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집

안녕하세요. 저는 서양화과를 전공했고, 현재는 그림을 그리거나 이것저것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서혜진입니다.

저는 목공/실내 인테리어 일을 하시는 아버지 덕분에 가구나 공간에 대한 관심이 항상 많았어요.

오래 살던 곳에서 이사 하게 되면서 아버지 사업장(목공소)도 새로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오토바이 가게로 운영되었다고 하더군요. 크기와 위치가 적당하여 계약하려던 순간, 건물 2층에 주거 공간이 있지만 수리가 어려워 8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독특한 옛날 구조의 주택이라 공간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결국 저희가 건물 전체를 수리하는 조건으로 2층 모두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전에 사시던 분께서 이사가실 때 생활용품과 가구 모두 그대로 두고 가셔서 그 집에서 엄청나게 많은 빈티지 물건들을 수집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주워서 사용하고 있는 가구나 소품들이 아주 많아요!

이런 물건은 요즘에는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하죠! 발견하고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전화 카드 기억나세요?! 정말 추억의 물건이죠!! 보자마자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뒀어요!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세월이 흐르면서 그때와 비교해보면 참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아요.

건물 전체를 통일시키면서 외부의 영향에도 걱정 없는 저렴한 재료를 찾다 보니, 지붕재료로 흔히 사용하는 ‘스레트’가 생각났어요!

흰색으로 칠하고 외벽을 덮었더니 저희 공간만의 감성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 가족 모두 대만족! 저렴하게 넓은 건물 외벽을 완성해서 더더욱 만족스러웠어요!

거실 공간에는 바깥에 나무가 잘 보이는 큰 창문이 있었어요. 미닫이 창문으로 되어있던 부분은 보자마자 큰 통유리창으로 바꾸면 너무 예쁠 것 같아 정말 설렜던 기억이 나네요.

저희 목공소 이름인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관문 문짝도 아버지께서 손수 디자인하시고 만드셨어요!

지금 소개하는 집 공간은 너무 오랫동안 관리 없이 방치된 주택이라, 집이 기울고 있을 정도로 무너져가는 중이었는데 저희가 발견한 거였죠. 집을 살펴보니 바닥이 기울기도 하고 집안 벽 곳곳에 금이 가 있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저희는 1층에 H빔을 세워 보강하고 모든 공간을 새로 수리했어야 했어요.

거실 벽에 따로 그림을 걸지 않아도 될 만큼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그림자가 엄청 아름다워요. 그래서 거실 벽에 아무것도 걸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요.

거실에 둘만한 큰 회의용 테이블이 필요했는데... 막상 구매하려고 하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테이블은 역시 너무 고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직접 제작하기로 했죠!

원목 마루 바닥재를 활용하여 피부가 테이블에 닿을 때도 차가운 느낌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테이블로 만들었어요. 거실에서 창밖을 보며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기 딱 좋은 공간. 이 테이블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어요.

이 공간을 리모델링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썼던 부분은 각 공간의 천장인데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인테리어 사진을 구경하고 수집하면서 제 공간에 직접 해보고 싶었던 것은 서까래, 원목 나무가 넓게 깔린 천장이었어요. 너무 예쁘지만 보통 가정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천장 스타일인데 드디어 이곳에서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죠.

한국 집들은 천장이 낮아서 쉽게 도전할 수 없지만, 이 공간은 수리하면서 천정을 가능한 높이 확장시켜서 문제없이 진행 할 수 있었답니다.

거실 천장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나 테이블과 어울릴 수 있도록 원목으로 선택했어요. 나무의 종류는 낙엽송으로 이 합판은 거실 천장 말고 다른 곳을 장식할 때도 사용했어요.

(공간 전체 분위기를 위해 화장실 공간,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천장, 각 방의 붙박이 공간을 이 합판으로 통일시켜 장식했답니다.)

화장실은 좁은 공간인 데다가 둥그런 코너까지 있어서 세면대, 샤워기, 변기의 위치, 타일을 고르는데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공간의 동선을 편하게 해서 답답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꾸미려고 노력했어요.

전체적으로 조명 색과 어울리는 따뜻한 색감의 타일을 찾기 위해 을지로 타일 가게들을 직접 방문했어요.
아버지와 함께 고민한 끝에 우아한 패턴의 큰 사이즈 타일과 세로로 좁고 긴 타일을 함께 붙이기로 했어요. 타일을 고르니 어울리는 세면대와 거울을 찾는 게 한결 수월해지더라고요.

결국 문짝 디자인까지 타일과 어울리는 패턴으로 마무리하고, 세면대 옆 대리석 선반은 주방 싱크대를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가 어울려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이곳은 이 집에 가장 넓은 방이에요. 베란다 공간이 연결되어 있어 방 안에도 문이 있답니다. 베란다 공간은 수리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옛날 느낌이 났기에, 그곳과 연결된 이 방도 너무 현대적이지 않게 꾸미고 싶었습니다.

천장을 꾸미는 서까래도 나무의 무늬가 잔잔하게 보일 수 있도록 반투명한 흰색 칠로 마무리하였고 조명도 빈티지한 느낌이 나는 조명을 찾아서 배치했어요.

저는 이 공간을 꾸미기 위해 주로 동묘에서 소품들을 구매했었어요. (침대 위 양털도 동묘에서 구매했답니다!)

벽 조명이 설치된 곳에는 선반이나 선반장을 만드는 대신, 콘크리트 벽돌을 두어 장식품이나 핸드폰을 올려둘 수 있도록 꾸며보았어요.

사진에 보이는 액자는 제가 자주 가는 액자 가게 주인아저씨께서 선물로 주신 건데 아무 생각 없이 이 방에 세워두었는데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 집을 장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지인의 사진! (사진작가 Chloe) 사진 중앙에 보이는 그녀의 식물 사진 덕분에 방에 식물이 없어도 식물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각 침실에 그녀의 사진으로 포인트를 주어 세련되게 방을 꾸밀 수 있었답니다.

사진에 보이는 동양화 액자는 이 동네에서 주워온 액자에요! 저는 평소에 길에서 가구나 소품을 잘 줍는 편입니다(?)
너무 예쁘고 깨끗한 액자를 이사가면서 버리고 가신 동네 주민분께 감사해요.독특한 모양의 원목 의자도 길에서 주워온 의자에요! 의자 조립된 부분이 헐거워져서 버리신 것 같은데, 열심히 짊어지고 와서 아버지께 드렸더니, 뚝딱 수리해주시고 새로 칠 마감까지 해주셨어요.

독특한 모양의 원목 의자도 길에서 주워온 의자에요! 의자 조립된 부분이 헐거워져서 버리신 것 같은데, 열심히 짊어지고 와서 아버지께 드렸더니, 뚝딱 수리해주시고 새로 칠 마감까지 해주셨어요.

사진에 보이는 고가구는 예전 집 주인이 두고 간 가구였어요. 너무나 행복 *.*
옛것이 쉽게 사라져버리는 요즘이지만, 오래되어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것이 많죠. 집도 그렇고 가구도 그렇고 작은 소품들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답게 반짝여요. 저는 그런 물건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잘 사용하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길에 버려진 물건들도 유심히 관찰하고 주워오는 편이죠)

동묘에서 산 또 다른 소품~! 미니 도자기와 독특한 촛대에요.

엄청 비쌀 줄 알고 덜덜 떨며 가격을 물어봤었는데~~~생각보다 비싸지 않아서 득템을 했죠.

이 방은 두 번째로 큰 방이에요.

역시나 길에서 주워온 원목 의자와... Chloe님의 사진 액자가 이 방을 빛내주고 있어요.

사진 속에 보이는 큰 식물은 조화에요.

제가 그동안 많은 식물을 키우면서 떠나보낸 경험이 많아서.... 이제는 그만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아주 리얼한 조화를 찾게 되었어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구입했어요!)

이 침대는 아버지께서 직접 제작하셨는데요!

저렴한 종류의 합판이지만 무늬가 예쁘고 자연스럽답니다.

이 방에 달려있는 조명이 독특한 디자인인데 쉽게 구할 수 없는 빈티지한 디자인이에요. 예전 주인분이 집에 두고 가셔서 저희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 방은 침실1 보다는 모던한 느낌의 서까래로 제작하였어요. 각 방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서 그에 맞게 작업을 했답니다.

예전 붙박이장이 있던 공간을 합판으로 장식하고 문을 따로 달지 않았어요. 독특한 공간이 생겨 재밌기도 하고 바닥 부분에 러그를 깔아서 언제든지 편하게 걸터앉을 수 있게 꾸몄습니다. (어렸을 때 다락방이나 장롱 속에서 놀던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 기간 실내 인테리어와 목공 일을 하신 아버지와 함께 공간을 꾸미면서 새롭게 배운 점은 사진에 예쁘게 보이는 가구나 소품은 실제로 사용하면 불편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더 나아가 삶을 살아가는 공간에 있는 가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편하고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오래 앉아있을 수 없는 불편함을 가진 책상과 의자가 많고, 쉽게 망가지는 제품이 많다는 걸 아버지께서 많이 강조하시면서 알려주셨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실제로 경험해보고 겪어보니, 아버지 말씀이 진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이제는 가구나 소품을 고를 때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고 불편하지 않은지, 재료가 튼튼한지 꼭 체크해요.
그리고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는 색감이나 디자인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아버지는 그동안 일을 하시면서 인테리어에 따라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셨어요. 저는 처음에는 무조건 보기 예쁜 디자인, 시각적인 부분만 엄~~청 신경 썼었는데 이번 집을 꾸미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답니다.

아버지와 함께 집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앞으로도 즐겁게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