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세 번째 공간" #복층원룸

조회수 2017. 3. 1.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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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미만 / 원룸&오피스텔 / 내츄럴 스타일

스타벅스의 컨셉이 Third Place 라고 알고 있어요. 집이 아닌, 일하는 공간이 아닌, 나만을 위한 세 번째 공간. 제게 이 집이 그런 곳이에요. by 인스타@mr_concrete1204

저는 서울에 사는 31살 남자입니다. 조그마한 렌탈 사진 스튜디오 운영과 동시에 라이프컴패니언이라는 패션 소품 브랜드 1인 기업 대표입니다. 심심한 걸 싫어하고 새로운 걸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죠 :)

29살에 공공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 정도 쉬게 됐어요. 쉬면서 동물 그림이나 그려볼까 했던 것이 지인의 도움으로 작은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전시 기간 동안 관련된 굿즈를 만들어서 판매하면 어떨까 했던 게 지금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 라이프컴패니언이 됐네요.
첫 셀프 인테리어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튜디오를 차리면서에요.

제품 판매용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렌탈 스튜디오를 많이 다녔는데 제가 원하는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고, 매번 촬영비용도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서 그 때 살고 있던 작은 원룸을 빼서 그 보증금으로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제가 원하던 촬영공간을 만들면서 수익도 생기고 브랜드 사무실로도 사용할 수 있게 말이죠. 오픈 당시 자금이 부족해서 인테리어를 한 번도 해 본 적 없던 제가 셀프 시공에 도전하게 됐죠.
나무 업체에서 트럭으로 나무 원판과 각재들을 구매하고 각종 장비는 을지로에서 대여해서 사용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디서 그런 무모한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네요.

가벽도 설치하고, 호리존트 시공, 바닥 타일, 벽타일 빈티지 시공 등 전부 직접 했어요. 스튜디오 공사 이야기는 또 다음 번에 자세히 들려 드리도록 할게요 :)
원룸 보증금을 빼서 차린 스튜디오다 보니 제가 지낼 곳도 여기에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스튜디오 문을 열면 나오는 짧은 복도를 지나 한 켠에 위치한 반지하 공간을 리모델링 했어요. 페인트 칠도 하고, 한 층 올라가 있는 부분은 각목과 판재로 확장 작업하고, 찬넬 선반도 달아서 잠 잘 곳을 마련했죠.

이 일을 계기로 공사 장비 대여, 사용법 등 전문적인 건 아니지만 인테리어 지식도 이것저것 부딪히며 조금씩 배우게 되었답니다. 사실 아직도 그냥 초보라고 할 수 있죠.
"세 번째 공간"
그런 초보가 이번에 또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됐네요.

스타벅스의 컨셉이 Third Place 라고 알고 있어요. 집이 아닌, 일하는 공간이 아닌, 나만을 위한 세 번째 공간.

이제 소개 할 지금 집이 제게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단순하게 잠을 자기 위한 집은 이미 스튜디오 내에 있고, 일하는 공간 겸 작업실인 스튜디오도 아닌 저만을 위해, 저에게 휴식과 같은 공간이 되어주는 그런 곳.

제가 생각 할 수 있게 여유를 주고, 작업이 아닌 정말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그리고 저 뿐 아니라 제 친구들도 같이 그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모두의 "세 번째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하지만 공사 전에는.. 세번째 공간이랑은 거리가 먼 모습이었죠. 처음 이 상태를 볼 때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다행히도 집주인 분께서 도배랑 강화마루 시공을 해 주셨어요.
기본 시공(도배, 강화마루) 후 모습이에요. 하지만 체리색 몰딩이 여전히 있죠. 이건 제가 나중에 다 화이트로 직접 칠했는데, 복층이다 보니 만만치 않은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었죠. 후후..
주방은 새로 시공해주셔서 말끔한 편이었는데 노랑노랑한 유리는 볼 때마다 슬플 것 같아서 폼타일을 붙여줬어요.

그리고 싱크가 작은 편이라 테이블을 주문 제작해서 싱크대와 붙여 아일랜드 식탁을 연출하기로 했어요.
짠! 완성 된 공간입니다. 일반적인 집의 느낌보다는 휴양지 호텔 같은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창이 넓고 채광이 좋고 이국적인 식물이 있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구와 소품만 두는 그런 공간이요.

호텔에 가보면 사실 침대랑 테이블, 소파 말고는 딱히 가구나 소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이도 너무 편하고 좋잖아요. 많은 짐과 소품이 오히려 사람에게 피로감을 준다고 생각했죠.
스트랩 거울 아래에는 선반을 달아서 수납공간을 확보했어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공간이 화사해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침구는 핑크색으로 했어요. (남자라면 핑크죠! 허허)

식물들은 양재화훼시장에서 구입했어요. (행잉플랜트 전부 다 해서 10만원 / 선인장 10만원)

중앙의 그림은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인데, 침구와 플라밍고가 핑크색이다 보니 배경은 조금 톤 다운 된 컬러를 사용했는데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침구와 그림의 반대편에는 스트링체어와 조금 거친느낌의 카페트로 전체적인 조화를 맞추고자 했어요.
모든 곳곳을 열심히 꾸몄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공이 많이 들어간 곳을 꼽으라면 복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복층이 층고가 낮아서 생각보다 활용도가 좋진 않았어요. 그래서 침구를 하나 더 놓고 세번째 공간을 찾아온 손님이 잘 수 있는 게스트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제게도, 놀러온 친구들에게도 호텔에 놀러와서 쉬는 기분을 주고 싶었거든요.
침대 옆 화분이 올려진 부분은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을 했는데요, 원래 이 공간이 꽉 막힌 벽으로 죽은 공간이어서 제가 직접 망치로 다 때려 부수고 새로 만든 공간이에요.

조명은 이케아 스툴을 분해해서 리폼한 조명이에요. 뒤에는 역시 제가 그린 퍼그 그림을 배치했답니다.

2층은 깔끔한 느낌으로 연출하기 위해 제가 늘 하고싶었던 화이트 베딩을 뒀어요. 실제 쓰기에는 관리가 힘들지만 게스트 용이니 자주 사용하지 않을거라 로망실현을 해봤죠 :)
주방은 폼타일로 노란색 유리 부분을 마감하고 현관이 바로 보이는게 싫어서 쉬폰 커튼을 달아줬어요. 딱 떨어지면 너무 딱딱한 느낌이 날까봐 일부러 좀 길게 주문했는데 바닥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느낌이 맘에 들어요.
자전거 거치는 이케아 옷걸이로 만들었어요. 스트라이다 특유의 삼각형 모양을 살려서 디피하고 싶었는데 마땅한 게 없더라고요. 비슷한 구조를 찾다가 이케아 옷걸이를 구매, 쇠톱으로 길이를 잘라서 사용했어요.
와인랙이나 해먹, 책걸이 등의 소품들은 대부분 산지 몇 년 된 제품들이 많아요.

동대문, 남대문시장, 리빙페어 같은 디자인박람회 구경 갔을 때나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눈에 띄는데 가격도 착한 아이템이 있으면 일단 사놓고 창고에 쟁여놔요. 언젠간 이 아이템들이 어울릴 공간을 생각하면서요. 이런 상상들이 지금의 공간에 많은 소스가 됐던거 같아요.
지금의 공간은 젯소칠, 타일 및 핸디코트 등 전부 셀프로 하다보니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어렵고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 3m가 넘는 천장 몰딩을 흰색으로 칠하려고 하니 사다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사다리를 사자니 이번에 쓰고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사기도 뭐하고.
그리고 주방 스테인레스 기둥에는 선반을 달려고 했는데 철판 피스로 아무리 뚫어도 안 뚫리더라고요. 알고 보니 스테인레스용 비트가 따로 있지 뭐에요.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게다가 벽은 죄다 석고벽 이어서 석고 앙카 박기도 어렵고. (벽에 구멍을 몇 개나 냈는지 모르겠어요^^;) 박고 나서도 무거운 걸 달면 빠져버리고.. 차라리 무식하게 뚫을 수 있는 콘크리트 벽이 속 편하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복층공간을 확장하려고 벽을 부셨더니 바닥 철골에 단차가 있고.. 진짜 멘붕의 연속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무지와 무경험에서 비롯된 문제들이겠죠. 지식과 경험이 없으니 별것 아닌 것들이 막막하고 힘들게 느껴지는 거죠.

제가 해 보면서 터득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인테리어 재료 구입처에 물어보는 거에요. 다들 워낙에 이 일을 오래 하신 분들이다 보니 각 자만의 노하우가 있으시죠. 인터넷 검색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제 상황과 부품에 맞는 방법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철물점 사장님, 목공소 사장님께 작은거지만 음료수라도 하나 드리면서 살갑게 웃으며 여쭤봤는데 감사하게도 하나하나 잘 알려 주셨어요.
사실 집에 배치되어 있는 소품과 가구들은 '그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산 것은 없어요. 한정 된 예산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저렴하면서 튀지 않고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아이템 위주로 골랐어요.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꼽자면 침대 하단부에 부착한 LED 센서 조명이에요. LED 조명이 줄자처럼 되어있고 양면 테잎이 부착되어 있어서 침대 하단 같은 곳에 붙이면 되는 간단한 제품이에요.

밤에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고 싶을 때 침대에서 내려오면 센서에 의해 간접등이 켜지게 되요. 10초에서 30분까지 시간설정이 가능한데 저는 30분으로 해 놓고 조명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LED 조명 덕에 저렴하게 산 침대가 괜히 고급스럽게 느껴져서 좋아요.
양재 화훼시장에서 데려온 대형 선인장, 귀면각에도 애정이 많아요. 생장에는 지장이 없는 작은 상처로 상품가치가 떨어진 제품이었는데 그 덕에 화훼시장에서 1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사용에는 지장이 없는 작은 흠집이나 기타 이유로 저렴하게 나온 제품들을 잘만 활용하면 얼마든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때문에 리퍼브 제품이나 리폼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이 선인장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 밖에도 모두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역할을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집에는 대단한 가구도 딱히 없고, 소품이 막 많은 편도 아니라서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최소한의 가구와 가구/소품 배치, 깔끔함에는 그래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사실 남자들이 잘 못 하는 부분이 바로 이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에 신경을 쓴 게 남자들의 다른 집들과는 달라 보이는 게 아닐까요.

제 친구들만 봐도 대부분 방에 쌓아두고 채우기만 하던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 쫌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 공간이 생기고 나서 덩달아 마음의 여유도 생겼어요. 지금도 스튜디오 한 켠에는 제가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늦게 끝나거나 일찍 시작해야 하는 경우엔 스튜디오에서 자는 게 편하거든요.

그런데 1년간 스튜디오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일과 제 삶의 구분이 없어지더라고요.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점점 일 효율도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어요. 출퇴근의 개념이 없다 보니 오히려 일이 늘어지게 되고,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조차 일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새로운 제품 구상도 잘 되지 않고요.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난 후, 이 곳에선 온전히 저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림을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지인들 초대도 하고, 덕분에 최근에 그림을 더 많이 그리게 된 것 같아요. 업무 효율도 오른 것 같구요. 인테리어 소품 리폼과 그림 클래스를 열어볼까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도 이 "세 번째 공간"이 생긴 후에요.

새로운 공간이 생겼을 뿐인데 제 일상에선 스스로 생각 해 볼 시간도 많아지고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던 오늘의집 온라인집들이도 올릴 수 있게 됐고요 :)
공간을 닮아가는 나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저는 제가 사는 공간을 따듯하고 편안하게, 누구나 들러서 이야기 나누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먼저 만들고, 그 공간을 닮은 제가 되고 싶어요. 내가 원하는 모습, 원하는 삶을 집에 담으면 거기에 사는 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기성품으로 가득 찬 공간이지만 앞으로는 편안하게 꾸며진 공간 하나하나 집주인의 정성이 들어간 심플하지만 빈티지한 느낌의 집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림 하나, 화분 하나, 의자 하나도 그냥 상점에서 산 것이 아니라 제가 다듬고 리폼하고 제작한 저만의 느낌이 담긴 물건을 채워 나가는 게 꿈이에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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