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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무채색 북유럽스타일, 공간디자이너의 아파트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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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집 @hae1002 님의 집들이입니다
·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집 안의 사람과 소품들이 각자가 가진 색깔을 잘 발휘하려면 바탕은 자기색을 갖지 않고 '배경' 자체로 남아주는게 가장 쉬운 접근이었죠"

안녕하세요, 강해천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올해 35, 대학에서 건축공학, 대학원에서는 건축도시디자인을 공부하고 작년까지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 설계 및 시공 관련 일을 했습니다.

작년 말에 회사를 나와서 이 집을 수리하는 일을 시작으로 프리랜서로 건축, 공간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짧게 정리하면 아직은 반 백수인 건축가라고 생각해주시면 편할 것 같아요.(쥬륵) 요즘 사실 인터넷으로 소품 찾고, 마음에 드는 공간 구경하러 다니느라 돈은 별로 못 벌고 있거든요. 하지만 다 투자이자 공부라고 생각하려고요!

와이프가 이태리 가구 회사 MD로 일하고 있는데, 와이프를 통해서 최근에 북유럽의 가구나 문화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 작년 여름휴가를 이용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를 다녀왔어요. 그리고 그 여행은 제 전재산을 털고, 은행 빚도 최대한 끌어서, 말 그대로 '올인'한 이 집을 만드는 계기가 됐죠.

최근 3~4년 전부터 하나의 트렌드처럼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게 유행하고 있죠. 그런데 이게 국내에서는 너무 단편적으로, 그리고 상업적인 시각에서 대중에게 이해되면서 많이 왜곡되고 조악해지고 일부에겐 거부감마저 생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공간이라는 건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기에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읽어야만 이해 할 수 있는거 같아요. 제 짧은 여행으로 그걸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공이 전공인지라 여행 전에 공부를 좀 하고 가게 됐고, 다녀온 시간을 통해서 적어도 넓은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왜곡된 시각을 갖고 돌아오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와이프와 여행하는 동안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 삶을 만들어가는데에는 우리 주변이 우리의 생각을 담고 있는 공간과 물건들로 채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죠. 이러한 고민들을 바탕으로 꾸며 낸 저와 제 와이프의 생활공간이라 혹시나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해서 이렇게 온라인 집들이를 쓰게 됐습니다.

Before

먼저 공사 전 집을 보여 드릴게요. 처음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다른 리모델링이나 부분시공을 진행한 적은 없던 집이었어요.

실측을 바탕으로 다시 그린 평면도에 가구배치 작업을 했어요.

집 전체의 컨셉부터 말씀 드리면 바탕은 검은색, 밝은 회색, 흰색의 무채색을 이용해서 바탕에 표정을 없애려고 했던게 포인트입니다.

집 안의 사람과 소품들이 각 자가 가진 색깔을 잘 발휘하려면 바탕은 자기색을 갖지 않고 '배경' 자체로 남아주는게 가장 쉬운 접근이었죠.

After

현관은 집의 얼굴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는 공용공간에 대해 개별의 디자인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어 고민이 많았어요.

문패라도 걸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안 된다고 해서 바닥에 매트를 까는 걸 생각해냈어요. 걷어내면 공용부에 전혀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 될 일도 없었죠.

그래서 저희집 이름을 매트에 새겼죠. 그리고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현관 바닥에도 저희 집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머릿돌' 처럼 구리로 표지를 만들어 심었어요. 나중에 집 팔 때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들이 있으신데 떼서 이사 가는 집에 다시 잘 모셔야죠! 저희 집의 시작을 기념하는거니깐요.

거실은 사실 제 집무공간입니다. 좁은 거실의 1/3을 차지하는 2.2미터의 제 책상이 그걸 말해주고 있죠:)

하나의 공간을 가구들이 기능적으로 분리해주고 있는데 책상을 경계로 뒤쪽은 서재, 그 앞쪽으로는 쇼파와 티비가 있는 거실, 그 옆으로는 신발장이 있는 현관이에요.

거실은 무채색의 바탕에 합판으로 만든 가구와 식물의 초록색을 이용해 생기를 불어 넣고자 했어요. 현관에서 시작해서 쇼파 뒤의 벽면과 책상과 프린터 선반까지 이어지는 따뜻한 색감의 목재로 통일감을 부여하고, 기능적 경계에 식물들을 두어서 경계를 부드럽게 흐려주어서 좁은 공간이 기능적으로 독립성을 갖지만 분절되어 보이는 걸 피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거실에 숨은 비밀이 하나 있어요. 소파 뒤에 살짝 올라온 진한 목재가 보이시나요? 이건 사실 계획할 때 의도 된 게 아니라 손님 맞이를 위해 구매한 교자상을 둘 곳이 없어서 소파 뒤에 끼워 놓은 거예요. 사람들은 디자인의 일부로 알더라고요. 운 좋게 사이즈가 딱! 맞네요.

소파 뒤 벽에 걸린 액자도 처음부터 있던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두꺼비집(분전반)을 가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인데 제법 공간에 잘 어울려줬네요.

물론 거실의 주인공은 천장에 있는 실링펜입니다.

이건 뒷쪽의 천장형 에어컨과 벽에 달린 조명과 모두 같은 의도인데, 작은 집에서 바닥에 내려놓는 가전과 가구가 늘어날수록 사람이 발 디디고 생활하는 공간은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걸 벽에 매달거나 천장에 올린거예요. 그게 자연스럽게 공간에 재미를 만들면서 거실에 성격을 부여했죠.

바닥은 저도 집에는 처음 써보는 도장재료인데 좁은 집의 공간감을 없애기 위해 하나의 면을 만들고자 사용해봤어요.
보통 사람들은 타일의 크기나 마루 한 장의 크기로 공간의 크기를 가늠하거든요. 이음새 없는 어두운 색의 바닥이 공간 전체를 차분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줬어요.

벽은 하얀색이 아닌 아주 밝은 회색인데, 그냥 칠이 아니라 두께감 있는 퍼티를 손으로 몇겹 덧대서 만든 자연스러운 색깔이예요. 시간이 지나면 일반 도장처럼 색이 날라가서 바래는게 아니라 시간의 무게를 갖게되길 기대하면서 만들어 봤어요.

그리고 그 벽의 밝은 회색은 시선이 머무는 높이까지만 칠 해서 아파트의 낮은 천장을 보완하고자 했어요. 기존 천장을 뜯어내고 골조면에 바로 칠한 흰색이 살짝 벽까지 내려오는 느낌으로 마무리, 천장면을 확장하고 벽면 비례를 가로로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만들었죠. 작은 디테일이지만 좁은 벽의 수평성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여긴 공을 많이 들인 다이닝 공간인데요. 여기에 선택 된 가구와 조명은 전적으로 지난 유럽여행에서 받은 감동이 중심이 됐어요. 그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그러한 정신을 공유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북유럽에서는 부모님이 쓰던 의자와 책상을 대를 물려서 수리해가며 사용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어머니, 할머니가 쓰시던 그릇장, 장롱을 대를 물려주고 있지만, 현재 유통되고 있는 가구 중에는 그런 가구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합판의자 디자인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는 세븐체어는 사실 저희가 갖기엔 고가의 가구들이었지만 앞으로 우리 집의 역사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고민 끝에 구매를 결정했어요.

뒷벽 선반에 놓인 책과 저희 부부가 여행을 통해 모은 기념품들 역시 저희 가족의 가치관과 역사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두었어요.

테이블 같은 경우 국내 독점 수입원이 없어서 여기저기 발품 찾아다니다 운 좋게 전시품을 저렴하게 구입했어요. 자체 도장이 워낙 훌륭해서 음식물 자국이 남지는 않지만 모서리 부분은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주방은 이번 계획 때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공간이에요. 집에서 가장 행복한 일 중 하나가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해서 멋진 식사를 하며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주말에는 거의 삼시세끼 챙겨먹으니 하루가 가더라고요.

주방에서 음식하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게 주방을 멋진 '라운지 바' 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아직 살림살이가 없어서 수납공간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구, 사실 전에 어머니랑 같이 살 때 어머니께서 수납공간 사용하시는 걸 유심히 살펴봤는데, 창고에 있어도 될 물건들이 주방에 수납공간이 비어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방 수납장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결론적으로 당장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기구와 기기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베란다에 잡동사니, 식자재 수납장을 만들어 내보내고, 실내에는 심플하고 깔끔한 주방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상부장을 없애고 공간적으로 휑-해진 주방에 색깔을 준 건 주방의 상판이었어요. '네오리스' 라는 얇고 강도높은 세라믹 판넬인데, 기능적, 심미적으로 비교할만한 다른 재료가 없어서 무리라고 느낄 수 있는 비용이지만 이걸로 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반짝거리는 인조대리석이 저 주방에 있었다면 지금만큼 요리하는 일이 즐겁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심플한 주방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수전, 후드, 인덕션 등도 심혈을 기울여서 선택했고, 조리하고 정리하기 편하도록 설치한 벽선반도 주방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 했죠.

소중하기야 모두 내 자식 같고 소중한 우리 집이지만 소중한 걸 떠나서 가장 좋아하는 제품은 이 집에 이사오면서 처음 써보게 된 주방 싱크에 설치해서 사용하는 '음식물 분쇄기'에요. 의외의 대답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의 예쁜 주방을 항상 깔끔하고 청결하게 도와주는 일등공신입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꼭 써 보라며 강추하고 있어요!

싱크대 왼쪽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분쇄가 됩니다.

싱크대 열면 중앙에 통 하나가 보이시나요? 저 안에 분쇄기가 들어있어요. 저기서 거의 가루가 되서 환경에 영향이 없는 상태로 바로 배수되서 음식물이 쌓이지 않아요.

다시 집소개로 돌아와서 이번엔 저희 침실이에요.

침실은 사실 이 집의 다른 부분들과 분위기가 잘 맞아 떨어지진 않지만 4년 전 결혼할 때, 아직 미숙한 두 명의 디자이너 (저희 부부입니다;)가 의욕을 갖고 디자인 한 가구들이라 버리지 않고 가지고 온 것들이예요.

침대와 화장대의 무늬목 색이 좀 바래고, 조명도 약간 어울리진 않지만 저희에게는 익숙한 물건들이라 잘 사용하고 있어요.

침실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디자인적인 부분보다, 창호와 단열공사에 많은 신경을 썼고 결과적으로 매우 아늑하고 따뜻한 침실을 갖게 되어 만족하는 공간이에요.

직접 디자인 한 화장대는 상부책상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서 예전엔 ㄱ자로 배치해서 책상으로도 사용했었어요.

화장실은 제 개인적 취향이 가장 많이 드러난 공간인데요.

우리나라 중소형 아파트의 화장실은 크기나 구조가 거의 모두 같기 때문에 개성이나 색깔을 드러내기 가장 어려운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마감과 위생기기의 미묘한 차이가 분위기 전체를 결정하죠.

오래 된 아파트라 욕실 천장이 낮을 뿐 아니라 바닥을 건식으로 쓰고 싶어서 바닥에 난방을 깔고, 거실과 같은 높이로 올렸더니 천장고가 2미터 정도밖에 안됐어요. 마감은 역시 집 전체의 컨셉을 따라서 일정높이 까지만 타일로 마감하고 윗부분은 천장과 같이 흰색으로 도장했어요.

또 천장은 배관부분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높이 올려서 개방감을 높였죠. 타일은 석재와 같은 크기와 재질을 골라서 단단한 느낌을 주었어요.

개인적으로 인위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을 싫어해서, 조금 자연적으로 보이도록 자연스러운 패턴의 타일을 랜덤하게 붙였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좁은 화장실이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하기위해서 두 면에 거울을 설치한 거예요. 거울을 직각으로 배치해서 설치하게되면 공간을 두 방향으로 확장하기 때문에 확실히 공간이 확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죠. 거울 하나는 수납장이에요.

손에 닿는 수전, 온열 수건걸이, 일체형 비데 같은 하드웨어 선택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집을 꾸미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계획과 공사 현장 사이에 있는 거리감이에요. 현장에서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거든요.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처럼 예상한대로 굴러가야 처음 생각하고 계획했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인데,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 재료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걸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요.

다만 경혐과 지식, 소통을 통해 불확실한 부분들을 줄여가는거죠. 아무리 많은 경험과 지식이 있어도 혼자서 집을 다 꾸밀 수는 없습니다.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어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마음을 조금 열어 놓으면 훨씬 편하다는거에요. 예상대로 안 되는 부분들이 있어도 유연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다른 해결책들이 분명 생길거에요. 너무 완벽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해요.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이고 실수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을 감안하고 계시면 훨씬 마음도 편하고 일도 수월하게 진행 되는 걸 느끼실 거에요. 그게 지나면 또 다른 이야깃 거리가 되고, 남들이 갖지 못한 내 집의 역사가 될거에요:)

제가 머무는 공간을 제 가치관과 삶의 행동양식을 담아내는 곳으로 만든 뒤, 더 애정을 갖게 됐어요. 물건 하나를 골라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곳곳에 저희의 생각과 취향을 반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역으로 집이 제게 '더 멋지게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때 행복한지를 배우게 됐어요. 위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저희는 이제 통장잔고가 '0'이에요.

하지만 남과 비교하면서 저희가 갖지 못 한 것들을 바라보며 슬퍼지기 보다는 저희 삶에서 어떤 게 더 가치 있는 것인지 알게 된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이 곳을 채워가며, 우리의 이야기를 쌓아가며, 이 곳에서 지내는 모든 시간들이 정말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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