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금 체험수기] 절벽에서 끌어올려지는 기분을 아세요?

조회수 2019. 6. 14. 14: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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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양천구에 살고 있는 36살 안충렬입니다. ​


저의 본업은 연기자입니다.배우의 꿈을 갖고 적게나마 돈을 벌고 있지요.

일 년에 몇백만 원이 안 되는 돈이지만요. 그래서 먹고 살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을 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이 많이 없어 거의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고 있지요. ​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손을 다쳤습니다. 화장실 청소를 하다 넘어졌는데 엄지손가락이 그만 부러지고 말았죠.

9월 7일이었습니다. 마음 한 켠에 늘 염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거예요.

연기와 막노동으로 매달 빠듯이 연명하기에 몸은 가장 귀중한 자산인데 그게 고장나버리면 저는 수입이 즉시 끊기고 마니까요. 그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

불안하기만 한 생활의 외줄타기를 하다가 그 줄에서 떨어지고 나니 여기는 지옥이었습니다.

병원 진료비, 물리치료비, 약 값……. 들어오는 돈은 한 푼도 없는데 나가는 돈이 불어갔습니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학자금 대출 납입기일, 통신요금 납입기일, 가스비, 전기 요금, 월세 이체……. 하지만 통장의 잔고는 고작 몇 십만 원뿐이었죠.

의사 선생님은 못해도 최소 3주간은 깁스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3주간 수입 없이 학자금이며, 월세며, 이것저것 다 내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고작 2~3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이 돈은 3주간 500원짜리 라면으로만 끼니를 해결한다고 해도 부족한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산은 앞으로 계속 지불할 병원비와 약 값을 제외한 것이었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롭고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어요

명절에 깁스한 모습을 보여드려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 불효는 둘째로 치더라도,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님께 적은 돈이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추석이 다가올 즈음엔 제 통장은 벌써 바닥을 거의 드러내는 중이었죠.


​ 뭔가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손에 깁스한 환자를 일꾼으로 써주는 곳은 없었어요.그럴 법도 하지요.

다른 몇 군데 일이 있는 곳도 있었지만 월급제였기에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당장 살아갈 돈이 없었으니까요.

새드엔딩이 뻔히 예상되는데,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자책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어둑한 반지하방 벽에 기대앉아 그냥 멍하니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기력도 없었지만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이 정도뿐이었죠.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나 싶고, 왜 하필이면 이런 때 생겼나 싶고…….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 그때, 책상 위에 올려 둔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그 소리는 은행 알림 어플의 알람 소리였는데, 이게 울릴 일이 없었어요.

입금이 될 때만 울리게 설정을 해 두었거든요. 폰을 집어 들어 확인해 보니 웬 목돈이 입금되어 있었습니다.

85만원

눈이 휘둥그레졌죠. 장려금이 입금되었다고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했죠.

세무서에서 뭔가 착각을 한 게 아닐까? 그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


4월인가 5월에 우편이 하나 왔었어요. 정부에서 근로장려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참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류를 찬찬히 읽어 보니 이것저것 복잡하게 서류들을 제출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신청을 할 수 있더라고요.

신청 완료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요.

그 근로장려금이 정말 지급이 된 거였죠.

절벽에서 끌어올려지는 기분을 아세요?

이제 살았다는 느낌. 누가 만든 제도인지 그 사람을 붙잡고 절이라도 올리고 싶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추석 전까지 근로장려금을 빠짐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뉴스도 있었더라고요.

명절 준비하느라 허리가 휘는 국민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따뜻했어요.

그동안 살면서 정부기관이라는 건 제 인생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구나……. ​


근로장려금은 저처럼 1인 가구의 경우 연 수입이 1,300만 원 미만일 때 지급한다는 데 정말 좋은 정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 수입이 1,300만 원도 안 되는 사람들의 삶은 보다시피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수준이니까요.

그런 이들에게 명절 시즌에 평균 한 달 치 수입에 달하는 근로장려금을 지급해준다는 건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요.


​ 근로장려금 덕분에 치료도 잘 받고 있고, 추석에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삼시 세끼 라면을 먹지 않아도 되었고요. 이 모든 것들이 근로장려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게 없었더라면 제게는 치료도, 행복한 명절도, 밥도 모두 없었을 거예요.

이제 손이 거의 아물어 갑니다. 혼자 자책하느라 여기저기 상처가 났던 제 마음도 어느새 다 아물었습니다.

이 정책을 이끈 정부와, 일선에서 힘들게 고생하신 세무서의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내년에는 제가 이 근로장려금을 받지 않게 되길 기도합니다. ​


내년엔 꼭 힘차게 일어서서 제가 낸 세금의 일부가 근로장려금이라는 작은 희망이 되어 사회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안충렬을 절벽에서 끌어올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근로장려금 수혜자 안충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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