업이 겸해서 이루어지는 곳이에요. 800*1800의 큰 사이즈고, 상판 밑 공간에는 노트북과 노트 등을 보관하고 있어요.

사실 테이블 디자인이 좋아서 선택한 건데 뜻밖의 서랍 공간도 얻게 됐죠.

그리고 위 사진을 보시면 TV 뒤에 저희 집의 히든 스페이스가 있답니다. 주방쪽이랑 연결 된 공간인데, 거실쪽에서는 저기에 청소도구를 수납하고 있고, 주방쪽에서는 보일러, 세탁기, 김치냉장고, 오븐, 압력밥솥, 그리고 그 외 식재료까지. 팬트리 공간인 셈이죠.

원래는 저 곳에 기둥이 있었는데 기둥을 감추면서 공간을 만들어 아주 빡빡하게 설계됐어요.

작은 집에서는 설계단계에서 수납을 치밀하게 계획해야 해요. 그래야 거주기간과 함께 늘어가는 살림들을 감당 할 수 있거든요.

(완공 당시 모습)

(주방쪽에서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주방

주방은 원래 ㄱ자 형태였어요. 아파트가 오래된 것에 비해서 아주 깔끔했죠.

그래서 리폼해서 쓸 수도 있었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ㄱ자를 별로 안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그렸던 집에는 ㄱ자 주방이 어울리지 않았죠. 건축을 해서 그런지 이런 부분에 예민한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주방으로 다시 만들었죠.

주방가구 설계할 때도 상부장이 다른 집보다 좀 높게 달리게 했어요. 왜냐하면 후드 위치에 맞췄거든요. 키가 작은 저는 옆에 스툴을 놓고 써요.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집중한 설계죠.

대신에 앞쪽에 아일랜드를 두어 거실에서 봤을 때 작은 식당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대신 아일랜드 테이블이 거실 테이블과 같은 소재, 같은 느낌의 디자인이다 보니 실은 아일랜드의 기능은 좀 떨어져요. 하하. 그래도 사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어요.

마루 공간

그리고 여기가 아까 말씀 드린 마루 공간이에요.

이 마루는건축과 인테리어 사이 영역의 디자인적 의미가 있어요.

1. 진짜 마루를 껴 넣어(높이 440mm로 평균적인 의자 높이) 아주 긴 거실창의 시티뷰를 조망하기 좋게,

2. 진정한 의미의 리빙룸

3. 마루 앞, 천정공사 때 스크린을 넣을 홈을 파내어 스크린을 설치. 스크린을 내리면 마루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단독 극장 탄생!

4. 침실을 제외하고 방을 다 없앤 우리의 계획을 조금은 커버 해 줄 게스트룸(룸이라기 보다는 스페이스).

건축적 디자인으로 봤을 때는 아래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죠.

1. 집 안의 동선을 유도하는 장치 (우회동선을 만드는)

2. 곡벽으로 재미를 선사

3. 육중한 매스의 존재, 그러나 천정까지는 연결되지 않는 오묘함

침실

침실문은 아치형으로 디자인 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취향이에요.

저희 집엔 방이 딱 침실 하나라서 뭔가 포인트가 되면 좋을 것 같았어요. 게다가 거실에서 볼 때도 아치형이면 더 귀엽지 않을까 해서, 오로지 제 취향이랍니다. 하하.

침실은 정말로 작은 공간입니다. 퀸사이즈 매트리스 하나와 붙박이장 문이 겨우 열릴만한 복도를 가진 공간이죠.

그래서 안쪽 붙박이장을 열려면 TV를 잠깐 밀어야 해요. 다행인 건 안쪽 붙박이장이 자주 여는 곳이 아니라는 거에요.

침대 발 근처에는 작은 선반을 달아서 필요한 것들을 수납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래도 창이 있어요.

침실과 드레스룸이 이어져 있는데 드레스룸은 굉장히 기능적인 방입니다.

창문면을 제외한 모든 면이 붙박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옷걸이만 있답니다.

화장실로 들어가기 전 파우더룸이에요.

화장실을 가려면 현관문 옆의 문을 이용하거나, 마루에 나 있는 개구멍(?)을 통해서 이 파우더룸을 지나야 하죠. 좀 더 다채로운 뷰가 나왔으면 해서 이렇게 동선에 숏컷을 만들어줬어요.

파우더룸 공간은 마루와 화장실 옆의 공간인데 사실 파우더룸이라고 하기는 뭐해요. 그냥 제가 화장대를 놓은 것 뿐이거든요(이것도 설계단계에서 계획했어요).

욕실

화장실은 좀 신비한 분위기를 원해서 다른 공간과 다르게 해봤어요.

요즘 대세인 화이트 화장실과는 대비되지만, 취향이 이러니 어쩔 수 없죠. 저는 어두운 돌 느낌을 원했는데, 실제로 보면 러프한 돌 타일이에요.

우리만의 문화

디자이너 커플인만큼 각종 문화를 경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휴일에는 LP를 듣거나 마루 안에서 영화를 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옥상에 앉아서 하염없이 여유를 즐기기도 하죠.

저희 부부에게 집은 휴식과 동시에 도전입니다. 집에서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휴식에만 집중하게 되는 순간 집은 어느새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 하는 곳이 되어 버린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도 우리가 미술관에 가서 환기를 하고 오는 것처럼 그런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집이 되길 바랬고, 현재까지는 휴식과 도전, 이 두 가지 모두 만족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모르겠죠?

이 집에서 많은 추억과 감동, 그리고 도전의식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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